시대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사회 각 분야도 전반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지만 유독 소방 분야만 시대의 발전과는 무관하게 간격이 점차 벌어지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우리 사회 안전도에 대한 리스크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정부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평준화 정책 등을 추진하여 각종 규제의 빗장들을 여과장치 없이 풀어내었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소방분야에도 여지없이 적용시켜 과당경쟁을 촉진하여 우리 사회의 안전 인프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규제가 완화되어 한 순간 시장의 탄력은 받았지만 한 해 평균 5천억원 규모의 소방제조시장의 크기는 커지지 않는 반면 신규 제조업체들의 시장진입은 우후죽순 늘어나 저가중심의 과당경쟁이라는 기형아를 낳았다.
우수품질을 우선하는 기술경쟁이 아닌 원가절감에만 치우친 나머지 국내 생산제품인지 수입제품인지 불분명한 국적불명의 제품으로 국내 소방산업의 근간을 무너트리면서 종국에는 국가기술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소방검정공사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우수품질의 제품들을 공급할 수 있도록 소방기계ㆍ기구제조 우수품질등급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공기호흡기를 생산하는 (주)산청 외에는 우수품질등급을 받은 업체가 없다는 것이 웃지 못할 소방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고 자랑하는 업체도 우수품질등급 하나 받지 않은 채 제품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을 부분이고 실효성 없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것도 옳지 않은 이유이다.
우수품질등급제 시행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로도 참여효과가 없다면 일정 규모의 건축물에는 우수품질등급을 받은 제품이 우선 채택되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를 개선하여 우수품질의 제품들을 생산해낼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유도정책이 함께 수반되어야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가물고 메마른 소방산업을 촉촉이 적셔줄 단비가 9월 정기국회를 통해 내릴 전망이어서 여느 때보다도 기대감이 부풀어 있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낙후된 소방산업을 견인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복지사회로 가는 첩경을 열고자 금년 4월 9일 발의했지만 관련부처간의 이해관계로 일단락되었다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예정대로 소방산업진흥법이 통과되면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소방산업진흥원이 마련되어 전문인력양성 지정기관에 대한 경비지원과 산업관련 기술개발에 따른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품질인증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우선 구매하는 제도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방사업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는데 경영안정에 필요한 자금의 대여와 투자, 공동위탁판매 및 제조용부품의 공동구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ㆍ단체 등에 대한 소방장비의 보급 지원, 채무보증, 이행보증 등 다양한 복리사업을 전개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방산업진흥원의 주체와 소방산업의 범주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소방안전협회와 한국소방검정공사 등의 공기관은 각자의 고유 업무가 있고 그나마 소방산업과 밀접한 관계성이 있다면 한국소방검정공사가 맡는 것이 타당성이 높겠지만 소방산업의 범주가 생산업체에만 국한할 것인지 소방공사 관련업종은 제외할 것인지 하는 선택의 고리가 남아있다.
또한 의원발의법이라 한시적이어서 한국소방검정공사 소방산업진흥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해도 진흥법이 완료된 이후에 정체성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어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