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김혜경 기자] = 소방관 중증질환의 국가 입증제도를 법제화해 달라는 국민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에는 ‘소방관 중증질환의 국가입증제도를 법제화하는 소방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에는 현재(2일 오전 8시 기준) 1,190명 정도가 참여한 상태다.
특히 이 청원 글에는 고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누구보다 건강한 몸으로 소방관이 돼 수많은 화재ㆍ구조현장에서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혈관육종암으로 아내와 2살배기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의학적 발병원인이나 감염경로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고 김범석 소방관의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미국 소방공무원 보상제도에는 암 등 중증질환은 공무상질병으로 인정되며 보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질병원인을 입증해야한다는 ‘중증질환 인과관계추정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연금법은 공무 수행 중 질병이 발생한 경우 입증책임의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질환은 민법상 일반 원칙에 따라 개인이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25일까지 진행되는 이 청원은 게시 기간 내 20만 명 이상 국민이 추천할 경우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래는 게시된 청원 글의 전문과 고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가 쓴 글의 전문이다.
<청원 개요 전문>
고 김범석 소방관은 누구보다 건강한몸으로 소방관이되어 수많은 화재현장과 구조현장에서 많은 생명을 구한 용감한 소방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혈관육종암은 2살배기 아이와 아내를두고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희귀한종양으로 의학적 발병원인이나 감염경로가 분명하지않다는 이유로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지 않았고 입증은 유가족이 해야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기타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미국소방공무원 보상제도에는 암등 중증질환은 공무상질병으로 인정되며 보상책임을 면하려면 정부가 질병 원인 입증을 해야하는 중증질환인과관계추정법이 있습니다.
현재도 중증질환병마와 싸우고있는 소방관이 400여명이나 됩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소방관 중증질환의 국가입증제도를 법제화하는 소방관법이 만들어져야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수많은 목숨을 구하는 소방관들이 아플때 국민이 손을 내밀어야합니다.
<고 김범석 소방관 아버지가 전하는 글>
존경하는 대통령님,
부강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계시는 대통령님의 모습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존경해마지 않습니다.
저는 고 김범석 소방관의 아비 된 사람입니다.
나이는 69세이며 이름은 김정남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취임하신 후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 국민 청원의 공간에 4년 전 31세 소방관 아들을 잃은 유족으로서 한마디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가정에서 꼭 필요한 남편, 아빠,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가장이 여러 가지 희귀 암과 난치성 질환으로 투병을 하다가 죽어간 많은 소방관이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그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화재현장 또는 수몰현장에서 피할 수 없는 발암, 유독성 물질의 반복되는 노출과 소방관만이 감내해야 하는 극심한 내외적 스트레스 등 이러한 최악의 재난 환경이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과 소방관 직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국가는 의학적으로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유족으로서는 죽은 자식 또는 남편과 아빠의 발병 원인과 직무상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언제인가 대통령님께서는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의 손은 국가의 손이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분들은 재난 현장에서 생사의 순간, 순간들을 온몸으로 부딪쳐 왔으며 국가 안전의 한 축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었습니다. 공익을 위해 헌신 봉공을 실천했던 소방관을 잃을 때마다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은 소방관의 손을 잡고 함께 가고 있습니다. 소방관은 재난으로부터 가족과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믿음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소방관, 시민을 구하려다 부상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소방관, 그분들은 살아생전 국민이 재난에 처한 일선 현장에는 항상 있었습니다.
출동에 임하는 그들은 소방관으로서의 자존심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도의 훈련과, 소임으로 단련된 용기로서 몸을 던지는 것이지 그 어떤 공로와 보상을 바라고 뛰어든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그들을 작은 영웅이라 하겠지요.
목숨을 바쳐 헌신하고 피와 땀과 눈물로서 국민을 대신해 죽어간 많은 소방관과 지금도 투병과 재활에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는 소방관의 제복에 영예로운 이름을 새겨주는 일은 국가의 몫이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소방관 중증질환의 국가입증제도를 법제화하는 소방관 법을 만들어 주실 것을 청원합니다.
국토의 구석구석에서 소임을 다 하고 죽어간 소방관에게 명예를 내려서 죽은 자는 편안히 잠들게 해야 하며 남아있는 유족에게는 국가의 따뜻한 손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소방관 중증질환의 국가입증제도가 법제화된다면 고 김범석 소방관의 죽음을 넘어 전체 소방관의 황폐해진 심신의 건강이 개선되고 근무 사기를 올려 국민과 더욱 가까워지는 선진 소방관으로 거듭날 것이며 현직 소방관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미래의 소방관을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큰 믿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통령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국운이 오대양 육대주에 크게 떨치게 되길 기원합니다.
고 김 범석 소방관의 아비,
김 정남 올림.
김혜경 기자 hye726@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