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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환경에서의 방화복 착용

서울 서초소방서 방제웅 | 기사입력 2020/05/20 [15:10]

수상 환경에서의 방화복 착용

서울 서초소방서 방제웅 | 입력 : 2020/05/20 [15:10]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꽃이 만발한 걸 보니 봄이 왔나 싶습니다. 계절과 관계없이 많은 분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근무하고 계십니다. 특히 방화복을 전신에 착용하고 근무하는 분들을 보면 ‘얼마나 덥고 답답하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방관에게 가장 기본적인 방화복을 수상 환경에서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방화복은 만능 보호복이 아니다

소방관이라면 방화복 착용에 거부감이 있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게다가 나름 재질도 튼튼하고 두텁게 만들어져 있어 단순히 화재 출동이 아닌 다른 출동에도 보호복 개념으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모두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장비는 원래 제작 의도에 부합하게 사용하는 게 좋으며 다른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테스트를 거쳐 적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많이 개선됐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풍수해 대응 중에도 방화복을 착용하고 계신 사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소방관이자 급류구조 강사로서 매년 교육 때마다 강조하는 게 “수상 환경에서는 절대로 방화복을 입고 활동해서는 안 된다” 입니다. 그리고 매 교육마다 항상 “풍수해 활동에서 방화복을 왜 입으시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한 분도 제대로 답변하시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방화복 적용 분야는 다양할 수 있으나 최소한 수상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장비는 아닙니다.

 

방화복이 수상 환경에서 위험한 이유

소방장비 표준규격(KFS 0014-2019-01)에 따르면 방화복은 불꽃과 복사열 등 직접적인 열 노출에 대해 저항성이 있는 겉감과 단열ㆍ방수 기능, 열과 수분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투습 기능이 있는 내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외피의 대부분은 화재로 인한 불꽃과 기타 찢김, 뚫림 등에 대한 방어역할도 해줍니다. 또 현장에서 방수 등으로 인해 방화복이 물을 먹어 무거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발수처리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내피는 단열 기능을 위해 일정 단열층을 만들어 열의 침투 속도를 늦춰주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약간 두툼한 느낌을 받는 형태로 제작돼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특징 때문에 방화복을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경우 일정 시간 동안은 물에 가라앉지 않습니다. 외피의 방수 성능으로 일반적인 의복에 비해 물이 늦게 스며들고 내부의 공기층으로 인해 일정 수준의 부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화복 자체의 부피가 커 수면 위에서 이동하기 위해 팔, 다리를 움직이는 것에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일단 방화복에 물이 들어와 공기층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착용한 사람을 마치 앵커처럼 물속으로 가라앉게 할 만큼 방화복이 무거워집니다. 활동성 또한 극도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는 수상 활동 경험이 많은 사람도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수상에서 방화복을 착용하는 건 본인도 답변할 수 없는 어떠한 ‘미지의 위험성’에 대한 보호조치를 위해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해외의 일부 테스트에서는 평균 5분 정도 지난 뒤 가라앉는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해외는 어떠한가

급류구조 분야나 다른 테크니컬 레스큐 분야 대부분은 해외에서 유입돼 국내에 전파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해외에서 넘어온 분야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라면 ‘해외에서는 잘 지켜지겠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구글에 ‘bunker gear in water’라고 검색해 보면 방화복을 착용하고 수상 환경에서 활동하는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글 대부분의 결론은 “입으면 안 된다” 입니다. 직접 다양한 글을 확인하고 싶다면 ‘bunker gear in water’ 또는 ‘turnout gear in water’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각종 글뿐만 아니라 영상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 ‘Bunker gear in water’로 검색한 다양한 이미지

 

미국의 경우 NFPA 1952를 통해 수상 작전을 위한 적절한 보호 장비와 복장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계속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기준일 것입니다. 이 기준에서는 머리(헬멧)부터 발끝(부츠)까지 그 성능과 디자인적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Firehouse와 같은 각종 매거진에서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수상 환경에서 방화복을 착용한 소방관이 생존하기 위한 기술 등 다양한 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아직 완벽히 개선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다양한 방법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기준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봐야 할 것들

매년 급류구조 교육을 진행하면서 저 역시도 항상 품는 의문이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여전히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까?”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방화복이 단순히 출동 시 많이 착용하기 때문인 것보단 ‘착용해야 하는 곳과 하지 않아야 할 곳의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외의 경우 보통 물과 땅이 맞닿아 있는 위치부터 약 3m 이내에 접근하게 될 대원은 ‘수상 활동에 준하는 복장’을 착용하라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3m의 거리는 줄자로 측정해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정하는 게 아닌 일반적인 보폭으로 서너 걸음 정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최소한 이 정도 떨어져 있으면 발을 헛디디는 등 우발적으로 물에 빠질 위험은 적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 출처 공식 미국 공군 웹 사이트 / Senior Airman Jensen

 

하지만 단순히 수상 작전만을 위한 게 아니라 강 위에 떠 있는 구조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물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가능성 있는 위험 상황인 ‘장비를 다 착용한 상태로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검색해 관련 영상을 이미 접해보신 분이라면 ‘그 사람들도 다 입고 저렇게 테스트해 보고 나서 입는 거 아니야?’라거나 ‘물에 잘 뜨네. 입을 만 하겠구먼’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영상에서는 대원들이 실제로 대부분 잘 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방화복이 물에서 잘 뜨느냐’가 아닌 ‘현장 활동 중 우발적으로 물에 빠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생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느냐’입니다. 이들은 물에 빠지면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소매 등에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라고 가장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방화복의 소매 등을 통해 물이 더 빨리 내피로 흡수돼 공기층을 대체하게 되고 이로 인해 더 빨리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등지게를 매고 면체를 쓰면 가라앉아도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SCBA를 통해 공기를 공급받는 상황에서 물에 빠진 경우 수면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속으로 가라앉는다면 일반적인 잠수용 호흡기에 존재하는 ‘중간압 조절’ 기능이 없어 수중에서는 필요한 성능을 낼 수 없습니다. 또 실수로 대기ㆍ양압 전환 장치를 대기 상태로 전환해 버리면 면체 내부로 빠르게 물이 들어옵니다. 따라서 무거운 무게의 SCBA를 착용한 상태에서 수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SCBA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기준 정립이 필요한 시점

단순히 수상 구조상황이 아니더라도 소방관이 활동 중 물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은 많습니다. 특히 바다 또는 내수면과 인접해 있는 곳이라면 선박 화재 등에 대응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이 있는 상황(선박 화재진압 중 의도치 않게 선박 밖으로 떨어짐 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저수지, 개천 등 생각보다 다양하게 물 인근에서 작업할 일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건 방화복이 얼마큼 오래 떠 있을지가 아닙니다.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시간 동안 떠 있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사용 중인 방화복과 SCBA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 훈련을 통해 적합한 기준을 정립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준수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을 보호해줘야 할 장비가 여러분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제가 아는 선에서 이 문제를 자세하게 언급한 문헌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작성한 이 글 역시도 자세한 내용은 아니죠.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도 인식이 개선되고 자체적인 기준을 정립하게 되는 하나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서초소방서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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