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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만드는 소방장비] 대한민국에도 맞춤형 소방전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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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소방서 서은석 | 기사입력 2020/06/22 [10:00]

[소방관이 만드는 소방장비] 대한민국에도 맞춤형 소방전술이 필요하다

경기 고양소방서 서은석 | 입력 : 2020/06/22 [10:00]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밀도는 ㎢ 당 509명으로 전 세계 4위에 올랐다. 그중 경기도 인구밀도는 ㎢당 약 1226.4명으로 대한민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을 뿐 아니라 행정구역별로 비교해봤을 때도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단연코 높다. 경기도 다음인 세종시와 비교했을 때도 세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세종시 439/㎢). 다시 말해 경기도 자체가 거주 밀집 지역인 것이다. 

 

거주 밀집 지역의 화재는 자칫하면 대규모 인명이나 재산피해로 이어진다.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출동하더라도 좁은 골목이나 불법 주차 차량 등 거주 밀집 지역이 갖는 여러 한계에 부딪혀 화재진압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5년 의정부 OO아파트 화재 시 출동한 소방차가 아파트 진입로 양옆에 늘어선 20여 대의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현장진입이 10분 이상 지연돼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130여 명의 사상자까지 낳았다.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좀 더 빨리 진입할 수 있었더라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거다.

 

고양소방서에서는 2019년 9월부터 거주 밀집 지역 한계 극복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T/F팀을 구성했다. <119플러스>를 통해 T/F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형 현장대응 전술 개발

거주 밀집 지역이라는 말은 곧 도로가 협소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간 우리 소방이 활약했던 굵직한 화재들을 복기해보면 화점을 중심으로 소방차가 에워싸 화재를 진압하는 형태의 전술을 주로 활용했다. 물론 많은 인력과 장비가 단숨에 방수한다면 이론상 화재가 쉽게 진압된다([사진 1] 참조). 

 

▲ [사진 1] 화점 동시 방수


그러나 화세가 강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화재라면 화점을 에워싼 소방차량들은 결국 서로에게 막혀 물을 보충하거나 후퇴할 기회를 잃게 된다. 다시 말해 장비와 인력의 효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 

 

소방서 T/F팀은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호주 등 국내외 주요 화재 사례들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로 탄생한 게 바로 ‘한국형 대응 전술’이다.

 

‘한국형 대응 전술’은 출동 차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해 화재에 대응할 건지가 주요 골자다. 기존 전술과는 사뭇 다른 간결하고 효율적인 전술이다. 여유를 둔 차량 배치와 자원관리로 현장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각종 화재 현장에서 대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는 사명도 완수할 수 있다. 한국형 대응 전술은 간결과 효율, 그리고 다음 소개할 전개기가 핵심이다. 

 

한국형 소방호스 전개기

앞서 말했듯이 경기도 자체가 거주 밀집 지역이기 때문에 경기도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소방차 진입 시 불법 주ㆍ정차 차량 또는 좁은 골목으로 인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을 거다. 이런 상황에 닥치면 소방관들은 옴짝달싹 못한 채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위기에 놓인 걸 바라보며 안타까움으로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급한 마음에 무분별하게 전개한 소방호스로 화재진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때도 있고 막상 도착해보니 호스 전개가 어려운 장소일 수도 있다. 소방관들은 여러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이겨낸 뒤에야 화마(火魔)와 싸울 수 있다. 화마와 싸우기 전 소방관들이 겪는 어려움과 난관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소방관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형 소방호스 전개기’는 거주 밀집 지역에서의 화재 현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에도 호스 전개기가 있었다.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는 곳도, 시중에 파는 제품을 채택해 쓰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소방호스를 적재ㆍ이동시키는 데만 목적이 있어 좁은 공간을 통과하거나 호스 전개기를 통째로 들어야 하는 장애물을 만나게 되면 효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고양소방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한국형 소방호스 전개기는 일선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해 그간단점으로 지목됐던 부분을 대폭 개선했다.

 

▲ [사진 2] 접이식 전개기

 

[사진 2]는 접이식 전개기다. 이 전개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접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전개기 가운데에 접는 기능을 추가해 좁은 골목이나 차량 사이뿐만 아니라 임야, 농로 등에서 그 길의 폭에 맞게 전개기를 접은 채로 소방호스를 이동시킬 수 있다. 재질 역시 경량화를 위해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화재현장으로의 신속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 [사진 3] 휴대용 호스 전개기

 

휴대용 호스 전개기([사진 3])도 개발했다. 휴대용 전개기(40/65㎜)는 여러 장점이 있으나 기존의 전개기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어디서나 빠른 호스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건물의 계단이나 물건이 적치된 곳에서도 쉽게 전개해 사용([사진 4] 참조)할 수 있다. 탈ㆍ부착식 어깨끈을 이용해 휴대용 가방 형식으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또 호스의 너비에 맞게 제작돼 기존 방식보다 호스 꼬임 현상이 없어 대한민국 소방관 누구나 실전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사진 4] 계단에서 전개하는 모습

 

소방호스 전개기가 개발됐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전개기를 어떻게 실전에 적용할 것인지, 개발된 전개기가 실전에서 쓰일 때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은 없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만약 이 장비의 활용 가치가 높다면 단순히 고양소방서에서만 한정적으로 쓰는 걸 넘어 경기도, 나아가 전국에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형 소방호스 전개기 개발은 우리 소방관들이 창안하고 강구해야만 하는 한국형 소방전술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현장으로 출동할 때 많은 변수와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 변수와 환경은 지역마다 다르다.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와 산악지형이 많은 강원도의 환경은 같지 않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니 소방전술도 달라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개선책이 기존 방식보다 몇 분, 몇 초 빨라지는 정도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그 몇 분, 몇 초는 한 사람의 모든 재산, 한 사람의 생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이런 소방관들의 헌신과 노력이 바로 ‘한국형 소방전술’의 밑바탕이다.

 

경기 고양소방서_ 서은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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