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대한민국 소방헬기, 글로벌 하늘로 비상하다서울소방 ‘까치 1ㆍ2호’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소방항공 업무
|
![]() |
외국산 기종에 의존해오던 우리나라 소방헬기 체계가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가 개발한 소방헬기가 현장에 본격 배치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수출길까지 열렸다.
이는 단순한 장비 보급 차원을 넘어 소방항공력의 자립은 물론 국가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수입 일변도였던 소방헬기가 기술 내재화와 국산화, 그리고 수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소방헬기 ‘까치 1ㆍ2호’, 서울소방항공대 출범과 함께 업무 시작
우리나라에 소방헬기가 처음 도입된 건 1979년 서울소방항공대가 창설되면서부터다. 1970년대 들어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로 대연각호텔 화재, 청량리역 대왕 코너 화재 등 대형 참사를 겪은 정부가 지상 소방력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항공 전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도시화 속도가 가장 빨랐던 서울시가 먼저 움직였다. 1억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대한항공에 소방헬기 한 대를 발주했고 한국화재보험협회로부터 한 대를 기증받았다. 이렇게 확보한 두 대의 헬기가 바로 국내 최초의 소방헬기인 ‘까치 1ㆍ2호’다.
‘까치 1ㆍ2호’는 모두 미국 휴즈 헬리콥터 사가 개발한 OH-6A의 파생형인 500MD 기종이다. 우리나라에선 1976년 육군이 다목적 용도로 도입ㆍ운용하고 있었다. 군 운용 경험이 풍부한 기체를 소방용으로 전환해 활용한 셈이다.
도입된 소방헬기는 서울소방항공대 출범과 함께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소방력 강화 조치였다. 이는 소방항공 구조ㆍ구급체계의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 됐다.
소방업무에 나선 ‘까치 1ㆍ2호’는 약 25년간 대한민국의 하늘을 누비며 3천회 이상 출동했다. 총 2983시간 45분을 비행하면서 942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아쉽게도 까치 1호는 지난 1996년 방역 작업 중 추락해 폐기됐다. 까치 2호는 2005년까지 활약한 후 퇴역해 지금은 서울 보라매시민안전체험관에 전시 중이다.
지상 한계 넘는 재난대응의 핵심축, 소방헬기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4년) 소방헬기의 출동 건수는 연평균 5954회에 달한다. 이 기간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재난 현장에서 구조해 낸 인원은 1만명이 넘는다.
소방헬기는 화재 진압과 구조ㆍ구급은 물론 산불과 실종자 수색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약하며 지상 대응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특히 산악ㆍ해상ㆍ도서 지역처럼 육상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는 더더욱 대체 불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방헬기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소방헬기는 대부분 외산 기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기체 간 호환성 부족과 높은 유지ㆍ관리 비용, 부품 수급 지연 등 현장 대응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복수의 외국산 기종이 혼재된 체계는 정비와 교육 등 시스템의 표준화가 어려워 항공안전 대응 속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산 소방헬기의 달라진 위상, 안전성과 성능은?
국내산 소방헬기의 도입 논의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KAI가 개발한 다목적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소방 임무에 특화된 헬기 제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도입 초기 소방 현장에선 수리온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의도적으로 도입을 피하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수리온이 군용으로 설계됐다는 점 역시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 민수용 항공기를 운용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성능을 입증받아야 한다.
바로 ‘감항증명’이란 절차다. 소방헬기는 민수용 항공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감항증명이 꼭 필요하다.
감항증명은 표준감항증명과 특별감항증명으로 나뉜다. 표준감항증명은 항공기가 항공법령에 따른 기술기준을 충족하면서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발급된다.
반면 특별감항증명은 연구ㆍ개발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목적에 따라 항공기 제작자 또는 소유자가 제시한 운용범위를 기준으로 제한된 조건에서 비행이 가능하다고 인정될 경우 발급된다.
수리온은 최초 군용으로 개발돼 ‘항공법’상 감항증명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방헬기로 운영하기 위해선 민수용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했기에 감항증명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소방에 처음 인도된 국산 헬기가 바로 제주소방안전본부의 ‘한라매’다.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특별감항증명을 받은 한라매는 최대 순항속도 270㎞/h, 비행거리 670㎞의 성능을 갖췄다.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수도권까지 이송할 수 있다.
![]() ▲ 제주소방안전본부가 가장 먼저 도입한 수리온 소방헬기 '한라매' |
한라매에는 응급의료장치(EMS Kit)를 비롯해 전자광학 적외선카메라와 호이스트(인명 구조인양기), 배면 물탱크 등이 장착됐다. 이를 통해 실종자 수색을 포함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라매가 실전 배치된 후 약 2년 만에 수리온의 위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남소방본부와 중앙119구조본부가 차세대 소방헬기로 수리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당시 경남소방본부와 중앙119구조본부는 KAI 측에 수리온의 형식증명을 요구했다. KAI는 절차에 따라 국토교통부 제한형식증명(Restricted Type Certificate)을 획득해 제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수리온은 기체 안전성을 공적으로 검증받으며 소방과 산림 등 민수 분야에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한 기종임을 증명해냈다.
KAI는 이후 소방의 헬기 운용 환경을 반영해 수리온의 기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12inch 대화면 시현 장치와 터치스크린 방식의 컨트롤러가 적용된 최신 통합항전장비(GARMIN G5000)를 비롯해 전파고도계(Radar Altimeter) 2세트, 전방추돌방지장치(TCAS2), 자동부유식비상신호발생기(ADELT), 능동형 진동저감장치(AVCS)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라크 첫 수출 성사, 민관 협업으로 소방헬기 수출길 ‘활짝’
국내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수리온 소방헬기는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과 이라크,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등 여러 국가와 긍정적인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소방청과 KAI는 지난 2020년 중앙119구조본부 소방헬기 계약을 계기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협업이 국산 소방헬기의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가장 먼저 수리온 소방헬기에 관심을 보인 나라는 필리핀이다. 필리핀 소방청은 2024년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참가해 KAI 부스를 방문했다. 당시 소방청은 필리핀 측에 수리온 소방헬기의 운용 사례와 기술력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했고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공유하며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최종 계약까지 성사되진 못했지만 필리핀과의 수출 협상은 수리온 소방헬기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엿볼 수 있는 외교적 접촉이자 평가 기회였다.
이라크는 우리나라 소방헬기의 첫 수출국이다. 수출 협상 과정에선 소방청이 실시한 실전과 같은 시범 훈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야간 비행, 산악 지형에서의 호이스트 구조 등 고난도의 임무 수행 능력이 시연돼 성능에 대한 큰 신뢰를 끌어냈다.
수출 규모는 약 1357억원이다. 무엇보다 우리 소방에서 운용 중인 수리온 소방헬기와 동일한 사양으로 계약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깊다. 단순 수출을 넘어 우리나라 소방헬기의 실전 운용 노하우까지 함께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 ▲ 수리온 소방헬기 계약에 앞서 이라크 관계자들이 중앙119구조본부를 방문해 시범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
![]() ▲ 수리온 소방헬기 계약에 앞서 이라크 관계자들이 중앙119구조본부를 방문해 시범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
키르기스스탄공화국과는 현재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지 평가단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엔 현지 환경에 특화된 맞춤형 시연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 소방청장과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비상사태부 장관이 면담을 하고 있다. |
![]() ▲ 키르기스스탄공화국 관계자들이 수리온 소방헬기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119구조본부를 방문했다. |
![]() ▲ 키르기스스탄공화국 관계자들이 수리온 소방헬기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119구조본부를 방문했다. |
소방청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공화국은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이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 유사 지형에서 수리온 소방헬기의 성능을 시연했다.
정밀한 호이스트 인양과 험준한 지형에서의 비행 안전성 등을 직접 확인한 키르기스스탄공화국 관계자들은 헬기의 성능뿐 아니라 운용 능력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키르기스스탄공화국에서는 소방헬기뿐 아니라 소방청이 보유한 격납고와 정비시설, 헬기 운용 시스템 등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시스템까지 수출한다… 소방청, 한국형 패키지 전략 추진
소방청은 소방헬기 수출을 단순한 장비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운영 노하우와 재난대응 시스템까지 포함한 ‘한국형 항공 시스템’ 패키지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수리온 소방헬기의 실질적 대상국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이다. 이 국가들은 지진과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고 산악과 사막, 도서 등 복잡한 지형적 특성으로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항공 구조를 위한 헬기 운용 능력의 한계와 통합 지휘체계 부재, 조종사ㆍ관제사 등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미비는 재난대응 시스템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실정이다.
이에 소방청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항공 시스템 구축 경험과 소방헬기의 실전 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국 여건에 최적화된 맞춤형 항공 시스템 패키지 수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패키지형 수출 전략은 ▲재난대응 항공 역량 강화 ▲항공 전문인력 양성 ▲항공 인프라 현대화 ▲정책ㆍ제도 수립 컨설팅 등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각국 지형에 맞춘 소방헬기 운용 훈련과 통합지휘체계 구축, 조종사ㆍ정비사 교육, 법제도 컨설팅, 과학적 안전관리체계(SMS)를 통한 기술 자문 제공까지 포함된다.
“한국형 항공 시스템 패키지 전략으로 소방헬기 수출 더욱 확대하겠다”
[인터뷰]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
윤상기 국장은 2024년 1월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에 임명됐다. 강원도소방학교장과 소방청 운영지원과장, 기획재정담당관, 행정안전부 소방정책관, 강원소방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윤상기 국장은 소방장비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방헬기 관련 정책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장비 체계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윤 국장은 소방헬기 국가 통합출동 시스템을 4개에서 12개 시도까지 확대 운영하는 정책을 주도하고 소방헬기 조종사 항공안전 특별교육의 정례화를 추진한 바 있다. 최근엔 소방헬기 수출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우리나라 소방항공 체계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119플러스>가 그를 만나 국산 소방헬기의 글로벌화 과정과 현안에 대해 물었다.
![]() ▲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 |
Q. 수리온 소방헬기는 민관이 협력해 수출까지 이뤄낸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소방헬기로서 수리온은 어떤가?
A. 수리온 소방헬기는 도입 초기부터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뢰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실전에 투입돼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은 외국산 헬기를 사용 중이었다. 현장 대원 사이에서도 신뢰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반면 국산 헬기인 수리온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단계였고 이로 인한 현장 대원의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인식을 극복하고 신뢰를 쌓기까진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실제로 소방청은 외국산 헬기 못지않게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KAI 측에 다양한 기술적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KAI는 이를 충실히 반영해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재설계했다. 심지어 자동회피 경보 기능(TCAS2)까지 탑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조종사와 정비사 사이에선 “외국산 헬기와 비교해도 성능과 조종 편의성 등에서 차이를 못 느낀다.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완성도가 크게 향상됐다.
Q. 소방헬기가 수출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소방청의 역할이 컸다고 들었다.
A. 수리온 소방헬기 수출은 필리핀부터 시작됐다. 최종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국산 소방헬기의 수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후 이라크와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키르기스스탄공화국에 이어 몽골과도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소방청의 꾸준한 해외 협력 노력이 있었다. 특히 소방차 양여사업은 소방헬기 수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소방청은 지난 2004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불용 소방차와 각종 소방장비를 지원해왔는데 지원 품목 중에는 화학차와 굴절차 같은 고가의 장비도 포함돼 있다.
양여 받은 장비는 현지에서 표준모델처럼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우리 장비를 다시 찾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수리온 소방헬기 수출 역시 우리나라 소방장비의 친근함과 신뢰성 구축의 연장선에서 얻어진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 ▲ 윤상기 국장이 수리온 소방헬기 구매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비상사태부장관에게 소방청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 |
Q. 소방헬기 수출 확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고 하던데.
A. ‘한국형 항공 시스템’ 패키지 지원 사업이다. 소방헬기를 수입하는 국가의 지리적 여건과 수요에 맞춘 항공 시스템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사업은 크게 네 가지 전략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헬기 운용 기술 전수다. 산악이나 해상 구조, 대형 화재진압 등 각국의 지리적 특성에 특화된 훈련과 전술을 집중적으로 전수해 소방헬기의 실전 운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두 번째는 소방헬기를 포함한 항공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ㆍ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휘 통제 시스템 구축 지원이다. 세 번째는 항공 전문인력 양성인데 조종사와 정비사 관제사 등 소방헬기 운용의 핵심 인력을 현지 훈련센터 설립이나 위탁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 수립을 위한 컨설팅도 병행할 예정이다.
네 번째는 항공 인프라 현대화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안전관리체계(SMS)를 도입하고 소방헬기 운항의 안전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장비를 수출하는데 머무는 게 아니라 해당 국가가 스스로 항공재난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 전체를 수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Q. 수출 성과가 의미 있지만 국내 소방장비 수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실무 국장으로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소방장비 수준은 어떤가.
A.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개인보호장비의 경우 제조사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품질도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소방차량과 진압장비 등은 선진 외국보다 성능이나 효율이 뒤처지는 현실이다. 특히 구조와 구급 장비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게 안타깝다.
Q. 국산화 유도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면 되지 않나.
A. 물론 정책적으로 국산화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유통업체가 지배하는 내수 중심의 시장구조로 인해 국산화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조달우수제품이라는 제도를 통해 예산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 규모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수출과 관련해선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협업해 연간 3~4억원 규모를 시장에 지원하고 있다. 이 역시 전체 산업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Q. 혹시 구상하고 있는 소방장비 국산화 정책이 있나.
A. 앞으로는 조달청이 시행하는 시범 구매사업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생각이다. 소방장비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하다. 신뢰가 없으면 국산화를 추진해도 시장이 형성되질 않는다. 실증 기반의 장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현장 반응에 기반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방장비와 관련된 R&D 역시 실용화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방침이다. 통상 3년짜리 연구과제가 진행되면 그중 1년은 시제품을 제작해 실증하는 단계로 구성하겠다.
Q. 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소방장비를 좋게 만들고 보강하려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돼야 하는 건 현장에서 실제로 잘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보급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현장자문단의 규모를 확대해 이들의 의견이 장비 구매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소방청은 현장 대원의 목소리를 최우선에 두는 장비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