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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방설계 분리발주로 새 이정표 제시한 SH

김대인 부장 “설계 품질 향상ㆍ불합리성 개선 위한 선택, 고품질 주택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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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7/25 [11:25]

[인터뷰] 소방설계 분리발주로 새 이정표 제시한 SH

김대인 부장 “설계 품질 향상ㆍ불합리성 개선 위한 선택, 고품질 주택 목표”

최영 기자 | 입력 : 2025/07/25 [11:25]

▲ 김대인 SH 건설사업본부 건축설계처 기전설계부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FPN


[FPN 최영 기자] =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화재안전을 위한 소방설계의 분리발주 체계를 본격화하며 소방설계 발주방식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시작한 소방 분야 설계 용역의 분리발주 체계는 품질 향상과 구조적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SH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김대인 SH 건설사업본부 건축설계처 기전설계부장은 “그간 SH의 소방설계 발주는 타 공종에 묶여 발주되는 방식이었는데 소방기계는 건축설계용역, 소방전기는 전기설계용역과 함께 분담이행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과거의 소방설계용역 계약 체계는 통합 용역 시행 시 나타나는 구조적 불합리성이 존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부장 설명에 따르면 소방설계는 건축 도면의 사업 승인과 기관 협의 과정에서 변경이 잦은 편이다. 분담이행 방식의 발주는 소방설계 업체의 독립적인 입찰 참여 기회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계와 전기로 나뉘는 소방 설계용역이 사실상 분리돼 있어 효율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김 부장은 “기계와 전기를 통합시켜 분리발주하는 체계를 전면 시행하면서 설계 품질을 대폭 올리는 계기가 됐다”며 “관련 전문 업계에도 공정한 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용역사에 대한 적정 용역비 지급과 사업 추진의 책임감까지 부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SH는 2023년 4월 ‘관악문화플라자 및 공공주택 복합화 사업’에 소방 기계ㆍ전기를 합쳐 다른 공종과의 분리발주를 처음 시행했다. 지금은 모든 프로젝트의 추정가격이 2천만원을 넘으면  소방 설계용역을 분리발주한다.

 

최근엔 15억원이 넘는 개포 구룡마을 소방설계 분리발주도 진행했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분리발주한 소방설계 금액 규모는 40억원에 달한다.

 

분리발주 시행 이후 SH 내부에선 실질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급 엔지니어의 참여가 활발해졌고 설계 대가가 더욱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되면서 소방설계 업계의 발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담이행에 따라 타 공종에 견인돼 오던 소방설계의 입지 역시 개선됐다.

 

특히 SH는 소방설계 분리발주가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계사의 발언권 확보에도 큰 이점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장은 “그간의 통합발주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공종과의 관계로 인해 소방설계 의견이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별도 계약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피난ㆍ방화계획에서 화재안전 전문성이 적극 반영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발주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PQ(입찰자격 사전심사)와 적격심사 점수 기준에 미달돼 정작 입찰 상위 순위 업체가 낙찰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실적 또는 인력 관리가 미비하거나 기술개발 투자 등에서 점수가 떨어지는 게 그 배경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소방설계 업계의 내실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방설계의 분리발주는 소방설계 업역 발전과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게 SH 판단이다.

 

소방시설 설계업계에서도 이 같은 SH의 변화와 노력에 환호하고 있다. 소방전문 설계업체인 (주)한백에프앤씨 박종아 대표는 “설계 분리발주는 소방시설이 효율적인 구조와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는 곳에 적정하게 배치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방설계의 지위 확보로 효율과 안정화를 동시에 찾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동섭 (주)건일방재 대표는 “무엇보다 적정 금액으로 안정적인 설계용역을 받을 수 있다보니 업무를 배정하는 데 있어서도 고급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곧 소방설계업의 발전과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SH는 소방설계 분리발주의 영향이 단순히 발주 체제 변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SH가 관리하는 26만 호가량 임대주택의 화재안전을 위한 기초적 품질을 확보해 시민 주거 생활공간의 안전성을 높이는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대인 부장은 “설계 품질은 곧 화재안전 시설의 출발점이자 서울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며 “좋은 품질의 설계는 완성되는 소방시설의 품질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어 화재안전 시설의 성능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SH는 소방설계영역의 제도 발전 방향을 그려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능위주설계의 과업비 명확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현재 소방설계 대가는 정보통신 품셈을 준용한다. 일반설계와 성능위주설계의 업무량이 동일하게 산정되는 비현실적인 구조다. 이로 인해 실제 심의 준비와 시뮬레이션 등 추가 업무는 고스란히 설계사가 부담하게 된다.

 

SH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성능위주설계 관련 품셈 제정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안건은 현재 연구 과제로 채택돼 올해 중 성과로 나타날 전망이다.

 

김대인 부장은 “현재는 견적 방식으로 성능위주설계 심의 관련 과업비를 책정하고 있어 적정한 과업 대가를 가늠하기 힘들고 발주처 입장에서도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품셈이 제정되면 설계사도 안정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는 앞으로도 이러한 자체 노력과 제도 개선을 견인해 ‘안전하고 행복한 고품질 주택 건설’이라는 목표를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성능위주설계 용역비 기준 정립과 설계사의 역량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부장은 “소방설계 분리발주 제도의 성공은 SH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민간 설계업계와 제도 기관의 협력이 절실하다”며 “설계사가 기술 개발과 전문성 확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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