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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급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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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1/04/20 [09:20]

일본 구급 시스템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1/04/20 [09:20]

일본 구급대

일본의 구급대는 지방공공단체 소방국 소속입니다. 구급대장과 기관원, 구급대원 총 3인이 탑승하며 최소 1인 이상의 구급구명사가 탑승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세 명의 구급대원이 탑승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 거의 유일합니다. 업무 범위도 한국과 비슷하며 응급처치 범위가 굉장히 제한적이라 현장에서 오래 체류하는 것보다 빠른 이송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구급차 두 대가 동시에 출동하는 다중 출동 시스템은 없고 펌프차가 구급 현장에 같이 출동하는 PA 연계 시스템(펌프차+앰뷸런스)을 운용 중입니다. 펌프차가 구급 현장에 출동하는 경우는 한국의 펌뷸런스 시스템과 유사합니다.

 

구급차 출동으로 인해 관할 구급 공백이 발생하거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안전확보가 필요한 상황, 계단이 많은 건물 또는 높은 건물에서 환자 이동에 어려움이 있을 때 펌프차가 출동합니다.

 

▲ [그림 1] (왼쪽부터)도요타 하이메딕(출처 car.watch.impress.co.jp), 닛산 파라메딕(출처 magandaku.com)

 

구급차는 고규격(高規格) 형식의 구급차가 운용되는데 기존 구급차보다 더 높고 전문적인 응급처치 장비를 적재할 수 있습니다. 90% 정도가 도요타 하이메딕 구급차이며 닛산 파라메딕, 혼다 구급차도 배치돼 있습니다.

 

한국의 그랜드 스타렉스 구급차보다 50㎝ 정도 더 길어 구급대원이 환자 머리 위쪽에 앉아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통 승차정원이 7명이라 한국보다 많은 인원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구급차량에 적재된 장비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일반형 제세동기와 수요 밸브 소생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 응급처치 시 휴대용 산소 가방에 수액과 성문상 기도기 등 필요한 장비를 한꺼번에 들고 다닙니다.

 

구급구명사

일본의 구급구명사는 1991년 구급구명사 법이 제정되면서 1992년부터 구급대에 배치됐습니다. 한국의 1급 응급구조사와 거의 비슷한 자격이며 2급 구급구명사는 없습니다.

 

2년과 3년, 4년 교육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문학교나 기술학교 졸업 후 소방 구급대, 자위대, 병원, 사설 구급 업체 등에 취업하게 되는데 졸업 인원의 60% 정도가 소방 구급대에서 근무합니다.

 

일반 소방대원도 5년 이상 또는 2천 시간 이상 근무하게 되면 6개월간 구급구명사 양성 교육을 받고 구급구명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시험 합격 후 160시간의 병원 실습이 필요합니다.

 

구급대원은 소방대원과 다른 복장을 착용하는데 평소에는 회색 유니폼, 출동 시에는 하늘색 일회용 가운을 입고 출동합니다. 일회용이지만 예산 문제로 여러 번 착용한다고 합니다. 헬멧은 출동 시에만 쓰고 귀소 상황에서는 모자를 착용합니다.

 

▲ [그림 2] (왼쪽부터)일본 구급대 평상시 복장, 출동 시 헬멧과 하늘색 가운 착용

 

구급구명사의 특정 행위

구급구명사의 업무범위 중 ‘기관 내 삽관’과 ‘성문상 기도기 삽입’, ‘정맥로 확보’, ‘포도당 투여’, ‘에피네프린 투여’ 등 다섯 개의 처치를 ‘특정 행위’라고 합니다. 의사에게 의료지도를 받고 수행해야 합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특정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선 해당 술기에 대한 교육을 병원에서 이수하고 인증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일본 소방 구급대에서는 구급구명사 채용 시 병원 근무 경력이 필요하지 않은데 졸업 후 이런 술기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구급차에 탑승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실습과 평가를 받는 겁니다.

 

업무 범위 비교

1. 기도 관리

전문기도관리 시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현재 일본 대부분은 후두 튜브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관 내 삽관 시행 비율은 약 10% 정도입니다.

 

일본은 2004년부터 기관 내 삽관을 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변경했습니다. 단, 심정지나 호흡 정지 상황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심정지 상황에서만 기관 내 삽관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표 1] 기도 관리 업무 범위 비교

 

2. 약물 투여

일본도 구급대원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에피네프린과 포도당 두 가지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에피네프린은 2006년부터, 포도당은 2014년이 돼서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구급대원 업무 범위가 변경되면 간호사와 1급 응급구조사 모두 진통제와 에피네프린 투여가 가능해집니다.

 

▲ [표 2] 약물 투여ㆍ순환계 접근 업무 범위 비교

 

3. 기타 업무 범위

그 밖의 업무 범위는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분만 상황에 대한 처치가 좀 더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신생아 환자는 의사가 동승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정신과 질환이나 재택 요양 중인 환자에 대한 간단한 처치도 구급구명사가 할 수 있습니다.

 

▲ [표 3] 기타 업무 범위 비교


구급구명사의 업무 범위 변경

2001년 아키타와 야마가타, 아오모리, 니가타현 등 일본 북부의 구급대원들이 의사 지시 없이 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을 하고 있는 게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소방국에서는 구급차의 기관 내 삽관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구급대원에겐 감봉 징계와 2주간 재교육 연수를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동정 여론이 커지면서 아키타시의 시장까지도 “불법 행위지만 가족이 심정지 상태라면 현장에서 기관 내 삽관을 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키타시 심정지 환자의 1개월 생존율은 11.52%에 달해 전국 평균보다 2.5배 높았는데 지역 응급실의 의사들도 구급대원에 의한 기관 내 삽관에 대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관 내 삽관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구급대원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구급구명사의 기관 내 삽관 수행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2004년부터 일정 실습 후 인증 평가를 통과하면 구급대원이 기관 내 삽관을 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가 변경됐습니다.

 

2005년 아키타현의 한 구급대가 10대 심정지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구급차 내 제세동기가 작동되지 않아 병원 도착 후 응급실 에 있던 제세동기로 환자에게 수동 제세동을 시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구급대원은 구급구명사 법에 따라 입건됐습니다.

 

일본의 구급구명사는 병원 밖 현장과 구급차 안에서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정돼 있는데 병원 응급실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했다는 점과 더구나 수동 제세동을 시행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아래 업무 범위 변경 사항과 년도를 보면 일본이 얼마나 변화에 느린지 알 수 있습니다.

 

- 2003년 제세동 가능(이전까지는 의사에게 전화로 지도받고 제세동)

- 2004년 기관 삽관 가능(인증 필요/특정 행위)

- 2006년 아드레날린 투여 가능 (인증 필요/특정 행위)

- 2009년 환자가 소지한 에피펜 사용 가능

- 2014년 정맥로 확보ㆍ수액 투여(심정지 상황에서만 가능)

- 2014년 포도당 투여(저혈당 환자)

- 2018년 심정지 이전이라도 정맥로 확보 수액 투여 가능

 

구급구명사의 업무 범위 확대

▲ [표 4] 구급구명사 업무 범위 확대안

일본도 구급구명사가 병원 내에서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거의 없어 간호조무사에 준하는 업무를 합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구급구명사의 업무 범위 확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 내용은 구급구명사가 병원 내에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함인데 병동이나 응급실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구급구명사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게 현재 일본 의사협회나 의료단체의 의견입니다.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 구급구명사가 병원 구급차에 탑승하거나 응급실, 병동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투여 또는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소방 구급대에 간호사를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 [그림 3] 출처 m3.com


특별 구급대, 닥터카, 닥터헬리

일본은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를 확대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의사가 적극적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닥터카와 닥터헬리가 운용되고 있으며 병원 전 단계에서 오랫동안 의사에 의한 전문적인 처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 [그림 4] (왼쪽부터)닥터카(출처 sanspo.com), 닥터헬리(출처 keijinkai.com)

 

최근엔 특별 구급대를 운영하는 지역도 있는데 인근 구급 구명 센터(한국의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의사가 간호사와 같이 구급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해 현장에서부터 전문적인 처치를 제공하며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특별 구급대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출동합니다.

 

• 심정지 또는 중증외상 환자

• 환자 구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 다수 환자가 동시에 발생해 중증도 분류가 필요한 경우

• 동승한 의사 또는 소방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일본 심정지 환자 소생률

▲ [그림 5] 2017년 일본 심정지 환자 구명률(출처 prtimes.jp)

 

[그림 5]는 2017년 일본 전국 도도부현의 심정지 환자 구명률(순환, 호흡, 의식 회복)을 색상으로 구분해 놓은 겁니다. 연두색이 소생률이 높은 지역이고 빨간색이 낮은 지역입니다.

 

일본 전국 평균 소생률은 7.2%입니다. 후쿠오카현 12.4, 시마네현 11.7, 이시카와현 10.3% 순이며 도쿄는 5.6%로 매우 낮습니다. 한국은 2016년 전국 평균 소생률 7.8%로 일본과 비슷한 추이입니다.

 

후쿠오카의 높은 심정지 구명률

일본에서 가장 심정지 구명률이 높은 지역은 후쿠오카현입니다. 2016년에는 약 20%의 구명률을 기록해 전국 평균 세 배 정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은 심정지 환자 처치 시 현장에서 오래 체류하지 않고 빠르게 이송하는 ‘Scoop and Go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데도 구명률이 높은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

 

후쿠오카현의 후쿠오카시는 인구 150만 명이 거주하는 평야 지대의 해안 도시입니다. 일본의 시 중에선 다섯 번째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 인구 밀집도가 높습니다. 소방서에서 현장까지 도착 시간이 전국 평균 두 배 정도 빠릅니다.

 

지역 내 성인 인구의 40% 정도가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실기 연습 등 약 세 시간 이상의 구급 교육을 받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수용하는 38개의 ‘구급 고시 병원’이 있으며 지역 내 골고루 분산돼 있어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구급 고시 병원으로 구성된 ‘응급 병원 협회’가 지역 내 환자의 90% 정도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구급 고시 병원이 심정지 환자를 받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구급대원은 지역 내 병원의 마취과 전문의에게 기관 내 삽관에 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실제 전신마취 환자를 대상으로 30회의 기관 내 삽관에 성공해야 현장에서 술기를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후쿠오카 시의 후쿠오카 대학 병원이나 후쿠오카 종합 병원, 후쿠오카 적십자 병원, 큐슈 대학 병원, 후쿠오카 와지 병원, 후쿠오카 기념 병원, 후쿠오카 시민 병원 등 여덟 개의 병원에 구급 워크스테이션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곳에는 구급차 한 대와 구급대원 한 명이 파견돼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인근 구급대와 병원 워크스테이션에 파견된 구급차에 의사가 탑승해 동시에 현장으로 출동하게 됩니다.

 

후쿠오카 소방서에 방문해 구급대원과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 출동 시 현장에서 얼마나 체류하고 제세동을 몇 번까지 시행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바로 싣고 간다. 제세동은 한 번 한다”였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었겠지만 이렇게 현장 체류 시간을 최소화하고 빠른 이송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지역 내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민의 목격자 심폐소생술과 일반 제세동기 적용이 제공되고 소방서에서 현장까지 아주 빠른 시간에 도착해 구급대원에 의한 고품질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이 시행됩니다. 또 지역 내 응급의학 전문의가 현장에서 구급대원과 전문적인 처치를 수행하는 게 곧 높은 구명률로 나타나는 겁니다.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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