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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가항만 화재 대응력 높인다” 부산ㆍ울산에 500t급 소방선박 투입

부산 소방선박 노후화ㆍ방수능력 부족, 울산 전무 ‘선박 화재 대응 불가’
604억9200만원 투입해 이르면 2024년 중형 소방선박 각각 1대씩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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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9/24 [09:58]

[기획] “국가항만 화재 대응력 높인다” 부산ㆍ울산에 500t급 소방선박 투입

부산 소방선박 노후화ㆍ방수능력 부족, 울산 전무 ‘선박 화재 대응 불가’
604억9200만원 투입해 이르면 2024년 중형 소방선박 각각 1대씩 배치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9/24 [09:58]


[FPN 박준호 기자] = 이르면 오는 2024년 부산과 울산에 500t급 중형 소방선박이 들어설 전망이다.

 

소방청(청장 신열우)은 올해부터 국가항만 소방선박 도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증액한 관련 예산안이 올해 말 국회 문턱을 넘으면 우리나라 최초의 중형급 소방선박에 대한 정부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4년으로 계획된 사업 예산은 총 604억9200만원으로 부산신항과 울산항에 배치될 500t급 소방선박 2척의 설계비 12억원과 건조비 592억92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오랜 기간 소방선박 도입에 힘쓴 소방청과 부산ㆍ울산소방은 관련 예산안 편성으로 향후 진행될 사업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선박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 도시에 소방선박이 도입될 경우 지역 내 화재 안전성을 한층 두텁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 물동량 6위 부산ㆍ액체 화학물질 운반 전국 1위 울산

부산소방재난본부(본부장 이흥교)에 따르면 2019년 부산항엔 대형 컨테이너 2199만2천TEU가 오갔다. 이는 세계 6위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의 75.2%를 차지한다. 해마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소방은 내년엔 2400만개, 2040년엔 3579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엔 화재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물질이 상당수 존재한다. UN 국제해상위험물규칙 기준을 살펴보면 2019년 부산항에 1218종, 1620만9천t의 위험ㆍ유해물질이 유통됐다. 이 중 화재ㆍ폭발 위험성이 있는 1~6류 위험물은 절반(859만2천t)이 넘었다. 언제 어디서든 선박 화재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부산소방 설명이다.

 

울산도 부산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울산은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1억6400만t의 액체화물을 처리했다”며 “동북아 오일ㆍ가스허브항 사업 추진으로 석유와 가스제품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박 화재 위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1950년대부터 해상화재 대응했지만 노후화로 한계

▲ 부산신항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미군이 사용하던 상륙함을 인수한 부산은 1955년부터 본격적인 해상 소방활동을 펼쳤다. 1977년 국내 최초로 화재진압 전문 선박을 건조했다. 화재는 물론 구조와 구급활동까지 할 수 있는 다목적 100t급 소방선박을 1996년과 1999년 각각 1척씩 도입해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컨테이너선이 대형화되면서 현재 보유 중인 소방선박으론 선박 화재진압에 한계가 따랐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현재 운용 중인 소방선박은 모두 건조된 지 20년이 넘었고 방수 높이가 30m밖에 되지 않아 최상층이 70~80m인 초대형 선박 상단엔 닿지 않는다”며 “게다가 풍랑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출항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내에 양압 보호구역이 없어 대원들이 위험ㆍ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중형 소방선박 도입이 절실했지만 지방 소방본부 사업비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소방선박 ‘0’ 울산, 2019년 선박 폭발사고로 도입 필요 절감

▲ 2019년 18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염포부두 선박화재  © 소방청 제공

 

2019년 9월 울산항 염포부두에서 케미칼 운반선 폭발사고가 발생해 18명이 다치고 56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 불은 발생한 지 무려 18시간 30분 만에 꺼졌다. 화재진압이 이렇게 오래 걸린 건 소방선박 출동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울산에도 해경이 소형 소방정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형 선박 화재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부산해경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경비함정이 울산항까지 오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울산소방에선 소방선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울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군)도 “선박 화재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울산항에 소방선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관련 부처 수차례 설득 끝 예산 296억원 편성

▲ 중형 소방선 방수 예상도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2017년 정부는 공공기관 관공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시행하는 환경규제에 발맞추고 당시 악화된 국내 조선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소방은 500t급 친환경 소방선박 도입을 목표로 국비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 뉴욕소방의 ‘Three Forty Three’호를 롤모델로 삼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를 직접 찾아 국비 지원을 요청했고 지역 국회의원에게도 수십 차례 건의한 결과 조금씩 소방선박 건조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국비를 지방 관공선에 지원한 사례가 없어 중앙기관인 소방청 국가직접사업으로 확정돼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삼고초려 끝에 예산을 확보했지만 해상환경 변화에 대응 가능한 소방선박을 건조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소방청과 부산ㆍ울산소방은 서로 협력해 기획재정부를 수차례 찾아가 설득한 결과 최초 예산 242억원에서 54억원 증액한 296억원을 편성할 수 있었다. 이는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소방청은 소방선박 건조와 발맞춰 소방선박에 탑승하는 소방대원이 근무할 소방정대 청사 신축사업도 진행한다. 내년까지 설계를 마친 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다. 부산은 부산신항 소형선박 부두 내 지상 3층, 1200㎡ 규모로, 울산은 울산항 내 990㎡, 지상 3층으로 청사를 구축할 예정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소방선박은 어떤 모습?

▲ (좌)미국 뉴욕소방‘Three Forty Three’호와 (우)싱가포르 소방 Red Sailfish호(580t급)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최근 건조된 해외의 소방선박들은 500t급으로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다. 이 소방선박들은 대용량 방수능력을 갖췄고 빠른 출동을 위해 고출력 엔진을 탑재했다. CRBN(화생방ㆍ핵무기)에 대비해 양압설비와 공기정화시스템, 해상 인명구조ㆍ구급시스템도 강화했다.

 

2010년 도입된 뉴욕 소방선박 ‘Three Forty Three’호는 500t급으로 분당 18만9270ℓ의 방수능력을 자랑한다. 이는 소방차 50대 분량이다. 총 12대의 방수포를 탑재했으며 방수거리는 최대 213, 높이는 130m다.

 

독일소방의 ‘Branddirektor Westphal’은 2018년에 도입됐다. 500t급으로 1분에 12만ℓ의 물을 방수할 수 있고 방수거리는 최대 180, 높이는 110m다.

 

2019년 배치된 싱가포르의 ‘Red Sailfish’는 580t급으로 최대 방수거리는 200m, 높이는 120m에 달한다. 방수포 12대가 분당 24만ℓ의 물을 뿌릴 수 있다. 최대 속도는 33㎞/h로 빠른 기동성을 갖췄다.

 

소방청 관계자는 “부산과 울산에 배치될 소방선박의 구체적인 설계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뉴욕과 독일, 싱가포르 등의 소방선박과 동급인 500t급으로 건조할 예정”이라며 “차질 없이 진행해 국가항만 화재 대응력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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