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브라더스
미국의 유명배우 톰 행크스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참여해 만든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에서 활약한 미군 공수부대의 활약상을 드라마로 옮긴 건데 파트 6 ‘바스통(Bastongne)’라는 부분에 등장하는 의무병 스토리가 있습니다.
공수부대 의무병인 유진 로(Eugene Roe)는 전선에서 고립돼 후방의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에 놓입니다. 마지막 남은 진통제(모르핀)와 각종 응급처치 물품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는데 이 ‘진통제’가 이번 호에서 풀어낼 주제입니다.
진통제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낮추고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해열효과도 있습니다.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날 때, 몸살이 나거나 생리통이 있을 때 약국에서 쉽게 사서 복용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받거나 통증이 극심할 땐 센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픔을 느끼는 종류와 강도, 병에 따라 또는 손상의 정도에 따라 사용하는 진통제가 다릅니다. 아프면 일차적으로 느끼는 게 통증입니다. 병원 감기약에도 흔히 진통제가 처방되곤 합니다.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어느 정도 먹다가 그만 먹으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속 쓰림이나 붓기, 메스꺼운 증상이 있어 장기 복용을 피하고 싶은 게 대부분의 생각입니다. 진통제를 크게 구분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약성 진통제: (진통 효과만 있음) 모르핀, 페치딘, 펜타닐, 트리돌(준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됨) 등 2. 비마약성 진통제 1) 소염 진통제: (해열 작용이 거의 같이 작용)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2) 해열 진통제: (소염 작용은 거의 없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80% 특별구급대 운영 교육자료 ‘통증평가와 비마약성 진통제’ 부분을 보면 급성통증은 응급실에 방문하는 모든 환자의 80%가 1차 주 증상으로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통증 관리에 관한 연구와 정보가 계속 증가하는데도 통증에 대한 과소치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가 통증에 대한 과소치료에 노출돼 있는데 특히 하위집단이나 노인, 아주 젊은 층,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이 더욱 심하다고 합니다.
특별구급대 업무지침에 따르면 약물 오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급성통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보류하면 안 됩니다.
상처 치료와 동시에 통증 치료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해야 합니다. 특정 환자에게 필요한 통증 조절 범위와 정도를 일반화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이 진행 중인 심장허혈의 지표면에 대한 목표는 모든 통증을 제거하는 게 올바른 방법입니다. 외상을 당한 환자에게는 환자 개인적, 문화적 신념에서 더 많은 고통을 견딜 수도 있을 겁니다.
통증의 전달경로 통증의 전달경로는 말초신경계(통각 수용기, C 섬유, 자유 신경 말단)에 유해 자극이 가해지면 척수로 신호가 전달됩니다.
척수 후각의 신경세포는 여러 말초신경과 기타 감각 자극의 입력을 통합하고 조절합니다. 이어 중추신경(시상하부, 시상 핵, 변연계 등)으로 전달되고 추가로 통합 처리해 통증에 대한 인식을 유발합니다.
양귀비를 재배하고 그 즙을 채취해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무덤과 문서에도 아편은 통증을 억제하거나 수면을 유도하는 약, 그리스에서는 슬픔을 잊는 약, 로마에서는 수면과 죽음의 상징으로 사용됐습니다. 이처럼 아편은 인류 역사와 같이 오랜 시간 사용돼 왔음을 알 수 있는 기록들이 있습니다.
18세기 이후 수많은 학자에 의해 아편 효능을 찾아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이 중 최초 업적은 독일의 약학자 제르튀르너(Friedrich Wilhelm Adam Serturner, 1783~1841)입니다.
16세부터 약국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작은 실험실에서 아편 성분을 분리하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여러 유기용매에 아편을 녹이던 중 암모니아에 녹이면서 흰색 결정체가 생기는 걸 발견합니다.
이를 개와 쥐에게 투여해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를 확인합니다. 또 스스로에게도 인체실험을 해본 결과 본인이 얻은 추출물이 아편의 효능을 나타내는 핵심물질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이물질을 그리스 신화 꿈의 신 ‘모르페우스(Morpheus)’의 이름을 따서 ‘모르핀(Morphine)1)’이라고 명명했습니다. 1806년 연구 결과를 약학회지에 발표하고 1827년 Merck에 의해 상용화됐습니다.
1870~1871년 프로이센ㆍ프랑스 전쟁 때 다친 군인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모르핀을 의료용으로 사용했습니다. 끔찍한 통증을 줄여주는 모르핀은 환자 치료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통증뿐 아니라 죽음의 공포도 줄여주는 의약품으로 아스피린, 페니실린과 더불어 인간이 개발한 3대 의약품으로 불립니다.
모르핀은 잠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진통 효과도 뛰어납니다. 강한 황홀감을 일으켜 진통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진통 작용을 강하게 하긴 쉬우나 탐닉성을 없애기는 어렵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파라세타몰은 해열진통제입니다. 1877년 존스홉킨스대학의 하몬 모스(Harmon Morse)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최초로 합성했습니다.
1887년 약리학자 오제프 메링(Joseph Mering)이 환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바이엘의 페나세틴(1887년부터 사용됐으며 1970년대 사용 중단)이 인기를 얻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임상 실험은 1893년에 실시했고 해열진통 작용으로는 우수하지만 메트헤모글로빈(Methemoglobin,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증) 부작용이 생겨 폐기됐습니다.
이 실험은 메링이 주도했는데 불순물이 들어가 있어 결과가 잘못 나온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메링은 당시 최고의 권위자였기에 아무도 이 실험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메링의 실험 결과는 무섭게도 50여 년이 넘게 정설로 이어져 오다 1947년 미국의 데이비드 레스타(David Lester)와 레온 그린버그(Leon Greenberg)가 아세트아미노펜이 다른 약의 대사물질이라는 증거를 찾았습니다.
그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을 쥐에게 고용량으로 먹여도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불순물인 페닐하이드록실아민(Phenylhydroxylamine)이 유발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진통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며 1949년 페나세틴이 인체에서 대사돼 아세트아미노펜이 된다는 것도 알아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1953년 미국에서 처음 판매됐습니다. 아스피린과 달리 어른에게 위궤양을 일으키지 않는 약이라고 광고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간 가장 유명한 상품은 타이레놀(Tylenol)로 1955년 드디어 해열진통제로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타이레놀은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약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아스피린의 판매량을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소염효과가 없고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적은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제를 대표하는 약입니다. 이런 장점에도 과량 복용하면 간독성을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하루 최고 미국은 3천㎎, 우리나라는 4천㎎으로 높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해열 효과는 중추 신경계의 프로스타글라딘(prostaglandin, PG)2)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나타납니다. 더불어 세로토닌(Serotonin)3) 작용에 영향을 미쳐 진통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3월 유럽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4)이 퇴출당했습니다. 서방정의 약물 작용 기전상 용법과 용량을 준수하지 않으면 간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다량의 타이레놀을 복용한 뒤 술을 마셔 급성 간부전을 일으켜 자살용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약물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편리함도 좋지만 약물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해열효과는 중추 신경계의 프로스타글라딘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나타납니다. 더불어 세로토닌(Serotonin) 작용에 영향을 미쳐 진통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트리마돌(Tramadol)
트리마돌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오피오이드(Opioid)계 진통제의 일종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처럼 해열ㆍ진통 작용을 같이하는 게 아닌 통증에만 작용합니다. 1977년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탈리도마이드’를 생산한 제약회사)이 처음 개발해 ‘트라말(Tramal)’이라는 이름으로 시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한양행에서 그뤼넨탈과 기술제휴를 맺어 ‘트리돌’이라는 브랜드로 생산ㆍ수입ㆍ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이 시판됩니다.
암성 통증이나 류마티스성 관절염, 근골격계 질환 통증, 수술 후 통증 등을 덜어주고 해열작용은 없습니다. 반드시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입니다.
주사와 먹는 약 두 가지로 인체 내 반감기는 2~3시간입니다. 병원에서 많이 처방되는 진통제 중 하나로 타이레놀과 아스피린보다 진통 효과는 비교적 크지만 모르핀 등 타 마약성 진통제보단 상대적으로 부작용이나 의존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용기전으로는 중추 신경계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뮤 수용체(μ receptor)5)에 달라붙어 통증을 못 느끼게 합니다. 이런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약품을 바로 아편이라고 합니다.
트리마돌은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진 않지만 약사회에서 권하는 준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돼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주의사항은 아편 계열 약물과 비슷한 기전으로 진통 효과를 내는 약물이므로 간혹 오랜 기간 복용하거나 투약하다 그만두면 금단증세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통 암성통증이나 근골격계 질환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준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돼 사용되므로 의존성이 낮고 금단 증상을 비롯한 신체적 의존보단 심리적 의존성이 높은 편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불면증과 초조함이 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어지럽고 졸린 증상, 토할 것 같은 느낌, 소화불량, 변비 등이 있습니다.
2.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 9차 개정판(2021년 12월)
비마약성 진통제는 염증이나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oxygenase)6)를 억제해 진통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입니다. 주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으로 통증을 억제합니다.
1) 약물 분류: 비마약성 진통제
2) 적응증 ① 중증ㆍ중증도의 급만성 통증 ② 진단ㆍ수술 후 통증
3) 금기증 ㆍ급성 알코올 중독 환자 ㆍ수면제, 진통제, 아편, 향정신성 약물 등 중추 신경계 작용 약물 중독환자 ㆍ심한 호흡 억제상태 환자 ㆍ두부 손상, 뇌의 병변이 있는 경우로 의식 혼탁의 위험이 있는 자 ㆍ모나아민옥시다제(MOA)7) 저해제를 투여받는 환자 또는 최근 14일 이내에 투약한 경험이 있는 환자 ㆍ중증 신장, 간장 장애 환자 ㆍ임부, 수유부 ㆍ12세 미만의 소아 ㆍ편도절제술,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18세 미만 소아에서 수술 후 관리 ㆍ이 약 또는 구성 성분, 아편에 대한 과민증이나 그 병력이 있는 환자 ㆍ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간질환자 ㆍ마약 금단 증상 치료 목적의 사용 ㆍ유전적으로 갈락토오스 불내증을 가진 환자
4) 부작용 ㆍ발작 ㆍ과민증: 쇼크, 아나필락시스 등의 과민증상, 가려움, 두드러기, 기관지 경련, 혈관부종 ㆍ호흡기계: 호흡 곤란, 천식의 악화 ㆍ중추 신경계: 졸음, 수면, 두통, 두중감, 흥분, 진전, 이명, 양손의 저린감 등 ㆍ소화기계: 구역, 구토, 복부 팽만감, 복명, 복통, 식욕부진, 변비 등 ㆍ근골격계: 고긴장증, 운동 약화 ㆍ비뇨 생식계: 빈뇨, 폐경 증후군, 배뇨 장애, 월경 장애 ㆍ피부: 두드러기, 간지러움, 발진 등
5) 약물 용량ㆍ용법 ㆍ성인 ㆍ염산트라마돌로써 1회 50~100㎎을 정맥주사 또는 근육 주사한 후 필요에 따라 4~5시간마다 반복 주사. 1일 최고 400㎎까지 투여 가능
이번 호에서는 구급 현장에서 사용되는 의약품 중 진통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실 약리학은 너무 어렵고 복잡합니다만 우리 구급대원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의약품을 제대로 알고 환자에게 투여하길, 기본이 탄탄해지길 바랍니다.
1) 모르핀은 아편의 주요 성분인 알칼로이드이며 아편 진통의약품이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중추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며 급성통증과 만성 통증에 모두 사용한다. 심근경색이나 통증 때문에 자주 사용. 화학식: C17H19NO3, 녹는점: 255℃, 끊는 점: 254℃, 용매: 물, 알코올
2) 생체 내에서 합성된 몸의 기능을 제어하는 호르몬 물질. A~H까지 8족으로 분류. 모세혈관 확장 작용, 위액 분비 억제 작용, 기관지 근육의 수축/이완 작용 등 생리적 작용을 함.
3)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의 하나. 행복감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느끼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복잡한 신경전달물질
4) 일반 제형보다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도록 특수 설계된 제형을 갖춘 약물. 장점으로는 약물이 치료 혈중 농도에 도달한 후 일정 시간 지속된다는 점, 일반 제형의 약물보다 복용횟수가 적다는 점, 약물에 따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춰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약용량 또는 투여계획의 조절이 어렵고 전체 양이 한꺼번에 방출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물과 함께 그냥 삼켜야 하며 절대 나누거나 씹어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또 용법과 용량을 잘 지켜야 한다.
5) 뇌와 척수에 분포하는 아편양 수용체 가운데 하나. 진통 효과, 행복감, 호흡 억제, 느린 맥박에 반응을 일으키는 수용체
6) 고리형 산소화 효소. 염증 반응 따위를 매개하는 프로스타글라딘 합성의 제1단계를 촉매하는 산화 효소
7) 모노아민류의 산화적 탈아미노화에 관여하는 효소. 구리를 함유하는 pyridoxal 효소인 것으로 밝혀짐.
참고문헌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소방청) 응급의학(대한응급의학회. 군자출판사)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정승규. ㈜반니) 약의 역사(대표 저자 김규원. 범문에듀케이션) 한눈에 알 수 있는 약리학 제8판(임동윤. 범문에듀케이션) 특별구급대원 전문교육 자료
경남 합천소방서_ 반명준 : emtbmj@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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