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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하는 약 이야기

구급의약품 이야기-Ⅱ

경남소방교육훈련장 반명준 | 기사입력 2021/06/21 [10:00]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약 이야기

구급의약품 이야기-Ⅱ

경남소방교육훈련장 반명준 | 입력 : 2021/06/21 [10:00]

니트로글리세린(설하용) 

영화나 드라마에서 심한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을 보면 우리나라와 서양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목덜미를 만지며 쓰러지지만 서양은 가슴을 움켜쥐고 앞으로 고꾸라지곤 합니다.

 

그다음에 우리나라는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서양은 보호자들이 재빨리 입안에 무슨 약을 넣어주는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우리나라는 뇌졸중을, 서양은 협심증이나 심장발작을 떠올려 서로 다른 장면을 연출하는 겁니다. 서양인들이 먹는 혀 밑으로 넣는 약은 ‘엔지(NG)’라고 불리는 협심증 치료제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e)’입니다.

 

 

 

‘가슴 통증은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불변의 법칙이지만 좀 어렵게 표현한다면 나이트레이트(nitrate) 계열의 약물입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약물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화약(火藥)이라고 합니다. 

 

▲ 출처(www.nobelprize.org)

1846년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의 화학자 소브레로(Ascanio Sobrero, 1812~1888)는 글리세롤(glycerol)1)을 질산(HNO3)과 황산(H2SO4) 화합물에 반응시켜 파이로글리세린(Pyroglycerin)2)이라는 강력한 액체폭약을 발명했습니다.

 

개발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위험성만 계속 강조하다 보니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벨이 남다른 관심을 가졌습니다. 노벨은 스웨덴의 화학자 펠루즈 교수로부터 화약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10년 뒤 고향으로 돌아가 니트로글리세린 사업을 벌여 마침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체형태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3)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노벨은 엄청난 부를 축적합니다. 소브레로의 공을 가로채 쉽게 성공한 건 아닙니다.

 

1864년 폭발사고로 사랑하는 동생을 잃기도 했지만 첫 개발 당시 위험성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웠던 니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로 만들었습니다.

 

노벨은 늘 니트로글리세린의 발견자는 소브레로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 머렐(William Murrell)(en.wikipedia.org/wiki/William_Murrell)

영국 런던의 의사 머렐(William Murrell, 1853~1912)은 1878년 니트로글리세린을 협심증 환자에게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는 1879년에 발표했습니다. 소브레로가 니트로글리세린을 발견한 지 약 33여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머렐 박사는 가장 효과적인 니트로글리세린 투약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혀 아래에서 천천히 녹이는 겁니다. 이는 130년이 지난 지금도 응급상황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아버지 소브레로는 니트로글리세린이 ‘평화적이고 인도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걸 알게 됐고 머렐 박사가 협심증 치료제 사용에 관해 개발한 내용을 발표한 후 9년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다른 니트로글리세린의 아버지 노벨은 말년에 협심증을 앓았는데 그때 그의 이야기입니다.

 

‘심장 질환 때문에 이곳 파리에서 적어도 며칠은 더 머물게 될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이 질병 때문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받았네. 이야말로 운명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의사들은 화학자나 일반인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니트로글리세린을 트리니트린이라고 부른다네’

 

노벨은 협심증 때문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받았지만 본인이 개발한 폭약의 원료이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폭약을 치료약으로 먹는 게 불편했는지 처음엔 투약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트리니트린으로 명칭을 변경해 투약했으나 노벨은 끝까지 복용하지 않았고 1896년 심장마비가 아닌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월요병 vs 일요일 심장발작
니트로글리세린은 첫 발견 이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방면으로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때론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인들은 전장에서 니트로글리세린을 부지런히 ‘써야’했고 후방에서는 화약공장에서 부지런히 ‘싸야’하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또 니트로글리세린을 다루는 현장에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화약을 포장하는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월요일이 되면 두통이 시작돼 하루 이틀이 지나면 없어졌습니다. 주말에 쉬고 다시 월요일이 되면 두통이 발생했고 일요일엔 심장발작으로 많은 근로자가 유명을 달리하는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를 통해 그 당시 의사들은 뭘 배워야 했을까요? 니트로글리세린을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질 수 있고 갑자기 약을 끊으면 심장발작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브레로의 발견으로부터 100여 년이 지나서야 약리기전이 밝혀졌습니다. 퍼치고트(Robert F. Furchgott, 1919~2009)와 이그나로(Louis J Ignarro, 1941~ ), 페리드(Ferid Murad, 1936~ ) 같은 과학자들은 니트로글리세린에서 만들어진 (일)산화질소(NO)가 혈관 안쪽에 붙어 내피세포에 작용하면서 혈관을 확장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들은 ‘심혈관계에서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일산화질소에 대한 연구 공로’로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출처(en.wikipedia.org)

 

부작용, 뜻밖의 효능(?)

1990년, 미국 제약사 화이자(Pfeizer.Inc)에서 새로운 협심증 치료제인 실데나필(sildenafil; UK-92, 480)을 개발합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손자뻘 되는 약이라고 합니다.

 

신약은 사용 허가를 받기 전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와 부작용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막상 실데나필의 임상시험에 들어가 보니 협심증 치료 효과는 미비하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부작용 때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뭘요, 그럴 수도 있죠. 어차피 못 쓰는 약인데 제가 갖고 가면 안 될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좀…… 쑥스러운데…… 발기가 아주 잘 된답니다. 그래서 약 좀 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약물은 원래 심장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뜻밖에 음경 혈관에서 최대의 약리효과를 보여줬습니다. 화이자에서는 연구 개발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도 많았고 발기부전 환자도 계속 증가함에 따라 용도를 협심증 치료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변경해 연구했습니다.

 

실패한 심장혈관 확장제는 1996년 음경 혈관 확장을 통한 발기부전 치료제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8년 3월 FDA 승인을 받아 세계 최초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Viagra)’4)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니트로글리세린 사용 시 이것만은 알아두자! 

평활근을 이완시켜 말초동맥과 정맥의 확장이 일어납니다(정맥에서 더 효과가 강함). 이는 심장의 전 부하를 낮춤으로써 심장의 산소 소비량을 줄여줍니다.

 

심장의 후부하도 어느 정도 감소시킵니다. 또 심장동맥을 확장시켜 허혈부위로의 곁 순환을 증가시킵니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제33조 관련) ‘1급 응급구조사는 흉통 시 니트로글리세린의 혀 아래(설하) 투여, 2급 응급구조사는 환자가 해당 약물을 휴대하고 있는 경우에 한함’에서 정제(Tablet) 형식으로만 오해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흐르고 다양한 형태의 약물이 나오면서 스프레이나 연고, 패치, 주사제 형식의 니트로글리세린이 생산ㆍ판매되고 있습니다.

 

▲ 출처 네이버 의약품 사전 (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41122&cid=51000&categoryId=51000, 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43310&cid=51000&categoryId=51000)

필자가 구급대에 근무하던 시절 스프레이 형식의 제품이 구급대에 보급됐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나?’라는 단순한 생각에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담당 사무관에게 전화로 문의했습니다. 

 

“법 제정 당시 정제(Tablet) 형식의 한 가지 제품만 만들었으나 지금은 여러 형태의 약물이 만들어져 시판되고 있습니다. 형태는 달라도 같은 목적, 같은 성분의 약물이면 무관합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현재 여러 형태의 제품이 판매되지만 119구급대에 허용된 형태는 정제(Tablet)와 스프레이뿐입니다.

 

1. 약물분류 혈관확장제

 

2. 적응증 협심증 치료, 울혈성 심부전(특히 심근경색과 연관된 경우)

 

3. 금기증

ㆍ니트로글리세린에 대한 과민반응

ㆍ녹내장 환자, 두부외상이나 뇌출혈, 중증 빈혈

 

ㆍ저혈압(수축기 혈압 90㎜Hg 이하), 분당 50회 미만의 서맥, 심부전이 없는 상태에서 빈맥(>100회/분) 환자에게는 설하정을 투여하지 않습니다.

 

ㆍ최근 24시간 이내 비아그라, 레비트라 등을 복용하거나 48시간 이내 시알리스를 복용한 경우 설하정을 투여하지 않습니다.

 

ㆍ설하정 투여 전과 투여 후 혈압을 측정해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감소한 경우 추가 투여를 금합니다.

 

4. 부작용

ㆍ순환기계 : 빈혈, 혈압강하, 열감, 홍조, 심계항진, 기립성 저혈압, 드물게 어지러움

 

ㆍ뇌 신경계 : 두통, 허약, 드물게 실신

ㆍ소화기계 : 구역, 구토 등

ㆍ기타 : 드물게 발한, 요실금, 변실금 등

 

5. 제형 백색의 원형정제

 

6. 약물 용량ㆍ용법

ㆍ급성 허혈성 흉통 : 니트로글리세린은 병원 전 1알(0.3~0.6㎎)을 5~10분 간격으로 3회까지 설하(혀밑)로 투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급대 도착 전 이미 3회 이상 복용했을 경우 추가 투여하지 않습니다.

 

7. 주의사항

ㆍ설하정은 내복으로 효과가 없습니다.

ㆍ어지러움으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앉아서 복용합니다.

ㆍ가임 여성이나 임부는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8. 약동학

ㆍ약물 발혈시간 : 1~3분(설하 투여), 2분(스프레이), 즉시(정맥주사)

ㆍ약물 최대효과 : 20~45분(설하 투여)

ㆍ약물 지속시간 : 30~60분(설하 투여/스프레이)

ㆍ약물 배설 : 간에서 분해돼 소변으로 배출 

 

9. 보관상 주의사항

니트로글리세린은 갈색병5)에 넣어 보관합니다.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해야 합니다. 휘발성이 있어 뚜껑은 잘 닫아 보관해야 합니다. 유효기간은 6개월 정도지만 3개월마다 확인하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스프레이 형식은 3년 정도입니다.

 

 


1) 순도 95% 이상이면 글리세린(glycerine)이라 부른다. 관장약으로 유명하지만 기침약이나 좌약, 아이스크림, 화장품, 과자, 빵 등에도 사용된다.

2) pyro는 그리스말로 ‘불(火)’이다.

3) dyno-는 그리스말로 ‘힘’, ite는 돌이라는 뜻이다.

4) 활기와 정력의 의미 비거(vigor) + 나이아가라(niagara)폭포의 합성어로 추정

5) 광분해 : 빛 에너지가 분자 간의 결합을 끊어주는 에너지로 사용되는 것. 분자 간의 결합을 끊을 정도의 에너지는 대략 근자외선에 해당하는 데 이 파장을 흡수하는 색상이 갈색이기 때문에 용기의 대부분이 갈색이다. 100% 빛을 차단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참고문헌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 지침(소방청)

 응급약리학(전국 응급구조과 교수협의회. 도서출판 한미의학)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정승규. (주)반니)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박지욱. (주)시공사)

 응급의학(대한 응급의학회. 군자출판사)

 1급 응급구조사를 위한 약물계산법(박소미. 도서출판 룩스)

 의약품 사전 www.health.kr

 

 

경남소방교육대_ 반명준 :  emtbmj@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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