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명수 의원실에서 실시한 공동주택 제연설비 실태조사가 2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방방재청이 해당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과 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조만간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국회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은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제연설비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대부분의 공동주택 제연설비가 실제 화재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까지 직접나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 같은 제연설비 논란은 지난 2년간 지속되어 온 쟁점사안으로 소방관련 기술인들 사이에서도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때문에 소방방재청의 판단에 따른 해당 문제의 후속조치 방향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가운데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후속조치 및 정밀검증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소방방재청 내부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장기간 동안 이명수 의원실에서 제기해 온 핵심적인 문제점은 무엇이고 최근 소방방재청이 수립한 제연설비 후속조치 계획 등을 살펴봤다.
2년 넘게 이어진 제연설비 부실 논란, 왜?
제연설비 부실 문제는 지난 2011년 실시된 국회 이명수 의원실의 실태조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공동주택에 설치된 제연설비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국회 이명수 의원실은 2011년 12월 20일부터 2012년 2월 29일까지 1차로 전국 45개소 아파트에 대한 제연설비 성능과 관리실태를 현장조사한 바 있으며 이 결과 3개소의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의 제연설비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현자 실태조사에서는 제연설비 설계도서에 반영된 제연 계산식에 계단실 창호도와 압력을 반영했음에도 소방시설 설계자와 시공, 감리자 중 어느 누구도 설계 내용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에서는 첫 실태조사 이후 2012년 6월부터 7월까지 최근 2년내에 지어진 382개소 공동주택의 제연설비 관련 계산서와 감리결과보고서, 인허가 서류 및 평면도, 창호도 등의 자료를 전국 소방관서로부터 제출받아 추가적인 2차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제연설비 작동시 계단실과 부속실에 설치된 개폐창문이 폐쇄되는 조건으로 설계됐지만 평상시 폐쇄를 장담할 수 없는 아파트가 161개소였고 제연설비 계산서에 계단실을 밀폐구조로 설계했음에도 개폐창문으로 시공한 아파트는 24곳이나 됐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명수 의원실에서는 소방방재청에 관련 대상물의 제연설비 시정조치 등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 아파트 입주민 대표자들로 구성된 전국아파트입주민대표회의연합회에서도 의원실에서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소방방재청과 청와대에 공동주택 제연설비의 문제점 해소를 촉구하는 등 국민이 직접 ‘안전권리’ 찾기에 나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연설비 부실, 제기된 핵심 문제는?
▲ 공동주택에 설치된 개폐형 구조의 창문 모습 © 최영 기자 | |
이명수 의원실에서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공동주택 제연설비가 최초 설계된 상태로 적용되고 관리돼야 하지만 평상시와 여건이 달라 설계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계단실과 부속실이 밀폐된 조건으로 설계됐다면 개방이 불가능한 밀폐구조이거나 화재시 반드시 자동적으로 폐쇄돼야만 하는데 조사대상 중 80% 이상의 아파트가 설계값과 다르게 폐쇄되지 않는 구조여서 유독가스 및 연기가 계단실로 유입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국회 이명수 의원실에서 실시한 성능시험 모습 © 최영 기자 | |
제연설비는 지하에 설치된 제연휀을 통해 생성되는 공기를 부속실이나 계단실 등 설계 당시 설정된 제연구역에 제연댐퍼를 통해 일정한 압력으로 바람을 불어 넣어 화재시 제연구역으로 유입되는 연기를 막아준다.
하지만 방화문이나 창문 등 틈새를 통해 압력이 새어 나갈 경우 적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과압이 형성될 경우에는 노약자나 어린이가 문을 열지 못해 피난이 곤란해 지는 등 기능적 문제를 불러오게 된다.
이명수 의원실은 전문가(소방기술사)와 함께 밀폐 조건으로 설계된 아파트의 부속실과 계단실을 입주 이후 평상시를 고려해 개방상태로 시험한 결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 대부분의 아파트 제연설비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부연하면 제연설비의 성능 확보를 위해서는 최초 설계 형태와 같이 화재시에도 동일한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데 개폐형 창문이 설치된 경우에는 실제 아파트에 입주가 이뤄진 이후 밀폐를 장담할 수 없어 제연설비의 기능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의원실 측의 시각이다.
제연설비 성능 & 입주자 편의 = 자동폐쇄장치?
이러한 부속실과 계단실의 창문은 실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평상시 창문의 개방이 가능하고 제연설비의 기능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졌다.
소방시설 설계자가 공동주택의 부속실 또는 계단실 창문을 밀폐구조로 적용해 계산하고 완전밀폐 구조의 창문을 적용했을 때에는 준공 이후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환기불가 등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준공 이후 입주자들은 밀폐구조 창문을 개폐형으로 변경 요구하는 상황이 도출되는 등 입주자의 ‘화재안전’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야아 하는 상황에 놓여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상시에는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해 개방이 가능하고 화재시에는 설계 조건과 같이 자동으로 창문을 닫아주는 조치가 불가피해 창문에 ‘자동폐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해답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소방기술인 및 건설사 등 반발 나섰지만…이명수 의원실의 이 같은 문제점 제기에 대해 일부 기술인들과 건설사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 의원실차원에서 실시한 성능시험에서 계단실의 창문을 열고 실험을 한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한국소방기술사회, 한국소방기술인협회(이하 관련 단체) 등은 이러한 주장이 담긴 공식적인 의견을 최근 소방방재청과 의원실 측에 제출한 상태다.
관련 단체들은 제연구역 출입문에는 자동폐쇄장치가 설치돼 유사시 거주자가 피난할 때에는 일시적으로 개방되고 언제나 자동으로 닫히기 때문에 계단실의 출입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계단실 창문이 개방되더라도 차압과 방연풍속을 유지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수 의원실 측은 시험방법 자체는 실제 소방시설 감리 때 이뤄지는 방법과 동일하게 진행됐고 평상시 특성을 고려해 창문을 개방한 상태로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수 의원실의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제연설비 감리를 실시할 때 개방된 창문을 인위적으로 일일이 닫고 시험하고 있다”며 “이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결과값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평상시 조건처럼 입주자들이 창문을 개방했을 경우에는 성능이 나오지 않아 국민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단체들은 관련 규정(화재안전기준)에 제연설비의 성능시험 조건상 특별피난계단실의 창호를 개방한 상태로 시험토록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계단실 창문을 개방해 극한의 조건으로 시험한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창문을 닫아 놓거나 열어 놓으라는 근거가 없는 이유는 설계자의 판단으로 제연설비의 성능을 확보하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평상시 상태를 고려해 확실한 성능을 확보하는 것은 설계자 등 기술자들이 지켜야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방기술사회는 이달 22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제연설비 현안 및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포럼’을 열고 제연설비 문제점 등에 대한 현안과 대책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방재청, 제연설비 관련 후속조치 계획 수립 이명수 의원실의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소방방재청의 후속조치가 이어지자 이에 대해 관련 기술인들과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최종적인 해석과 후속조치 방향에 따라 해당 공동주택에 대한 시정조치와 관련 기술자들의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소방방재청에서는 제연설비 부실에 대한 1차적인 실태조사를 마치고 후속조치 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 소방방재청에서 이명수 의원실에 제출한 '공동주택 제연설비 관련 행정조치 추진계획안' © 소방방재신문 | |
소방방재청이 이명수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자료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은 의원실에서 지적한 382개소 공동주택에 대해 전국 소방관서를 통한 현장조사를 마쳤다.
소방방재청의 조사 결과 부속실 개폐창문이 폐쇄되는 조건으로 설계했으나 폐쇄하지 않은 아파트가 1개소였고 계단실 창문을 개폐형으로 설계했으나 밀폐형으로 설치된 아파트는 8개소로 나타났다.
또 계단실 창문이 폐쇄되는 조건으로 설계됐으나 폐쇄가 안되는 아파트는 없었지만 제연 계산서에 계단실 창문의 누설틈새 면적을 포함해 급기량을 산정했으면서도 자동폐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대상은 220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연설비 계산서에 계단실을 밀폐구조로 설계했음에도 개폐창문이 시공 및 감리된 아파트는 37개소(자동폐쇄장치 미설치)로 집계됐으며 미승인 창문용 자동폐쇄장치를 설치한 아파트도 19개소에 달했다.
특히 소방방재청은 이 같은 조사결과와 함께 공동주택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의 화재안전기준 위반 대상에 대한 행정조치 추진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수 의원실에 제출된 이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제연설비는 소방시설 설계자가 제연구역 선정에 따라 설계한 도면대로 시공 및 감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한 경우엔 시정보완 및 공사, 감리자를 행정처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설치된 제연설비는 어떤 경우(부속실 또는 승강장 단독제연인 경우, 제연구역이 아닌 거실 및 계단실 창문 개방여부 불문)든 차압과 방연풍속, 개방, 폐쇄력 등 성능이 관련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설계도면대로 시공했음에도 제연성능이 부적합한 경우는 시정보완과 설계 및 감리자를 행정처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성능시험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의 화재안전기준(25조)에 따라 실시하되 평소 관리상태로 준용해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소방방재청 또한 부속실 또는 승강장 단독제연인 경우 제연구역이 아닌 거실 및 계단실의 창문의 개폐 여부를 떠나 각각 적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이는 이명수 의원실에서 제기한 핵심 문제인 ‘공동주택의 평상시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이 같은 방침을 토대로 이명수 의원실에서 문제를 제기한 전국 공동주택 382개소의 구체적인 위법내용에 대해 현장 정밀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밀검증에서는 대상별 관할 소방서에서 설계와 시공, 감리자 입회하에 설계도면대로 제연구역의 방식 및 주요장치 제원(동력, 송풍기, 댐퍼, 급기구 등)의 시공과 감리여부를 정밀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설계자가 설계한대로 시공 및 감리되지 않은 경우 시정보완 조치를 내리고 공사업자와 감리업자를 행정처분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상별로 국가화재안전기준에서 규정하는 차압과 방연풍속, 개방력, 폐쇄력 등 제연성능도 정밀점검하기로 했으며 이 점검에서는 제연구역이 아닌 거실 및 계단실의 창문이 개폐형인 경우 창문이 동시 열림 또는 닫힘 상태를 각각 측정하고 화재안전기준의 규정에 따른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를 통해 제연성능이 충족되면 적합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 시험을 통해 계단실 창문의 개방 여부를 불문하고 제연구역내(부속실)의 제연성능이 부적합한 경우에는 시정 보완 조치하고 소방시설 설계업자와 감리업자를 행정처분 내린다는 계획이다.
소방방재청의 관계자는 “해당 실행계획 등 일종의 지침은 현재 보완중에 있고 소방시설업자하고 대상처에 대해서 어떠한 법규를 적용할지 아직 손질중에 있으며 정밀점검 하는 방안도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계단실 등 창문의 개방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계자는 “계단실 창문의 개폐여부는 닫은 상태와 개방된 상태 모두 제연성능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소방제도과와 산업과의 입장이다”며 “화재안전기준에는 창문의 개폐에 대한 기준이 없어 자의적으로 기술자들이 닫은 상태로 보고 적용해 왔고 일선에서도 적법처리 해줬다”며 “이제는 열고도 성능이 나오도록 명확하게 적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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