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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 구조잠수 교육에 대한 담대한 도전- Ⅰ

부산소방학교 김강윤 | 기사입력 2022/11/21 [09:00]

깊은 물 구조잠수 교육에 대한 담대한 도전- Ⅰ

부산소방학교 김강윤 | 입력 : 2022/11/21 [09:00]


“다행히 태풍 난마돌은 한반도로 북상하지 않고 일본 열도로 진행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 위력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의 어느 날 저녁. 귀는 TV 속 기상캐스터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손은 바다 날씨를 알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터치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액정 화면에 선택한 날짜의 바다 색깔이 파랗게 나타났다.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은 후 부산소방학교 구조교관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얘들아. 장비 챙겨라. 할 수 있겠다’

 

가슴 졸이며 태풍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던 나와 후배 교관들은 짧게 환호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준비했던 거대한 계획은 더욱 현실로 가까이 다가왔다.

 

왜 깊은 물인가?

‘구조잠수 교관 전문화 과정’. 부산소방학교 전문교육 중 5일짜리 짧은 과정 하나에 불과한 이 교육을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이유는 뭘까? 많은 수난구조 교육 중 이 과정이 주는 의미를 깊게 말해보자면 지난 시절 온 나라의 시선을 모았던 대형 수난 사고에 관한 언급부터 해야 할 것 같다.

 

2013년: 임하댐 산림청 헬기 추락, 노량진 배수지 수몰

2014년: 세월호 침몰

2019년: 합천댐 소방 헬기 추락, 독도 소방 헬기 추락

 

위에 언급된 사고는 작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국가적 재난 사고였다. 특히 임하댐 사고와 독도 사고에서는 안타깝게도 우리 동료를 잃었다. 공통점이라면 예상했듯이 모두 깊은 수심에 인양물체가 가라앉아 있었다는 거다.

 

최소 40m 이상의 물속에 무겁고 복잡한 구조의 인양물체가 있었고 다수의 사상자를 찾아 나와야 하는(Recovery)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 구조대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깊은 물이라는 현장 상황은 접근 방법이나 환경에 대한 평가, 구조 시간 등 다양한 조건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했다고 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넓고 깊은 바닷속은 물론이고 소방의 주 활동 무대인 내수면에서도 깊은 물은 곳곳에 존재한다. 특히 ‘노량진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인위적 공간에서도 깊은 물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런 사고를 겪으며 소방은 최근 수년간 전국 각 시도의 특수구조단을 위시해 깊은 물 사고 대응을 위한 장비가 다수 보강됐다. 다만 중앙119구조본부(이하 중구본) 정도의 기관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내부 교육이 부재하다는 게 문제였다.

 

인력과 장비는 있는데 그런 잠수를 할 수 있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거다. 그나마 장비를 도입할 때 운영 교육 정도의 소위 ‘맛’을 보는 수준으로 전달될 뿐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깊은 물 잠수는 이른바 ‘테크니컬 다이빙’이라는 형식으로 국내외에서 이미 커다란 다이빙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관심 있는 119구조대원들은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나선 지 오래였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해가며 테크니컬 다이빙을 개인적으로 배우고 익히며 다양한 경험치를 축적한 고수들이 전국의 소방 조직 곳곳에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익힌 경험과 이론적 배경을 동료들에게 전수했다. 이는 시의적절하게 배치된 장비와 함께 크든 작든 현장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짐작하건대 이런 현상은 불과 4~5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생겨났다.

 

부산소방학교 구조 교관단은 이 점에 주목했다. 소방 교육기관 중 수난구조 특성화 교육을 담당하는 부산소방학교라면 적어도 고난도 잠수 교육을 현실화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데 말이다.

 

현상을 단순화할 때 목표는 뚜렷해진다. 의기를 투합했고 자료를 모은 후 당위성을 수립했다. 우리 교관들이 정리한 교육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1. 깊은 물 잠수에 대한 정립된 교육의 필요성

2. 시도, 개인별로 상이한 깊은 물 잠수의 이론과 기술 

3. 향후 부산소방학교 전국 단위 잠수 교육의 최상위급 교관 인력풀 형성

4. 탁월한 개인이 아닌 합치된 팀 다이빙(Team diving) 숙달

 

우린 이 네 가지 목표를 이뤄보고자 했다. 그렇게 구조잠수 교관 전문화 과정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힘든 준비과정

교육 과정을 개설하기 위해 담당 부서와 협의를 진행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돈이 들어가고 시간이 분배돼야 하는 작업은 아주 힘겹다.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함께 준비한 인재양성과 심정훈, 설혜정 두 주임의 눈 아래 다크서클이 점점 짙어짐을 느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짠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재촉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교육생 선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처음부터 이 과정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는 교육일 수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경험이 풍부한 전국 소방 조직 내의 잠수 고수들을 불러 모아 합을 맞춰야 했다. 

 

“테스트하시죠”

 

설혜정 주임의 단호한 의견이었다. 나 역시 기꺼이 동의했다. 지원한 교육생들에게 공지했다. 교육 일주일 전 간단하지만 필수적인 기술 구사 능력을 봤다. 

 

▲ 교관 과정 테스트

 

최종인원 8명을 선발했다. 다들 높은 수준을 보여줬고 준비도 잘 됐음을 알 수 있었다. 교관들도 준비했다. 우선 전체적인 과정을 도와줄 외래강사(교관)가 필요했다. 적어도 필자 생각은 그랬다. 민간 테크니컬 다이버 강사보다 우리 현장을 직접 누빈 사람을 부르자.

 

그래서 중앙119구조본부의 김경호 주임과 서울 특수구조단의 방경호 주임을 어렵게 섭외했다. 이들은 다양한 대형 수난 사고 현장에 대부분 참여하며 직접 어둡고 깊은 물 속을 누빈 우수한 다이버이자 강사였다.

 

나와 십년지기인 두 사람의 능력을 익히 아는지라 언젠가 함께할 때를 기다렸는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조금 더 욕심을 냈다. 깊은 물 잠수에 있어 필수적인 감압 이론과 체험을 위해 고압 챔버 교육을 해 줄 해양경찰 중앙특수구조단 박재형 경장과도 협의했다.

 

사실 이 부분 역시 처음엔 민간병원에 의뢰했었는데 비용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고민하던 중 함께 근무하는 최광현 화재교관의 소개로 실현될 수 있었다. 최 교관의 값진 도움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뿐이랴. 교육 몇 달 전부터 부산소방학교 구조교관들은 매일 서너 시간씩 잠수풀장에 들어가 테크니컬 다이빙 기술을 연마했다.

 

실제 교육할 바다의 사전 답사도 마쳤다. 가족과 애인의 원망을 들으며 주말마다 나를 따라나섰다. 혹시 모를 바다에서의 안전사항 수십 가지를 일일이 체크했다. 5일의 교육을 위해 그렇게 모든 준비는 완성돼갔다. 

 

▲ 실습 장소인 포항 델타 다이빙 리조트

 

마지막으로 세부적인 걸 협의하기 위해 훈련 지역인 포항 월포 앞바다의 다이빙 리조트를 찾았다. 우리가 들어갈 바다를 손바닥 보듯 훤히 들여다보는 리조트 대표님은 짧은 대화에도 우리가 바라는 지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약속했다.

 

필요한 기체(헬륨과 순수산소)도 충분히 구비했으며 우릴 실어 나를 다이빙 전용 보트의 상태도 최상이라고 하신다. 흐뭇한 마음으로 얘기를 듣고 있는데….

 

“태풍만 안 올라오면 되니더~”

“예!? 태풍이요?”

“뉴스 안 보능교? 태풍 두 개가 연달아 올라온다 안카요. 이기 변수인기라!”

 

어이쿠! 바다로 나간다는 다이버가 날씨를 망각하고 있었다. 리조트 대표님의 진한 포항 사투리로 들은 태풍에 대한 걱정은 몇 배의 근심으로 다가왔다. 부랴부랴 플랜 B를 만들어야 했지만 딱히 대안도 없었다.

 

“대표님. 제가 물 떠 놓고 빌기라도 할 테니 안 된다는 말씀 마십시오. 무조건 갑니다!”

 

과정 시작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김정민 구조선임교관은 휴대전화 날씨 애플리케이션 몇 개를 비교해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다 상황을 체크했다. 애플리케이션의 바다 색깔은 빨강과 녹색, 파랑을 오가며 애간장을 태웠다.

 

▲ 태풍의 이동 경로

 

“태풍이라니?! 태풍이라니~~~~!!!!!”

 

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아내는 안 하면 그만이지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속도 모르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가을 태풍은 늘 그렇듯 강력했고 수시로 만들어졌다. 시기의 적절함을 놓친 내 탓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저 하늘이 우리를 굽어살피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교육 시작 사흘을 앞둔 금요일 저녁, 태풍은 일본을 관통하며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란 기상 뉴스가 나왔다. 쾌재를 부르며 나와 교관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장비를 준비했다.

 

“좋아! 가보자!”

 

계획하고 또 계획하라

▲ 김강윤, 방경호, 김경호 담당 교관

 

▲ 최대희, 김정민, 김강윤, 유하준, 유동욱 부산소방학교 교관


출근하는 길은 화창했다. 학교로 와 인원과 장비를 최종 확인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설렘과 기대 그리고 부담감이 마음속을 채웠다. 과정의 성공 여부는 오로지 안전에 달려있음을 알았다.

 

최대 50m 깊이의 바닷속을 13명이 안전하게 총 세 번 다녀와야 했다. 가는 내내 주문을 외우듯 잘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도착한 포항 바다는 잔잔했고 아름다웠다. 초가을 햇빛에 반사된 얕은 파도는 언제 태풍이 오고 갔냐는 듯이 평안해 보였다. 하늘이 우릴 돕는다란 생각이 들었다.

 

교육생 8명과 외래강사로 초빙된 김경호, 방경호를 포함한 교관 5명까지 이렇게 13명의 119 테크니컬 다이버가 포항 델타 다이빙 리조트에 모였다. 2022년 9월 26일 오후 12시였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했다. 일반적인 테크니컬 다이버처럼 물속의 몽환을 즐기거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연습을 할 순 없었다.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구조(rescue)’와 ‘회수(recovery)’라는 명백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즐길 일도 아니었고 설렘의 감정에 휩싸여 있을 수도 없었다. 교육생들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며 동료(buddy) 다이버와 함께하는 팀 다이빙(Team diving)을 우선 생각해라.

 

독단적 판단을 경계하고 팀원들과 모든 걸 일치시켜라. 마지막으로 안전이라는 교육의 최우선 과제를 당부했다.

 

이후 조 편성을 했다. 1조는 내가 맡았고 대구 전국현, 부산 유동욱 등 2명의 교육생이 함께했다. 2조는 서울의 방경호가 담당했고 대구 이세일, 부산 최대희, 서울 최명훈 등 3명 교육생을 배정했다.

 

3조는 김경호에게 맡겼다. 광주 최양주, 경남 문일평, 중구본 고지민 등 3명이 함께 들어간다. 김정민, 유하준 등 2명의 부산소방학교 구조교관은 영상 촬영을 위해 돌아가며 각 조와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촬영은 교육의 결과를 남겨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부산소방학교 교관들에게 맡겨 물속에서 각자의 동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남겨야 했다. 영상은 디브리핑(debriefing)을 통해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하는 소중한 자료로 쓰일 거다.

 

첫 번째 다이빙은 체크 다이빙이다. 처음부터 깊은 수심에 들어갈 순 없다. 25m 내외의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각자의 컨디션과 장비 그리고 팀원들과의 기본적인 절차를 확인해야 했다. 말이 교육생들이지 이들은 이미 프로다.

 

다이빙 준비와 계획, 진행, 마지막 디브리핑까지 모든 건 조별로 한 명씩 돌아가며 지정된 다이빙 캡틴이 수행한다. 체크 다이빙부터 그 임무는 시작이었다.

 

과연 캡틴이 얼마나 명확한 계획을 수립해 팀원들과 공유하고 또 계획한 대로 다이빙하는지를 봐야 했다. 체크 다이빙도 예외일 수 없었다. 캡틴은 다이버들에게 자신이 만든 다이빙 계획을 알려야 했다. 혹여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당위성을 설명해야 했고 설령 의견이 다르더라도 캡틴으로서 설득해야 했다.

 

▲ 방경호, 김경호 교관 이론 강의

 

다이빙 1시간 전, 모두가 모여 계획된 브리핑을 했다. 1조부터 시작된 브리핑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교관들을 포함한 전체 다이버는 진지하게 각 조의 브리핑을 경청했다. 조별 브리핑이 끝날 때마다 질문을 유도했다. 이 교육의 목표인 합치된 기술과 이론의 정립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저 강사가 하자는 대로, 잘하는 선배가 시키니까 하는 다이빙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과 팀원의 생사가 오가는 계획일 수도 있다.

 

작은 오차가 있을 수도,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왜 그런지를 알고 함께 물에 들어가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두 명의 교육생이 의문을 제기했다. 궁금증에서 근거한 순수한 질문이었다.

 

캡틴은 당황하지 않고 왜 계획이 그런가를 설명했다. 완전하진 않지만 무언가 맞아 들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김, 방경호(동명이라 이렇게 표현하겠다) 두 교관의 표정도 내심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다이빙 브리핑을 마치고 모두 다이빙 전용 보트에 몸을 실었다. 5분 남짓 이동하는 보트 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출렁이는 파도의 싱그러움을 잠시 느꼈다.

 

보트가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하고 부이(buoy)를 띄워 위치를 표시했다. 조별로 입수하되 5분 간격을 뒀다. 서로 엉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수면에서 버디 체크(buddy check)를 하고 한 조씩 하강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오로지 팀원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바닷속으로. 

 

 

부산소방학교_ 김강윤 : udt4682@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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