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은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수백 종의 인체 유해 물질(연소 생성물, 디젤 배기가스, 중금속 등)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소방관의 직업적 노출이 중피종(mesothelioma), 방광암(bladder cancer) 발생과 뚜렷한 연관성이 있다는 건 2022년 7월 국제암연구소(IARC)를 통해 입증됐다.
이렇게 위험한 유해물질은 방화복 표면에 부착되고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흡수되며 동료 대원에게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화복에 오염된 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화복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게 알맞을까? 이번 호에서는 세척의 정의와 역할, 방화복의 소재ㆍ구성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고 방화복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몇 가지 세척 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방화복의 오염물질 제거 필요성과 유해물질 제거 관련 최신 연구 동향이나 재난 현장 오염물질 제거 키트에 대한 상세 내용은 <119플러스> 매거진 2021년 5월호 ‘개인 보호장비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세척 세척(cleaning)은 물, 세제 등을 사용해 기계적ㆍ화학적 작용과 물리적 환경 등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표면이나 내부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오염물질 부착 방식은 크게 고체 형태의 오염물질이 섬유 표면에 가볍게 부착되는 방식과 액체 형태의 오염물질이 섬유에 흡착돼 얼룩을 생성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로 언급된 얼룩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착화돼 제거가 어렵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별도의 세척 과정이 필요하다.
방화복 방화복은 난연성 소재를 사용한 복잡한 구조의 옷이다. 방화복은 열이나 화염, 독성물질, 부식물질, 베임 등 다양한 위험 요소로부터 소방대원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된 특수목적 의류다. 크게 외피(outer shell)와 내피(inner shell)로 구성된다.
외피는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활동할 수 있도록 높은 방염성능과 인열강도(찢김 저항성), 인장강도(당김 저항성)가 우수한 소재를 사용해 제작된다.
내피는 방수와 투습 역할을 하는 방수투습천(moisture barrier)과 열 전달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열층(thermal liner)으로 구성된다. 방수투습천은 주로 PTFE(테플론) 소재를 사용하며 평방인치당 약 90억개의 미세 구멍(1만분의 2㎜)으로 구성된 얇은 막이 내피의 천과 결합된 형태다.
1㎜ 정도의 크기를 가진 빗방울이나 눈, 물방울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1천만분의 4㎜ 정도 크기인 수증기와 땀은 쉽게 통과해 외부로 배출된다. 방열층은 뜨거운 열기가 소방대원 신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방어하는 기능을 가진 층으로 두꺼운 부직포 형태다.
방화복은 방염성능을 가진 메타-아라미드(meta-aramid), PBI(polybenzimidazole), PBO(polybenzoxazole) 등의 난연성 소재를 강도가 높은 소재인 파라-아라미드(para-aramid)와 혼용해 제작된다.
난연성 소재는 소재 자체가 고유의 난연성능을 가지므로 반복적인 세척에도 난연성이 저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조사에 따르면 120번의 반복 세척에도 난연성이 충분히 유지됐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소재로 만들어졌으니 오염도 안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방화복은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오염물질이 혼재된 오염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다.
방화복의 오염물질은 일상적인 생활 활동 과정에서 오염되는 땀이나 먼지, 피지 등의 비유해성 물질에 의한 오염(soiling)과 화재로 인해 생성되는 연소 생성물, 발암성ㆍ독성ㆍ부식성ㆍ알레르기 유발성 화학물질, 체액, 감염성 미생물 등에 의한 유해성 오염(contamination)이 혼재돼 있다.
또 오염물질의 유형이 검댕이나 탄화수소류, 중금속 등의 고체 형태에서부터 기름이나 그리스(grease), 화학물질 등의 액체 형태까지 다양해 모든 오염물질을 한 번에 제거하기 어렵고 제거 과정이 복잡하다.
게다가 잘못된 세척 방식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방호성능을 잃거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방화복을 오염된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하면 이를 착용하는 소방대원의 안전에 위험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방화복의 오염물질은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고 타인에게 2차 오염 유발과 같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가적으로 방화복의 성능을 감소시켜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탄화수소류(검댕)는 복사열을 흡수하는 특성이 강해 방화복 내부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전기 전도도 증가시켜 전류가 흐르는 건물과 차량 진입 시 감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기름, 그리스, 검댕 등 탄화수소류가 침착된 방화복을 입고 활동하던 중 발화한 사례도 보고됐다.
덧붙여 관리적인 측면에서 오염된 방화복은 내구연한을 감소시켜 결국 추가적인 구매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
세척의 주된 목적은 오염물질의 효과적인 제거라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세척 과정에서 방화복 고유의 방호성능이 감소한다면 세척을 수행하는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아라미드 섬유는 화재 현장의 극한 조건과 외부 충격에 강한 특수 섬유지만 고농도의 강산(황산, 염산, 질산 등)이나 강염기(수산화나트륨), 산화제(염소계 표백제)에는 가수분해돼 방염성능과 강도가 감소한다. 특히 파라-아라미드는 자외선(UV)에 민감해 강도 감소와 색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방화복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선 방화복 소재와 구조적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후 세척 과정에서 방화복의 성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회피 또는 제거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화복은 오염의 끝판왕이기에 일상생활과 비교 불가한 다양한 오염의 종류와 유형, 방식을 지닌다. 이런 이유로 일반적인 세척 과정에서 전처리, 불림 등의 추가 세척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방화복 세척을 위한 효율적인 팁은 무엇일까?
방화복 세척 팁 1. 방화복 오염 제거는 오염이 인지된 즉시 시행돼야 한다. 방화복의 오염 수준이 낮든 높든 방화복 표면에 오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재난 현장에서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방화복이 오염됐다면 즉시 제거해야 한다.
적어도 피부와 직접 닿는 소매, 목 부위는 닦아야 한다. 방화복 일부분이 오염된 경우는 부분 세척(spot cleaning)을 시행한다. 오염된 부위에 세제를 탄 미지근한 물을 적셔 부드러운 솔(brush)을 사용해 문질러 주고 충분한 물로 세제 성분을 헹궈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난 현장에서는 세제와 물을 사용하는 습식 제거 방식을 수행할 수 없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게 세척용 티슈(decon wipes)다.
소방 현장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탄화수소류와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국내에는 몇 가지 제품이 수입ㆍ판매되고 있으므로 한 번 사용해 보길 권장한다.
소방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에어건이다. 모래 등의 큰 입자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중금속 등 미세 분진 입자 형태의 오염물질 제거 효과는 미비하고 오히려 오염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제거 과정 중 주변 사람에게 오염물질을 확산시키는 역할도 해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2. 방화복은 방화복 전용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세제는 제거하고자 하는 오염물질에 알맞은 세정성분과 기능이 포함된 세제를 사용해야만 효과적으로 해당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일반 가정용 세제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오염되는 땀이나 피지, 커피, 케첩 등의 음식물 유래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특화된 세제다. 방화복 세척에 일반 가정용 세제를 사용하면 방화복에 오염된 중금속이나 검댕 등의 탄화수소류 물질을 충분히 제거할 수 없다.
세탁 후에도 여전히 불 냄새(탄내)가 나는 이유가 냄새의 원인 물질인 탄화수소류가 세탁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용 세제에 다량으로 포함된 염소계 표백제 성분은 아라미드 섬유 구조를 파괴하므로 방화복의 방호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백제 성분은 액체 세제보다 가루 형태의 세제에 더 많이 포함돼 있어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산소계 표백제에 대해선 한정된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루 세제는 물에 완전히 녹지 않으므로 불가피하다면 미지근한 물에 충분히 녹인 후 사용해야 한다. 녹지 않은 가루 입자는 세탁과정에서 방수투습천 표면에 흡착돼 투습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
방화복 전용 세제는 pH가 6.0~10.5 범위 내의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산성이나 염기성 세제를 사용할 경우 오염물질 유형에 따라 세척력이 일정 부분 증가할 수 있으나 방화복 원단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일부 그리스 등의 기름 제거제나 산업용 세정제, 용제류는 원단의 손상 여부를 미리 확인한 후 사용해야 한다. 본 세탁 전 시행하는 전처리 용도로만 사용한다.
3. 방화복 세척은 전용 세탁기를 사용해야 한다. 방화복 전용 세탁기는 방화복에 최적화된 세탁 코스 프로그램이 있어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좋다. 그렇다고 일반 가정용 상부 투입식 세탁기나 드럼식 세탁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화복 고유의 방호성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충분한 세척력을 가진 세탁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탁 시간이나 수온, 수위, 반복 횟수, 탈수 속도, 세탁물 유형 등에 따라 최적화된 세탁 조건이 설정돼 있어 적절히 코스 선택을 해주면 효과적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4. 방화복 세탁 시 표준 세탁 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방화복 세탁 시 사용하는 세탁기의 표준 세탁물 용량에 맞도록 투입하는 게 오염물질 제거에 효과적이다. 세탁기에 너무 적은 양의 세탁물을 넣거나 과하게 넣으면 세탁물 간 충분한 움직임에 따른 물리적 마찰이 줄어들면서 세척력이 감소한다.
NFPA 1851(2020)은 세탁조 입방 피트(cubic foot, ft3=28.3169L)당 최대 한 벌(two pieces)의 방화복을 투입하도록 권고한다. 암묵적으로 입방 피트당 0.5벌을 투입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탁기의 표준 세탁 용량은 기준치보다 많이 초과하거나 미달하게 투입해 세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5. 방화복은 외피와 내피를 별도로 분리해 세탁해야 한다. 방화복 오염은 농연에 직접 노출되는 외피 표면에 집중해 발생한다. 따라서 외피의 오염 수준이 가장 높아 상대적으로 오염 수준이 낮은 내피와 분리하지 않고 세탁하면 외피의 오염물질이 내피로 이동하게 된다.
간혹 현장 활동 종료 후 소방서 복귀 시 귀찮다는 이유로 외피와 내피를 분리하지 않고 세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염물질과 피부 접촉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므로 절대 같이 세탁하지 않아야 한다.
방화두건 역시 오염물질이 높은 수준으로 존재하는 보호장비 중 하나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아라미드가 아닌 면, 비스코스, 울 등의 소재에 난연제를 코팅한 형태이므로 물리적 마찰에 취약하다.
특히 외피와 함께 세탁할 때 외피에 부착된 후크나 루프, 지퍼, 단추 등에 의해 올이 탈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단독으로 손세탁하거나 전처리 과정(불림)을 거친 후 내피와 같이 세탁해야 한다.
6. 오염이 심한 방화복은 전처리와 불림을 하는 게 좋다. 오염이 심한 방화복의 오염물질을 충분히 제거하려면 전처리 과정과 불림을 통해 1차로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세탁해야 한다. 방화복에 사용되는 아라미드 원단은 4급 이상 방수처리한 원단을 사용하므로 방화복 표면은 물에 쉽게 적셔지지 않는다.
방화복에 물이 충분히 흡수돼야 세제가 쉽게 원단에 침투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심하게 오염물질이 묻은 경우 적절한 세제를 선택, 부드러운 솔을 이용해 세제를 푼 물로 문질러 주고 세제를 탄 미지근한 물에 1시간 이상 불림해 주는 게 좋다.
7. 방화복 세탁 시 세탁온도는 40℃를 준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세척 온도가 높을수록 오염물질 제거 효과는 증가한다. 하지만 너무 높은 세척 온도는 방화복의 방호성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제거 효율성과 방호성능 유지 간의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은 휘발성(volatility)과 낮은 용해성(water solubility)을 가진 농약에 오염된 의류를 60℃ 정도의 온수에 세탁했을 때 제거 효율이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시험에서는 방화복을 40, 60℃ 조건에서 20, 40, 60회 반복 세척한 결과 60℃의 세척 조건에서 세척 횟수가 증가할수록 방호성능 저하와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방화복 세척에서 온도에 가장 민감한 부위는 방수투습천이다. 40℃ 이상의 온도에서 방수투습천의 방호성능이 현저히 감소하므로 반드시 세척 온도는 4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방화복 세척 시 무조건 40℃라는 조건으로 세척해야 할까?”
방화복 외피는 내피와 비교해 온도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 만약 오염 수준이 높아 일반 조건에서 잘 제거되지 않는다면 외피만 온도를 일부 높여 세척해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반복적으로 세척하지 않는 조건에서).
다음 글에서는 방화복 세탁, 건조를 위한 표준 절차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세척력 유효성 평가 방법(validation method)에 관한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다.
국립소방연구원_ 박제섭 : jspark3588@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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