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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법 바뀌었는데 차대가 없다… ‘70㎝’ 기준에 발 묶인 119구급차

현재 주력 119구급차로는 환자실 공간 확보 사실상 불가능
법 시행 1년 앞 성큼, 적합한 차대 찾기 아직도 안개 속
대체 가능한 중형차나 전기차, 수입차 있지만 한계점 명확
불투명한 앞날에 특장업체들은 발만 동동… 소방청은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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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6/04/27 [09:25]

[이슈분석] 법 바뀌었는데 차대가 없다… ‘70㎝’ 기준에 발 묶인 119구급차

현재 주력 119구급차로는 환자실 공간 확보 사실상 불가능
법 시행 1년 앞 성큼, 적합한 차대 찾기 아직도 안개 속
대체 가능한 중형차나 전기차, 수입차 있지만 한계점 명확
불투명한 앞날에 특장업체들은 발만 동동… 소방청은 ‘신중’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6/04/27 [09:25]

▲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재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FPN 신희섭 기자] = 지난해 4월 1일 개정ㆍ공포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 119구급차 운용체계 전반에 심각한 파장을 낳고 있다. 

 

개정안에는 구급차 내부에서 이뤄지는 응급처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운전석 구획 칸막이와 간이침대(주들것) 사이 공간을 70㎝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4월 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문제는 소방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스타리아 구급차로는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타리아를 대체해 현장 투입이 가능한 국산 모델이 없는 데다가 소방청의 차대 선정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아 특장업계의 개발도 멈춰 선 상태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개정된 ‘응급의료법’ 하위 규정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급차 환자실의 세부 크기와 구조는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에 담기게 된다.

 

지난 2월 이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보건복지부는 법률 조항에 맞춰 구급차 환자실 길이 기준을 현행 250㎝ 이상에서 290㎝ 이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개정 규칙은 법률 시행 이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등록하는 구급차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다만 의료기관이나 응급환자이송업자 등이 운용하는 사설 구급차는 3년의 추가 유예를 거쳐 2030년 4월 2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정부부처 중 구급차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소방이다. 기존 구급차의 구조를 일부 손질하는 수준만으로는 법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대 선정은 물론 특장 설계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장 주력 스타리아 구급차, 새 기준 충족 어려워

소방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구급차의 차종은 스타리아다. 이 차의 전장은 5255㎜로 기동성과 현장 접근성에 강점을 지녀 소방에서 전국적으로 폭넓게 활용 중이다. 게다가 승합차로 분류되는 만큼 승차감에서도 과거 화물 차대를 이용하는 차량보다 월등하다.

 

특장업계에 따르면 스타리아는 구조적으로 법에서 요구하는 운전석 칸막이와 간이침대 사이 70㎝ 이상의 공간 확보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내부 배치를 잘 조정해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은 30㎝ 남짓에 불과하다. 

스타리아는 국내 도로 여건과 주거 환경에 맞는 실용성 덕분에 현장 선호도가 높은 차종이지만 강화된 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퇴출이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법 개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119구급차는 단순 이송 차량이 아니라 좁은 골목길과 주택ㆍ상가 밀집 지역까지 신속히 진입해야 하는 긴급차량이다. 환자실 공간 확보만 강조할 게 아니라 출동 빈도와 신속함이 요구되는 만큼 기동성과 유지관리의 효율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체 차종 찾기 난항… 쏠라티도 전기차도 수입차도 ‘한계’

스타리아 대체 차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모델은 쏠라티다. 이미 소방에서도 임산부나 중증 환자 이송을 위한 중형 구급차로 일부 운용하고 있다.

 

최대 16인승으로 개발된 쏠라티의 전장은 6195㎜에 달한다. 스타리아 보다 길어 법에서 요구하는 공간 요건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차량이 큰 만큼 골목길 등 비좁은 도로에서의 기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실제 현장 구급대원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현장의 한 구급대원은 “환자실 내부만 놓고 보면 쏠라티가 월등한 게 사실”이라며 “장비 적재나 활동 공간 측면에선 장점이 분명하지만 실제 출동 현장은 기동성이 중요할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쏠라티의 또 다른 약점은 단종 가능성이다. 특장업계 관계자 A 씨는 “쏠라티 제조사가 후속 모델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며 “내년 7월께 단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전기차 기반 차량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실제 소방청에서는 올해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인 ‘ST1’을 기반으로 한 구급차를 시범 도입해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곧바로 스타리아의 대안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화물차 기반 차대 특성상 승차감은 물론 주행 중 추돌 시 승객 안전성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카고 모델(화물칸을 갖춘 모델) 기준 317㎞ 수준에 그친다. 출동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119구급차 운용 여건을 고려하면 이 역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스카 형태로 제작돼 환자실 공간 확보에 유리한 점은 있지만 전기차 충전시설 등 별도의 인프라까지 갖춰야 하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산 차종으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보니 수입차 이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규격을 맞출 수 있는 차종을 해외에서 들여오면 비교적 쉽게 고민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역시 제약이 많다. 긴급차량은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장비로 무엇보다 정비 체계와 부품 수급 등 안정적인 유지관리 기반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거 소방방재청 시절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입차 기반 중형 구급차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며 “당시에도 정비 체계 미비와 부품 수급 문제, 높은 유지관리비, 사고ㆍ고장 시 대응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 탓에 수입차 도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답 못 찾는 소방청… 손 놓은 특장업계는 발만 동동

소방청도 현실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지만 이렇다 할 답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법 규정에 맞는 구급차를 선정하기 위해 전기차는 물론 수입차, 국산차 개조 방향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주력 차종을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현행 스타리아 차대 후미를 절단한 뒤 차체를 연장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차체 구조를 변경할 경우 추돌시험 등 안전성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증을 통과하더라도 제조사 보증과 사후관리는 별개의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특장업계에 따르면 스타리아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차체 절단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한 차량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A/S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방청이 구상했던 스타리아 개조 방식도 해법이 될 수 없는 셈이다. 

 

지금 상황이 가장 답답한 건 구급차 특장업계다. 구급차는 일반 승용차처럼 완성차를 바로 구매해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다. 차대가 정해져야 그 위에 특장을 설계할 수 있고 내부 장비 배치와 구조 검토, 시험ㆍ인증, 양산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차종도 뚜렷한 해법이 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 내에선 구급차 공급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장업계 관계자 B 씨는 “차대만 정해져도 설계와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데 기준이 되는 차체가 없다”며 “법 시행일은 다가오는데 막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 씨는 “정책이 산업을 끌고 가야 하는데 지금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산업 전체를 멈춰 세운 형국”이라며 “스타리아를 대체할 수 있는 차종이 명확해질 때까지 소방도 법 시행 유예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구급차는 2023년 기준 7600여 대로 이 중 96.1%에 해당하는 7317대는 12인승 승합차를 개조한 소형 구급차다. 이 외에 쏠라티나 포드, 벤츠 등을 개조한 15인승 중형 구급차는 약 290여 대로 4% 미만이다. 소방에서 사용 중인 구급차는 2024년 말 기준 1660대(예비 구급차 221대 제외)에 달하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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