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화재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2024년 화재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만7614건의 화재가 보고됐고 이로 인해 303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최근 5년간 13세 이하 아동 214명이 화재로 사망했으며 그중 80%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어린이는 위기 상황에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신체 능력이 미숙해 신속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화재예방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생명을 지키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본 기고에서는 어린이 화재예방 교육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 연령별 맞춤 교육이 핵심이다. 유아기(4~6세) 아이들에게는 불의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림이나 영상, 동화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불은 만지면 안 돼요’와 같은 간단한 구호를 반복적으로 익히게 함으로써 기본적인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초등 저학년(7~9세) 아이들은 성냥과 라이터 사용 금지 교육과 함께 ‘멈춰! 엎드려! 나가!’ 같은 대피 행동을 직접 훈련시켜야 한다. 이는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초등 고학년(10~12세) 학생들은 119 신고 요령, 연기 속 안전 대피 방법, 소화기 사용법 등의 체험 활동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별 접근은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춰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화재 상황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위기에서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아는 것보다 실제로 행동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실제 상황에서는 연기와 어둠, 소음, 혼란이 동시에 찾아오기 때문에 머릿속에만 담긴 지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몸이 기억한 행동만이 남는다. 따라서 책이나 영상 중심의 이론 교육보다는 실제 연기 속에서 대피해 보고, 비상구 위치를 직접 확인하며, 소화기를 손에 쥐고 분사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훈련은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연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훈련을 반복하면 실제 화재 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반복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고 습관은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학교와 지역 사회가 주기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한다면 어린이들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고 위기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화재예방은 학교 교육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실습을 병행하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집 평면도를 그려 비상구와 창문, 대피로를 표시하며 가족 대피 경로를 함께 계획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불을 끄고 손전등만을 이용해 야간 대피 훈련을 실시하면 어두운 환경에서도 침착하게 움직이는 법을 익힐 수 있다. 평소에는 화재경보음을 들려주고, 소리가 울리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즉시 답하게 하는 퀴즈를 통해 반사적인 대처 능력을 길러야 한다. 아울러 부모가 화재 상황을 제시하고 아이가 직접 119에 신고하는 역할극을 진행하면 위기 시 필요한 의사 전달과 신고 요령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마지막으로 소화기와 소화담요를 직접 다뤄보는 실습은 장비 사용법을 숙지하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더불어 성냥과 라이터를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취침 전 전원 차단과 같은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실천이 화재 발생 시 가족 전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화재는 어느 순간에나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작은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올바른 교육과 준비를 통해 미연방지(未然防止) 한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다. 어린이 화재예방 교육은 ‘짧고 자주,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오늘 하루 우리 아이와 함께 집 안 대피 경로를 천천히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작은 실천 하나가 아이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소방안전원 울산지부 교수 유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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