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프 하나로 세계와 맞닿다… ‘GRIMP TAIWAN’- Ⅲ

우물 밖에서 가져온 것들

광고
서울 노원소방서 박정수 | 기사입력 2026/03/03 [10:00]

로프 하나로 세계와 맞닿다… ‘GRIMP TAIWAN’- Ⅲ

우물 밖에서 가져온 것들

서울 노원소방서 박정수 | 입력 : 2026/03/03 [10:00]

사흘간의 전쟁이 끝나고

마지막 미션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사흘간 우릴 괴롭힌 대만의 더위도, 터질 듯한 근육통도 그 순간만큼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해냈다’는 안도감만이 우릴 감쌌다. 폐회식장에는 사흘간 치열했던 경쟁을 넘어선 묘한 전우애가 흘렀다. 

 

우린 그곳에서 국경을 초월한 친구들을 만났다. 일본, 필리핀, 태국, 대만 현지 팀과 서로의 유니폼 패치를 교환하며 대화를 나눴다. 언어는 서툴렀지만 로프 구조라는 공통의 관심사와 땀으로 맺어진 유대감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쉽게 허물었다.

 

그들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함께 극한의 시나리오를 헤쳐나간 동료였다. 이 새로운 인연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이다.

 

▲ 필리핀 팀의 선물(우리 팀을 위한 나무조각품을 만들어왔다.)

 

▲ 일본 여러 팀과

 

우리의 최종 성적은 25개 팀 중 13위.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본다면 아쉬워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에게,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본 이들에게 이건 우승 트로피보다 값진 엄청난 성적이었다. 

 

언어라는 핸디캡과 제한된 장비, 낯선 환경, 그리고 경기 도중 겪은 뼈아픈 시행착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세계적인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순위를 확인한 게 아니라 한국 구조대가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 시상식

 

1. 우리가 마주한 ‘격차’, 그리고 ‘가능성’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차분히 우리 위치를 복기해 봤다. 냉정하게 말해서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피지컬이나 장비 차이가 아니었다. 바로 ‘디테일’과 ‘기본기’의 차이였다.

 

세계적인 팀들은 화려한 기술을 쓰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매듭과 가장 단순한 시스템을 사용하되 그 속도가 놀랍도록 빨랐다. 안전 확보에도 빈틈이 없었다.

 

우린 때로 ‘빠른 구조’를 위해 안전을 타협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안전하지 않으면 구조가 아니다’는 원칙을 뼛속까지 새기고 있었다. 

 

특히 실패했던 ‘경사지 구조’ 미션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다양한 환경에 대한 경험치 부족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함,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숙제였다.

 

그런데도 절망보단 희망을 봤다. “한국 팀의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다”는 평가관들의 코멘트, 실수 이후 보여준 우리 팀의 대처능력은 충분히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2. 왜 우린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른다. 

 

“한국에도 훈련장이 많은데, 국내대회도 있는데, 굳이 사비를 들여 해외대회까지 나가야 하느냐?”

 

내 대답은 명확하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현장 활동 10년 차, 나 역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다. 익숙한 현장과 장비, 늘 하던 방식….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GRIMP JAPAN과 GRIMP TAIWAN을 거치며 내 안의 정답은 깨졌다. 세상엔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구조 기법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국제대회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전 세계 구조 트렌드를 가장 최전선에서 목격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다. 그곳에서 보고 배운 로프시스템, 장비 사용법 등의 노하우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자산이 됐다. 이는 나아가 소방서, 대한민국 구조대의 자산이 될 것이다.

 

GRIMP TAIWAN 2025  대한민국 OATH팀 명단
컨트롤러 오현석 서울 노원소방서 소방장
리더 박정수 서울 노원소방서 소방장
리거

이정혁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교

박원영 서울 성북소방서 소방장

레스큐

윤다빈 경기 안성소방서 소방교

유동연 서울 노원소방서 소방교

서포터

김승우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장

김용원 충북 증평소방서 소방장

이겨레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소방장

 

에필로그: 로프는 계속 이어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출동 벨이 울리면 심장이 뛰고 현장은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내 신발에는 대만에서 묻혀온 흙먼지 대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 배우겠다’는 열정이 채워져 있다.

 

이 글을 읽는 전국의 동료에게 감히 전하고 싶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십시오. 언어의 장벽, 비용, 시간… 핑계는 많지만 그 너머에 있는 성장은 그 모든 비용을 치르고도 남을 만큼 값집니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만큼 국민은 더 안전해 질 겁니다”

 

나는 오늘도 로프를 잡는다. 이 로프 끝에 동료가 있고, 구해야 할 생명이 있고, 세계와 연결된 길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구조는 멈추지 않는다.

 

서울 노원소방서 박정수 wjdtn2234@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19플러스 정기 구독 신청 바로가기

119플러스 네이버스토어 구독 신청 바로가기

로프 하나로 세계와 맞닿다… ‘GRIMP TAIWAN’ 관련기사목록
광고
[연속 기획]
[연속 기획- 화마를 물리치는 건축자재 ⑧] 내화채움구조 넘어 종합 방화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 꿈꾸는 아그니코리아(주)
1/4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