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에 날개를 달아주세요(국정브리핑-2006.2.14)빠르고 정확하게 행동하는 것이 소방의 생명과 목표이다
“불이 났어요… 빨리 구해주세요… 아이들 밖에 없어요…” 라는 다급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119 상황실! 어른들도 대처하기 힘든 화재가 아이들만 있는 집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초비상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소방관서가 멀리 있고 소방인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다. 상황실에서는 가장 가까운 소방출장소(소방차 1대와 소방관 1명이 근무하는 농어촌 지역의 미니 소방관서)에 출동지령과 동시에 신고한 어린이에게는 대피요령을 설명하여 주지만 화마 앞에서는 어른들도 심리적 공황상태(panic)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소방관들로서는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 생각에 속이 다 타들어갈 지경이 된다.
출동지령과 동시에 차고 문을 박차고 나섰지만 도착하기까지 불과 5분 남짓 사이에 불은 건물 전체로 번지고 있고, 진화 교범과는 다르게 소방차 조작에서부터 방수까지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소방관에게 진화전술지침에 의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맞벌이 등으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있던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게 되는 화재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어, 자식 크는 재미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부모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국민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소방서를 차라리 놀이방으로 만들었으면…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소중한 생명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들로서는 이런 안타까운 장면을 접할 때면 상황대응의 한계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소방차에 날개라도 달렸다면 빨리 가서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소방서에 놀이방을 만들어 차라리 데리고 보살필 수 있었으면 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라는 소방관의 기도처럼 화재현장에 1초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소방차의 출동이 소방대원의 마음과 같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화재발생과 ‘5분 출동’의 의미
그렇다면 화재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차가 얼마 만에 현장에 도착하여야 할까? 이에 대한 연구 결과로는 세계적으로 ‘5분 이론’과 ‘8분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화재발생 5분 내지 8분이 지나면 플래시 오버(flash-over)현상, 즉 화재발생 후 이 시간이 지나면 건물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되므로 5분 내지는 8분 이내에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이론은 화재진압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전술이론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으로 각 지침에 모두 적용된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목조건물의 수가 줄어들고 내화구조의 건물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여 종래의 ‘5분 대응’에서 ‘6분 대응’ 내지 ‘8분 대응’으로 완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다. 우리나라는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을 정하여 매 5㎢ 마다 소방파출소를 설치, 전국 어디서라도 5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분 이내 출동’의 장애요인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장애요인으로 인해 전 국토에 대한 ‘5분 이내 대응’이 완벽하게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첫 째,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소방력 확충과 장비의 현대화가 선진국 수준에 아직 못 미친다는 것이다. 5분 대응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적정 소방력(관서, 인원, 장비 등)이다. 그러나 기준에 맞도록 소방관서 배치가 충분하지 못해 소방 활동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소방차량의 노후화율도 높아 신속 출동에 장애가 되고 있다.
둘 째, 불법 주·정차, 교통체증 등으로 소방 출동로 확보가 곤란하다. 러시아워 상습정체구역 등에서의 출동지연 사례가 빈발하고 있고,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문제, 긴급출동 차량에 양보하는 시민의식 부족 등이 소방차 출동을 지연시키고 있다. 셋 째, it 신기술을 활용한 소방차량 위치추적시스템, 긴급구조시스템 등의 구축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지능형 교통체계시스템(its) 등과 소방출동의 연계체제 구축이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5분 이내 출동률' 100%를 향하여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러한 현실 제약을 극복하고 '5분 이내 출동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119신고 접수에서부터 소방서 차고를 출동할 때까지의 소요시간을 ‘주간 20초, 야간 30초’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의 방호활동지침을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향후 3년 내에 5분 이내 출동률을 70%까지 끌어올리고, 5년 후인 2010년에는 80%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취락구조 및 환경에 맞는 ‘소방출동로 확보 70/80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집중적인 홍보를 통한 교통·주차문화 개선 △출동지령시스템, 긴급출동교통시스템 등의 개선방안 연구 △고지대·재래시장 등 취약지역의 집중관리 △불법 주정차 및 소방 활동 방해차량에 대한 과태료 부과, 견인조치 등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아울러, 소방력 확충을 통하여 현장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노후 소방차 보강을 통한 출동차량 성능을 개선하며, 좁은 골목길에도 출동할 수 있는 한국형 장비를 개발하는 등 한발 앞선 현장대응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신속성이 가장 중요한 화재상황에서는 단 몇 초가 사람의 목숨을 구하거나 잃게 할 수 있다. 1초라도 더 빨리 그리고 한 치라도 더 정확하게 행동하여야 하는 것은 소방의 사명이고 목표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출동하는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고 소방도로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는 작은 관심과 실천이 함께한다면 그 목표에 훨씬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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