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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칼럼] 은마아파트 화재, 다음은 어디인가?-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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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한국소방기술사회 재무이사 | 기사입력 2026/03/25 [13:47]

[엔지니어 칼럼] 은마아파트 화재, 다음은 어디인가?- Ⅰ

이승호 한국소방기술사회 재무이사 | 입력 : 2026/03/25 [13:47]

▲ 이승호 한국소방기술사회 재무이사

 

지난달 24일 오전 6시 18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소방에 최초 신고했던 10대 여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아파트로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대상이 아니다. 일부 언론은 이 아파트가 재건축이 예정돼 있어 스프링클러설비의 추가 설치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재건축 예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 아파트는 별도의 보강 조치를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은마아파트만의 문제일까. 지금 우리가 사는 집,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기초 소방시설이 없을 수 있다. 이러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소방 전문가들에게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현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

 

소방 관련 법령은 매년 개정되고 제정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 법령에 한계나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화한다.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바뀐 법령 이전에 건축허가 받아 지어진 건축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구조적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현재 제도의 한계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준이 강화되더라도 기존 건축물에는 원칙적으로 종전 기준을 적용한다. 다만 특정 용도엔 일부 소방시설에 변경된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소급적용 대상’이라 부른다.

 

법이 바뀔 때마다 모든 건축물의 설비를 보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산권과 경제적 부담, 행정 집행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적용 방식이다.

 

현재의 소급적용 여부는 건물의 ‘화재 위험도’ 기준이 아닌 건물의 ‘종류’로 판단한다. 하지만 같은 용도의 건물이더라도 구조 형태, 층수, 밀집도, 위치, 수용 인원에 따라 위험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행정적 편의 등의 이유로 일괄 적용하다 보니 실제로는 소급적용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장소에 과도한 설비가 설치되기도 하고 반대로 반드시 보강이 필요한 장소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제도가 사고 이후에야 반응한다는 점이다. 현재 소급적용 대상 용도는 공동구, 전력ㆍ통신사업용 지하구,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등이다. 이 중 의료시설과 전력ㆍ통신사업용 지하구는 대형 화재로 사회적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대상에 포함됐다. 제도는 위험을 예측하기보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보완되는 구조를 반복해 왔다.

 

소급적용 대상 소방시설은 소화기구와 비상경보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피난 구조 설비로 구성된다. 화재 초기 확산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소화설비는 제외됐다. 과도한 소급적용이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역시 건물의 실제 위험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과 용도를 일괄적으로 정해 적용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한계다.

 

지금의 체계는 행정적으로는 안정적일지 몰라도 위험 중심의 체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화재는 건물의 ‘용도’가 아니라 ‘위험도’에 따라 피해가 커지거나 작아진다. 이는 여러 차례의 화재사고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제는 ‘건물 종류’가 아닌 ‘화재 위험도’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건물의 실제 위험을 반영한 제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다음 글에서는 ‘건물의 종류’가 아닌 ‘화재 위험도’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접근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승호 한국소방기술사회 재무이사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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