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 김하름 소방교와 인명구조견 ‘모란’ © 유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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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유은영 기자] =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 특수119구조단에는 모란, 비호, 맥이라는 3마리의 인명구조견이 있다. 이들은 각종 재난현장에서 활약을 벌이며 구조에 힘을 보탠다.
인명구조견은 지난 2002년 5월 행정안전부령 제167호로 지정된 공식 소방장비다. 소방장비라는 말이 어색할 수 있겠지만 구조견들은 소방의 구조활동을 돕는 엄연한 소방력의 일부다.
2013년 6월 7일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중앙119구조단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중앙119구조단은 인명구조견 모란과 맥을 무상양도하고 소유관, 관리책임을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이관했다. 2015년 12월에는 인명구조견 1두를 추가로 운용하기 시작해 구조견 핸들러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인명구조견이 되려면 좋은 혈통을 갖고 똑똑하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개체 관리로 태어날 때부터 구조견 후보가 돼 약 2~3년에 걸친 맹훈련을 받는다. 이후 각종 평가 항목을 통과해야만 구조견이 될 수 있다.
이 구조견들 곁에서 같이 호흡하고 교감하며 인명구조견으로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인명구조견 핸들러다.
지난 2011년 구조특채로 소방관이 된 김하름 소방교는 모란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평소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그는 2013년부터 핸들러의 기회가 생겨 애견훈련사 자격증을 따는 등 핸들러가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생명을 살리는 구조 활동에 기여하도록 특화된 인명구조견 업무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동물과 교감하고 함께 호흡하는 것은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야 하는 현장 활동을 돕는 일이죠. 그래서 핸들러 보직에 지원하게 됐고 2주간의 입문과정과 4주간의 전문과정을 이수한 뒤 지금은 정식 핸들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조견은 사람의 1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 등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조견과 호흡을 맞춰 현장에서 수색지역을 지정해 같이 현장활동을 하는 핸들러는 동물이 할 수 없는 일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원활한 현장활동을 돕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평소에는 인명구조견의 사육과 관리, 매일 진행되는 훈련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전국 소방에는 25마리의 인명구조견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과 함께 하는 25명의 핸들러가 있다.
김하름 소방교와 함께 호흡하는 모란이는 2010년에 태어나 2013년 6월 서울로 왔다. 처음부터 김 소방교와 함께 생활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2016년 핸들러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모란과 첫 만남이 시작됐다.
모란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김 소방교는 “모란은 L.R 리트리버종으로 전국 인명구조견 중 몇 안 되는 암컷 인명구조견입니다. 재난과 산악 복합임무견으로 국가공인 2급의 자격을 갖고 있죠. 평소 먹는 걸 좋아해서 훈련할 때 수월한 점이 있어요”라며 웃었다.
“반복 훈련으로 모란의 미흡한 점을 조금씩 고쳐나가려고 하는데 뜻대로 안 될 때도 있긴 합니다. 그럼 주변 핸들러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데 처음이 어렵지, 처음만 잘 해결되면 그때부턴 활약을 벌일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서 위안으로 삼죠”
인명구조견들은 현장에서 뛰어난 후각으로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다. 모란과 함께 생활하는 맥은 지난해 산에서 조난한 여성을 찾아낸 적이 있다. 또 종로 낙원상가 붕괴사고 때는 바로 찾지는 못했지만 맥이 반응을 보였던 반경 1~2m 내에서 요구조자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인명구조견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소방관이 핸들러가 될 기회 역시 드물다. 교육은 2~3달 과정으로 끝나지만 구조견과 서로 마음을 열고 교감이 될 때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핸들러의 보직은 변경 없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구조견은 혼자서 수색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핸들러와 함께하며 파트너십을 유지해야만 현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수색작업을 하게 되죠. 견들은 첨단장비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첨단장비로도 식별 불가능한 부분도 인지할 수 있으므로 소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하름 소방교는 모란과 함께 구조 현장에 나갈 일은 없길 바라고 있다. 그가 모란과 현장에 나간다는 것은 어디선가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 소방교는 “만약 현장 구조 활동에 나가게 된다면 모란과 함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