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 전 심폐소생술의 최대 화두는 현장에서의 전문심장소생술과 약물의 효용,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조정 그리고 기계적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사용일 것이다.
심폐소생술 중 가슴압박은 뇌와 심장에 혈류를 지속적으로 보내기 위한 필수적이고도 중요한 요소로 강하고 빠르게 중단 없이 시행돼야 한다. 심장의 관상동맥 관류압은 최소 20mmHg 이상으로 유지돼야 심박동 회복의 가능성이 있고 정상 뇌혈류량의 20% 이상이 유지돼야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슴압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흉골의 아래쪽 1/2지점 ▲약 5cm의 가슴압박 깊이 ▲단 6cm를 넘지 말 것 ▲분당 100~120회의 압박 속도 ▲가슴압박 중단의 최소화 ▲압박과 이완의 비는 1:1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손으로 하는 심폐소생술은 CPR시간이 경과할수록 구조자의 피로가 증가되고 효율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충분치 못한 인원이나 좁은 엘리베이터와 복도, 계단 그리고 구급차 내부 같은 환경에서 시행되는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의 품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같은 가슴압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시도가 이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자동심폐소생술 장치가 개발됐다.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08년 처음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가 소개됐지만 당시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1960년대 초 Clare Barkalow박사는 Butterworth Hospital과 Lear Siegler의 협력으로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개발을 시작했다.
▲ 1, 2, 3 1900년대 초 자동심폐소생술 장치 4, 5 clare barkalow 박사가 개발한 자동심폐소생술장치
|
사실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찬반 의견이 있다. 2015년 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병원 전 심정지 환자에게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를 적용했을 때 단ㆍ장기 생존율에서 거의 동일한 수치를 나타냈다.
또한 하중분산벨트를 적용한 방식과 가슴뼈를 압박하는 피스톤 방식 모두에서 손으로 하는 심폐소생술을 대체해야 하는 근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LUCAS™나 AutoPulse™ 같은 장비들로 실험한 결과 손으로 하는 매뉴얼 심폐소생술에 비해 환자에서 더 많은 내장 손상이 발견됐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사례다.
주택 구조가 60%에 가까운 우리나라 주거환경의 특성처럼 환자 이송에 열악한 상황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심폐소생술 시행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해도 환자 이송에 열악한 구조의 건물 또는 여타 악조건에서 장치 적용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필요하다.
아직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효과와 위험성은 논란이 있기에 그 적용 대상을 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상황으로만 보수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장비의 보급률에 비해 실제 활용률은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의 한계와 기계 장치의 이해 부족, 정서적 거부감 등도 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도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에 관한 연구논문은 계속 발표되고 있다. 기존 단점을 개선한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에 적어도 지금 보다는 향후 더 폭넓게 사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 또는 보급되는 기계식 압박장치 제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 중 세 가지를 소개해 본다. 이 제품들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각 장치의 사용법과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분명 사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개에 앞서 먼저 이 글은 여러 제조사로부터 정보를 받아 소개하는 글일 뿐, 각 제품의 비교분석으로 특정 제품의 우위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 둔다.
LUCAS2
LUCAS2™은 2003년 개발된 피스톤 심장압박 방식의 기계식 압박 장치다. 병원 전 처치에서 효과적이고 중단 없는 흉부압박을 제공한다. 구급대원의 피로도 감소와 이송하는 구급차 내에서의 구급대원 안전을 위해 개발됐다.
2013년 9월 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심장 학회에서는 LUCAS™ 적용 심폐소생술과 고품질 수기 심폐소생술을 비교한 연구의 주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LUCAS™와 수동 흉부압박은 비슷한 단기 생존율을 보였으며 더 좋은 신경학적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단기 생존율은 물론 퇴원 생존율에 있어 크게 이점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은 대한심폐소생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거나 현장에선 의료지도를 통해 적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는 것은 LUCAS2™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LUCAS3™가 출시됐으나 의료기기 허가 문제로 국내에는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
장착이 간편하고 손쉬우며 휴대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일선 구급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LUCAS™를 적용한 상태에서 험지를 이동하거나 달리는 구급차 내에서는 압박위치가 틀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매뉴얼에는 체구가 너무 크거나 작은 환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업체 측은 착용 불가능한 환자는 약 5% 이내라고 설명한다.
LUCAS™를 적용할 때에는 정확한 위치의 압박을 위해 흡착 컵 하단이 흉골의 아래쪽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압박은 30:2 모드와 연속 모드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장시간 이동 시 AC전원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Zoll - AutoPulse
AutoPulse™는 2003년 상용 판매가 시작됐으며 압력분산벨트 방식을 사용했다. 분당 80회의 압박 속도를 가지는데 이는 AHA의 가이드라인 100~120회와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의 흉골압박과는 다른 혈류 유발 기전(흉강펌프)을 이용한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다. 이 때문에 표준 심폐소생술에서 요구하는 가슴압박 횟수와 깊이의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기존 여러 동물과 임상 연구에서 AutoPulse™는 현재의 Setting으로 표준 심폐소생술과 동등 또는 우수한 혈역학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병원 황성오 교수 의견 참조).
*흉강펌프이론(thoracic pump) : 가슴을 압박할 때 심장의 압박보다는 흉강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흉강 내(intrathoracic)와 흉강 외(extrathoracic) 사이에 압력 차이(pressure gradient)가 발생함으로써 혈류가 발생하는 현상 |
본체 배터리는 삽입 상태에서 한 달 이상 사용을 안 할 경우 방전될 수 있다. 따라서 배터리를 분리 보관하거나 주기적으로 충전 점검을 해줘야 한다.
배터리에는 Calibration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배터리 실제 잔량과 표시 잔량을 일치시키는 작업으로 30일마다 충전 시 자동으로 작업을 실시하며 이때는 평소 배터리 충전 시간의 2배 정도가 소요된다.
업체 측에 따르면 평소 방전부터 완충까지 4시간 15분이 걸리나 이 작업을 할 땐 약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작업 유무는 배터리 충전기에 물음표 표시등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작업 중간에 배터리를 분리해 본체에 삽입해도 본체에는 배터리가 없는 것으로 표시된다. 사용빈도가 적은 장비이기에 이럴 경우 고장으로 오인될 수 있다.
AutoPulse™ 사용 시 병원 전 자발순환회복률(ROSC, 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비율이 상승하나 매뉴얼 가슴압박에 비해 내부 장기 손상이 심해 결국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AutoPulse™ 장비는 최초 개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개발 또한 지속되고 있기에 내부손상 가능성을 개선한 새로운 버전의 제품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EASYPULSE
EASYPULSE™는 기존 LUCAS™나 AutoPulse™에 비해 가장 최근에 출시된 제품이다. LUCAS™의 심장압박식과 AutoPulse™의 흉강압박식 등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3D 압박방식이라는 게 제조사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타제품에 비해 컴팩트한 사이즈와 3.5kg에 불과한 무게 그리고 장착했을 때 쉽게 압박 위치가 틀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장점 때문에 2018년 열린 대구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직 많은 제품이 보급돼 있지는 않아 실제 사용 시 장점이나 예상치 못한 단점들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제조사 측에서는 이 제품이 CPP를 50mmHg로 유지시켜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제품을 다룬 논문들이 아직 나오지 않아 생존율 향상에 대한 결정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게 최대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구급대원’에게 지금 필요한 건…
2015 AHA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에 대해 현재 심폐소생술의 대체 방법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구급차, 헬리콥터 등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동안이나 혈관 조영술 또는 체외심폐소생술 시행 중에는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구급차 내부나 계단과 복도, 좁은 엘리베이터 같은 비정형적이고 불안정한 조건의 상황에서 고품질의 가슴압박을 유지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동심폐소생술 장치가 수기로 하는 심폐소생술에 비해 더 나은 품질을 보이기에 그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효과를 연구하는 논문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기에 차후에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이러한 내용이 더욱 자세히 언급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더 높은 ROSC를 위해 많은 장비와 기술이 도입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는 가장 고가의 장비군에 속한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장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이견이 있고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에 관한 문제 그리고 지역마다 편차가 큰 의료지도 문제 등으로 현장에서의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현장의 2인 구급대와 지역대가 많은 현실을 비롯해 병원 전 소생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을 고려할 때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사용 빈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식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는 겉보기에 간편하고 소생률 또한 대폭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 무조건적인 심폐소생술의 시작과 끝이 돼서는 안 된다.
구급대원들이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할 경우 환자의 장기손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가슴압박 중단 시간의 증가로 인해 오히려 환자의 장기적 생존율을 떨어트리는 결과까지 불러올 수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또 현장에서 ROSC율 향상이 항상 좋은 예후의 생존율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취득한 고가의 장비는 정확한 사용방법과 상황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때만이 소생률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꾸준한 숙달 훈련이 필요하다.
주기적인 훈련 시간이 투자돼야만 ‘국민의 안전’이라는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은 구급대원들의 의무이자 우리가 가져야할 직업적 필수 덕목이다.
강원소방학교_ 안지원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