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CFBT 실화재 훈련

서울 강남소방서 김준경 | 기사입력 2020/02/28 [17:40]

CFBT 실화재 훈련

서울 강남소방서 김준경 | 입력 : 2020/02/28 [17:40]

▲ 1983년 소방관으로 입직해 현재 호주 브리즈번 소방서의 지휘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Shan Raffel 

CFBT? 실화재 훈련?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입에서 ‘CFBT(실화재 훈련)’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한 게 아마 3년 정도 지나지 않았나 싶다.


2015년 3월 경기소방학교는 CFBT 시설을 세워 호주 Shan Raffel 교관을 초청했다. 그는 교관 양성반 과정 교육을 2회 진행하고 자체적으로 교관 양성반, 신규 임용자 훈련, 화재대응능력 1급 과정에 ‘실화재 훈련’을 통한 CFBT 이론을 교육하고 있다. 또 그에 따른 행동요령이나 주수 기법 등도 훈련한다.


곧 충남 공주 국민안전 교육연구 단지 안으로 이전할 중앙소방학교에도 실화재훈련 시설이 문을 연다. 유능한 교관 인력을 충원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소방관 대상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시ㆍ도 소방학교에서도 실화재시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해외 소방학교와 훈련장, 국내 소방학교 시설을 비교ㆍ분석하고 벤치마킹을 추진 중이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소방학교(소방행정타운) 2단계 훈련시설 건설 계획에도 실화재시설이 포함됐다. 내부시설과 규격을 스웨덴식으로 설계하고 완벽한 집진시설 설치를 더해 올 9월 준공 예정이다.

 

Compartment Fire Behavior Training(CFBT)

우리말로 ‘구획실 화재 성상 훈련’ 또는 ‘격실 화재 성상 훈련’으로 표현할 수 있는 CFBT는 Level 1부터 Instructor 2까지 단계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격을 부여받는 구조다. 유사한 등급별로 자격을 주고 교육하는 스쿠버 단체와는 다르게 국제 표준이나 공식 인정은 받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학술 연구단체의 성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CFBT’라는 훈련 겸 단체는 1970년대 중반 스웨덴의 소방엔지니어 Krister Giselsson과 스톡홀름의 소방관인 Mats Rosander에 의해 만들어졌다.


기존 가정이나 일상생활에 화재 가연물이 될 수 있는 목재 또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실내가구, 구성품의 재료가 석유화학제품으로 변화(플라스틱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비내화구조에서 기밀성을 갖춘 내화구조로 건축물 양식이 변화했다.


이에 예전 화재와는 전혀 다른 급격하고 강렬한 화재 성상을 띄는 것을 발견하고 당시 설명하기 힘든 화재 이상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영국과 벨기에, 네델란드, 독일, 미국 등 세계 22개국 이상에서 지난 30년 가까이 꾸준히 학문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따라서 CFBT는 소방관의 화재현장 행동이나 주수기법, 안전을 추구하는 국제적인 소방관의 모범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도심지에는 내화구조가 아닌 건물이 거의 없다. 서울 기준으로 화재 발생 후 최인접 안전센터 화재진압대가 도착하기까지 3~4분 정도가 소요된다. 화재가 시작되고 3~4분이 지나면 CFBT에서 강조하는 Gas cooling, (Anti) Ventilation 등을 가장 활용하기 좋은 중성대와 화재실 조건이 형성된다.

 

관련 화재 읽기(Reading the Fire), 주수기법, 화재현장 행동요령 등을 교육받고 현장에서 적용한다면 소방기본법 1조를 적극적으로 준수하는 더욱 전문적인 화재진압대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CFBT에서 가르치는 이론과 훈련이 모든 화재현장에서 마스터키처럼 활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층고가 높은 랙크식 창고 화재현장에서 Pulsing 주수기법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대형 옥외 화재에서 Penciling 주수기법은 주변 동료와 시민들의 조롱거리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화재진압대가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관창으로는 여기서 강조하는 주수기법의 효과를 10~15%정도 밖에 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 시ㆍ도 소방학교에서도 소수의 화재 교관이 관련 실화재시설을 운영하며 이 모든 과정을 교육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 장비와 시설 등 인프라가 앞서나가는 커리큘럼에 맞춰 발전해 나가지 못하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CFBT-Live Fire Training 관련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간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열기, 화재 성상 체험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각종 국내ㆍ외 장비와의 결합, 전술적인 측면에서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유형의 화재현장에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CFBT의 탄생 배경

위에서 언급했던 Krister Giselsson과 Mats Rosander는 1970년대 중반을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정의 내렸다. 가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연물이 될 수 있는 소파와 침대가 천연재료에서 석유 화학물질의 제품으로 대체됐고 기존에 없던 TV와 컴퓨터, 냉장고 등 많은 물건에 석유 화학물질이 사용됐다.

 

이는 가정 내 화재 하중과 열량이 예전보다 2~4배 높아졌다는 것과 화재가 발생하고 플래시오버에 이르는 시간도 상당히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미국 교육 연구기관인 UL FSRI(UL Firefighter Safety Research Institute)는 위에서 언급한 1970년대 이전과 이후의 형태로 방을 구성해 화재를 발생시킨 후 플래시오버에 이르는 시간(Time to Flashover)을 측정했다.

 

아래 도표처럼 1970년대 이전 형태의 방에서는 상당히 긴 29분 25초가 소요됐고 현대식으로 꾸민 방에서는 3분 40초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런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화재현장의 양상도 변화했다. 그 당시 설명할 수 없는 원인으로 수많은 소방관이 순직하고 나서야 Giselsson과 Rosander가 주장한 이론은 스웨덴 소방본부의 기초 교육 원리로 채택됐다.

 

이 연구와 교육원리는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로 파급돼 전 세계 화재진압 분야에 급진적인 개혁을 이뤄냈다.


CFBT 교육에서는 화재 성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개혁의 중심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기’, ‘농연’을 단순히 시야를 제한하는 화재현장의 일부가 아닌 가연물로 인식하고 위험성을 재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연기/농연의 특성, 그리고 위험성

CFBT 이론은 우리가 흔히 접했던 ‘소방학개론’, ‘소방전술 기본교재’의 심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그 책에선 배연 부분에서 연기의 열부력과 독성 등을 설명하지만 많은 소방관이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나 표현하기 힘든 부분, 즉 플라스틱 연소로 생성된 연기 안에 아직 연소하지 않은 입자(가연물)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연기’, ‘농연’에는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성분이 포함된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흔히 CFBT에서 Unburnt Gas/Fuel로 표현한다. 가열된 상태로 열부력을 갖고 화재실 상부로 상승해 외부보다 비교적 Over Pressure zone과 중성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 화재가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지속해서 성장할 경우 연기에 포함된 미연소 연료가 자동발화온도(AIT, Auto Ignition Temperature)에 접근한다.

 

그럼 우리가 소방학개론에서 흔히 표현하는 ‘천장을 굴러다니는 불꽃’인 롤 오버(Roll over) 현상을 일으키며 연소한다. 또 복사열을 통해 남아있는 가연성 물질을 빠르게 가열하고 열분해시켜 화재실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게 되는 플래시오버 현상에 이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CFBT를 받을 때 훈련실 내부에서 롤 오버, 플레임 포켓, FGI, 백드래프트 현상을 액션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많이 갖고 있다.

 

본인이 교육하는 서울소방학교 신규 임용예정자 교육생들에게 롤 오버 현상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 보라고 한 후 그 영상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럼 모두들 ‘천장에서 굴러다니는 불꽃’이라는 표현을 머릿속에서 지우게 된다. 사견이지만 소방학개론이나 소방전술 교재에 수정할 내용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와 화재실 내 플래시오버가 발생하면 내부 사람은 생존할 수 없으므로 롤 오버-플래시오버 발생 전 연기를 냉각시켜 플래시오버 발생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우리 소방관의 안전과 내부 요구조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이는 CFBT에서 가르치는 3D 주수기법, 개구부 컨트롤과 관련이 있다.


플래시오버 실험에서 플래시오버 발생 시 측정된 온도는 450~771℃ 사이이나 발생 온도는 600~700℃ 사이에서 측정됐다. 격실 크기나 가연물 양에 따라 다르지만 내부 복사열 값은 15~33kW/㎡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플래시오버(우리 선배들과 진압대원들이 흔히 말하는 ‘불이 한번 돌았다’는 현상)가 발생하면 소방관과 요구조자 모두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이 CFBT 이론과 행동요령 자체가 대한민국 소방관들에게 낯선 내용은 아니다. 국내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았을 뿐, 흔히 ‘불잡이’라고 불리는 불을 정말 잘 끄는 진압대 선배들이 강조해 온 “무작정 연기에 물 뿌리지 마라. 수증기 때문에 너도 위험해 진다”, “중성대 유지하면서 화점이 보이면 화점에만 방수해”, “농연에 불이 붙기 시작하기 전에 천장에 반사주수를 몇 번씩 해줘” 등 표현 방법은 다를지 몰라도 화재현장의 위험요소를 컨트롤하고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 다만 퍼즐 조각이 덜 맞춰졌을 뿐이다.

 

▲ 격실화재 훈련에서 볼 수 있는 Roll over 현상

 

앞으로의 ‘Story’

2016년 서울특별시 공무 국외훈련을 통해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이때 실화재 훈련을 처음 접했다. SNS에서 한참 이슈였던 헬멧에 거는 형태의 면체를 쓰고 훈련을 진행했다. 현지 소방학교 보건안전규정과 훈련규정에 따라 Hot Zone-Warm Zone-Cold Zone을 구분해 화재현장에서 몸에 묻은 오염물질에 대한 통제를 엄격하게 받았다.


당시엔 ‘방화복을 입고 타국 소방학교에 가서 그쪽 커리큘럼으로 훈련을 받아보자’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CFBT가 무엇인지, 3D Firefighting이 무엇인지, 우리가 그곳에서 어떤 시설과 내용으로 교육을 받을 것인지, 국내 교육 훈련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미처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받은 교육은 굉장히 정신없었고 언어 소통에도 문제가 생겨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또한 완벽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화재 성상 훈련, 유류화재 진압 훈련, 산업시설 화재진압 훈련, 주택 화재진압 훈련, 주수기법 훈련을 거치며 CFBT에서 강조하는 이론과 해외에서 소방관에게 요구하는 보건 안전에 대한 준칙, 그들의 장비 특징과 활용법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귀국해 근무해 보니 ‘소방’ 그 안에 ‘화재진압’이라는 분야에도 길이 상당히 다양하고 연구와 훈련을 해 볼 요소도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 직업인 ‘소방관’으로서 화재진압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CFBT 이론 관련 문서를 번역하고 3D Firefighting 주수기법을 공부해 나갔다. 국외 실화재 훈련에도 참가하고 해외 관창을 직구해 국내 관창과 비교해 보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이런 활동으로 CFBT-I International Instructor 국내 자격자 5명 중 한명이 됐다. 더 나아가 서울소방학교 화재방어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신규 임용자나 재직자, 그리고 119플러스 구독자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릴 해외 관창, 주수기법, PPE, BE-SAHF 모델, 신규 화재진압 장비, 화재 이상현상, CFBT 훈련시설, 서울소방학교 실화재시설 운영 현황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족할 수도 있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독자분들께서 기대하실만한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서울 강남소방서_  김준경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실화재 훈련 관련기사목록
광고
만평
[이수열의 소방 만평]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 여전한 숙제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