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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BT(실화재 훈련)…태국을 가다!

서울 강남소방서 김준경 | 기사입력 2020/03/18 [10:00]

CFBT(실화재 훈련)…태국을 가다!

서울 강남소방서 김준경 | 입력 : 2020/03/18 [10:00]


CFBT, 왜 중요한가?

서울소방학교 화재방어 교관으로 근무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서울소방 신규 임용자들과 일선 후배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 훈련장 Warm zone에서는 덴탈마스크 혹은 방진마스크가 필수다.


“타인의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영향력을 끼칠만한 직업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소방관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게 나 자신, 즉 소방관의 안전과 목숨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나의 비겁함을 합리화시키는 핑계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 

 

하지만 막상 모든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 진한 농연과 불꽃을 보는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복잡하고 역동적인 과제를 안겨주곤 한다. 소방기본법 1조에 나열된 것처럼 우리 소방관은 화재를 통제ㆍ진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건물 구조물 등 내부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조건은 소방관이 높은 수준의 현장 상황 판단능력을 가질 것과 제한된 정보(연기, 열, 불꽃 등)만으로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요즘은 화재 건수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실전을 대체할 기존 진압이나 소방훈련은 가상 상황(연기, 불꽃이 없는 환경), 모의 화재 훈련(연기 발생기를 이용하는 등)으로 대신한다. 이런 훈련만으로는 소방관이 실제 화재 현장에서 뜨거운 열기와 연기, 수증기 등을 직면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 화재 성상과 화재 이상현상 이론 교육

 

 

CFBT는 화재진압대원과 화재 현장을 지휘하는 소방관들에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앞으로 소개할 주수기법과 Be-SAHF기법에 따른 Reading the Fire, 배연전술 등은 전혀 새로운 학문이 아니다. 이전 글에서 간략히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에서 정리되지 않았을 뿐 불 잘 끄는 선배님들이 강조하고 현장에서 느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왜 이런 언급을 하냐면 이 CFBT에 관심이 많거나 다루는 주수기법, 배연전술 등을 접하신 분들에게서 연락이 제법 많이 왔다. 연락온 분 중 대다수는 기존 국내 화재 진압 방식은 무시 혹은 폄훼하고 “CFBT가 최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CFBT에서 다루는 이론과 전술 등 관련 내용이 화재 진압 분야에서 매우 획기적이라거나 기존 전술과 기술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마스터키는 아니다. 단지 수많은 종류의 화재 진압 방법 중 하나이자 심화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 여러 도구를 이용해 화재공학 기본법칙과 화재 성상 이론의 이해를 뒷받침 하는 소규모 실화재 교육을 받고 있는 멤버들


CFBT 교육 시작!

CFBT를 진행하는 나라는 꽤 많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폴란드, 독일, 태국, 중국, 스페인, 대만, 일본 등 상당히 많은 국가에서 파티클보드(혹은 OSB)나 목재 팔레트, 건초 등 목재(Class A fuel)를 태워 실제 화재를 발생시켜 훈련한다. 이때 상당한 양의 농연과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따라서 유럽 지역 신규 CFBT 훈련장은 집진시설 설치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편이다. 서울 소방학교에 지어질 훈련장 또한 가용 예산 범위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는 집진 시설로 설치할 예정이다.

 

▲ 현지에서 사용하는 InterSpiro사의 SCBA 사용법을 배운 후 압력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국외연수프로그램에 필자를 포함한 5명의 소방관이 선발됐다. 사비로라도 함께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는 후배 소방관 4명을 포함한 총 9명의 소방관이 태국으로 향했다. 필자를 포함한 2명은 CFBT Instructor를, 나머지 7명은 CFBT Level 1, 2 교육과 자격 취득이 목적이었다. 

 

태국에서 받은 CFBT Level 1, 2 훈련 중 Level 1 훈련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훈련 중에는 연기 속에 섞인 유해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CFBT Level. 1 교육 서두에는 보건안전규정(OSH,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 관한 내용을 짚고 넘어간다. 교육이 아니라 짚고 넘어간다는 의미는 각국의 OHS가 모두 다르고 규제하는 법령과 규칙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을 진행하는 지역 현지 OHS

- 개인보호장비(PPE)와 공기호흡기마스크(SCBA)에 묻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Decontamination 절차

 - Zoning(Hot-Warm-Cold zone) 구분

 - 훈련 중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ㆍ행동 요령

 - 수분공급의 중요성ㆍ섭취 시기 : 현지 SCBA의 사용법

 - 열 피로 증상ㆍ건강 상태 확인


 

숙련된 강사가 위 내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CFBT Level. 1의 교육 기간은 3일이고 교육 기간 중 절반은 이론교육에 치중된다. 또 항상 훈련 전ㆍ중ㆍ후 교육생의 보건과 안전에 관련된 부분을 상당히 강조한다. 이 교육의 마지막 맺음말은 거의 동일하다. 

 

“화재 현장에서 내 몸과 방화복, SCBA에 묻는 모든 물질은 발암물질이다”

 

이어 기본 화재 성상(Fire Behavior)에 관한 교육이 진행된다. 흔히 우리나라 소방전술이나 소방학개론 교재에 나와있듯 단순히 ‘발화-성장-최성기-쇠퇴기’로 나열하지 않고 위의 그래프를 두고 각 지점마다, 변수마다 화재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교육한다.  

 

또 다른 이론 교육으로는 연소공학 부분인 열방출율(HRR, Heat Release Rate), 연소범위(Flammability Range), 자동발화온도(AIT, Auto Ignition Temperature) 등을 심도있게 다룬다. 이어 찰스의 법칙과 게이-뤼샥의 법칙, 손튼의 법칙 등을 통해 연소의 4요소 중 하나의 연결을 끊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모든 이론 교육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개인보호장비(PPE)와 공기호흡기마스크(SCBA)를 착용하고 훈련을 한다. CFBT 중 화재 성상(Fire Behavior) 훈련장은 특정한 규격으로 제작된 컨테이너에 특수한 내열처리ㆍ조치가 돼 있다. 훈련장의 규격이나 자세한 시설은 추후에 다시 다룰 예정이다.

 

▲ Small Scale(Doll-house training)을 직접 제작해 기본 화재 성상과 화재 이상현상을 스스로 컨트롤 해볼 수 있는 훈련을 진행했다.

 

첫 실전 교육은 교관의 통제 하에 화재 성상 훈련장으로 입장해 ‘Free-Burning’을 진행한다. 기본적인 화재 성상 훈련에서 사용하는 가연물의 절반 정도를 내부에 배치하고 제목 그대로 자유 연소시켜 화재 발달단계를 관측하는 교육이다. 점화 시점으로부터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론교육에서 배웠던 화재성상 그래프와 연계해 중성대의 생성, 관창주수ㆍ열화상카메라(TIC)를 이용한 중성대, 화점 온도 체크, 롤오버 현상, 개구부의 개폐상태에 따른 중성대의 이동이나 온도변화 등을 배운다.

 

교육이 끝나면 Warm zone에서 마스크와 라텍스 글러브를 착용한 상태로 방화복을 벗고 Cold zone으로 이동해 수분을 섭취한다. 휴식을 취한 후 진행되는 디브리핑(Debriefing)을 통해 이론으로 배우고, 몸으로 느꼈던 내용을 교육생과 교관이 의견을 주고 받는다. 훈련 중 궁금했던 점에 대한 답변과 부연설명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 교육생은 다시 한번 머리와 몸으로 훈련을 상기하고 체득하는 기회를 얻는다.

 

국내ㆍ외 CFBT 교육을 하는 교관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를 교육해준 Shan Raffel 교관은 훈련 후 디브리핑을 매우 강조했다. 필자 스스로도 그 효과에 대해 느낀 게 많아 CFBT 교육이 아닌 신규 임용자 교육을 할 때도 항상 디브리핑을 진행한다.

 

▲ 현지에서 사용하는 관창으로 주수기법 연습 중인 교육생

 

또 추가적으로 화점위치에 따른 화재 성상 차이 실험이나 Small scale Doll-House를 이용한 인형의 집 화재 성상 훈련, Pulsing, Penciling, Painting 등 주수기법을 간단히 훈련해보는 시간으로 꽉 찬 일정을 보낸다.

 

▲ 서울소방학교 화재교관이자 CFBT Instructor인 이형은 교관에게 Small Scale 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들

 

CFBT 교육생들은 1일차 교육으로 보건안전 규정과 PPE, SCBA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유연소 교육과 화재 성상 기본 교육을 통해 화재 시작과 일정 시점에 화재실에서 어떤 현상이나 위험성이 발생하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배운다.

 

별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현장 소방관의 부상이나 사망 시 제1원인으로 화재성상과 전술운용 영향에 대한 이해, 경험 부족을 꼽는다. 최근 10~20년간 개인호보장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소방관 개인 안전 부분은 개선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CFBT 진행은 경험이 많고 숙련된 강사가 진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2002년 미국 뉴욕 주 레어즈빌에서 실화재 훈련 중 교육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훈련 교관은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NFPA(Live Fire Training Evolutions) 1403과 우리나라는 CFBT 훈련 강사의 역량 요구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훈련 진행에 있어 숙련된 교관과 그렇지 않은 교관은 교육의 질 차이뿐 아니라 교육생 부상이나 훈련장 내부 위험요소 컨트롤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각 지역 소방학교에도 CFBT 시설이 계속해서 설치될 예정이다. 이때 반드시 그에 맞는 교관도 지속해서 양성돼야 한다. 특히 CFBT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필로티ㆍ내화구조 건축물 화재 등 대상물, 지역 맞춤 전술 또한 개발돼야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대로 CFBT는 화재 진압이라는 큰 주제에서 작은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기존 또는 새로운 전술과 장비를 적정하게 혼합해 현장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ㆍ전술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그 목적 달성을 위해선 전국의 화재진압대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같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서울소방본부에서는 현재 9~10명이 모여서 CFBTㆍ화재, 보호장비 등을 주제로 비정기적인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내실을 다진 후 국내 모든 진압대원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고, 소방관들이 앞으로도 CFBT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 훈련 준비 중 가연물 양을 결정해 화재실 열량을 조절하고 가연물 배치형태를 결정하는 Setup 작업 중인 교육생

 

서울 강남소방서_  김준경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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