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박준호 기자] = 소방공무원들이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한 부담과 불이익 걱정 등으로 ‘강제처분’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처분은 소방공무원이 소방활동에 방해되는 주정차 차량과 물건 등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 있는 권한이다.
2018년 2월 소방활동 방해 차량 견인 조치 등의 근거가 담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강제처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대표)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활동 중 차량 견인 내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소방공무원들이 강제처분에 소극적인 이유는 사후 처리 과정에서 민원이나 소송 발생 우려 등 행정적ㆍ절차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소방공무원 1만4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방현장 강제처분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설문조사 통계 분석보고서’를 보면 소방공무원의 74.5%가 “강제처분의 현장 적용이 잘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 사후 처리 과정상 행정적ㆍ절차적 부담 42.5, 강제처분 행위자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 예상 20.4, 강제처분 후속 절차 등 이해부족 14.5, 현장지휘관의 지시ㆍ명령 부재 11.7, 강제처분의 개념을 잘 모름 6.4, 강제처분할 만큼 위급한 상황 없었음 3.9, 기타 0.4% 순으로 나타났다.
소방활동 중 강제처분이 필요한 빈도에 대한 물음에는 출동 10회 중 3회 이상이 4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5회 이상 22.9%, 7회 이상은 7.7%였다.
강제처분이 필요한 상황은 소방차 통행을 위해 주ㆍ정차된 차량을 이동시켜야 할 때가 38.9%로 가장 많았고 인명구조ㆍ응급이송 위해 출입문 파괴 23.7, 소방차 통해 위해 장애물 제거ㆍ이동 18.8% 순이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의 92.5%는 소방활동 중 강제처분을 시행했거나 시행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강제처분으로 발생하는 민원처리를 전담하는 부서 지정에 대해선 소방공무원의 91%가 찬성했다. 하지만 전국 시ㆍ도 소방본부 중 서울에서만 현장민원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방청은 “소방활동 중 강제처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강제처분을 진행한 소방공무원 개인에게 사후 책임을 지우거나 신분상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며 “18개 시ㆍ도 소방본부 모두 현장민원전담팀을 구성해 민원제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