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예산 턱없이 부족… 기이한 구조 개선해야” ‘소방 재정 현황과 과제’ 토론회서 소방 예산 지적 잇따라
|
![]() ▲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이후 소방 재정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준호 기자 |
[FPN 박준호 기자] = 제21대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소방 예산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ㆍ양기대ㆍ오영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주관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이후 소방 재정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토론회를 주최한 세 의원과 소방청 관계자, 전국 소방공무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소방 재정의 기이한 구조와 턱없이 부족한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일부 패널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추진한 정부가 소방 예산까지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소방발전기금 신설’, ‘지역자원시설세(소방분) 풀링화 운영’, ‘교육공무원 모델 활용’, ‘가전제품에 소방세 부과ㆍ전기세 등 활용’ 등 소방의 건설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김홍환 연구위원 “신규 소방공무원 인건비 추산부터 잘못”
![]() ▲ 소방 재정의 안정적 조달 방안 모색에 관해 발제한 김홍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소방방재신문 |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홍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방 재정의 안정적 조달 방안 모색’에 관해 발제하면서 신규 소방공무원 인건비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김홍환 연구위원은 “소방청은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비용을 1인당 5천만원으로 산정했지만 추산 자체가 잘못됐다”며 “계산을 제대로 하려면 간부급인 5급 이하 평균으로, 또 경상비나 초과근무수당 등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5천만원이 아닌 1인당 1억원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며 “지금처럼 추산하면 나중에 문제가 바로 생긴다. 정확히 계산해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국가직화됐음에도 지자체에서 임금을 주는 현 예산 체계를 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연구위원은 “각 시ㆍ도가 국가직화된 소방공무원에게 급여를 주는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향후에는 야당 소속의 지자체장이 적극 협조해 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법의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소방재정지원 및 시ㆍ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엔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대한 예산편성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지방자치예산인데 법을 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건 지방자치의회의 권한”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희 교수 “소방발전기금 설치 필요하다”
![]() ▲ 이정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에게 안정적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방발전기금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준호 기자 |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에게 안정적인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통합된 제도 아래 지속적으로 지급 가능한 재원이 존재해야 한다”며 소방발전기금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담배개별소비세의 25%는 신규 소방공무원 인건비로, 20% 중 75%(나머지 25% 안전 분야)는 소방장비나 청사 건립 등으로 쓰인다. 담배개별소비세의 45% 전액을 인건비로 사용하고 소방장비 등 부족분을 소방발전기금에서 사용하자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선제적인 소방 대응을 위해선 장비 투자가 중요한데 소방장비는 장기 편익에 대한 지출”이라며 “큰 돈을 한 번에 쓰지만 단기에 이익이 오지 않는 소방장비는 1년 단위 회계로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론적 논의를 생각해보면 소방장비 예산은 기금으로 활용하는 게 맞다”며 “기금은 그해에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돼 누적 자산의 가치를 증식시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방발전기금의 운영 방법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소방분의 지역자원시설세나 화재를 유발하는 전력산업기반 세를 풀링화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다리차 등 부족한 소방장비 구입비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들 다양한 소방 재원 마련 방안 제시
![]() ▲ 토론회 패널들. (왼쪽부터)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김정현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전문연구위원, 이산휘 소방령 © 소방방재신문 |
이어진 토론회는 이원희 한국행정학회장(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김정현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전문연구위원 ▲이일 소방청 기획재정담당관 ▲이산휘 충남소방본부 소방령 ▲박상현 부산소방본부 소방경 ▲최영 소방방재신문 기자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부족한 소방예산의 다양한 증액 방법을 제시하고 기존 소방공무원은 지방비로, 신규 소방공무원은 국비로 임금을 지급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임상빈 연구위원은 소방예산 증액과 관련해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임상빈 연구위원은 “소방예산 중 지역자원시설세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며 “과세 대상을 건축물로만 한정하기 때문에 충분한 재원 조달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자원시설세 과세표준(건축물 시가표준액)은 건축물 원가를 기초로 산정하고 있어 거둬들이는 세금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과세표준을 부동산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로 개선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 만큼 자연스럽게 소방재원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또 “국가공무원이지만 지방에서 예산이 온다는 점이 교육공무원과 같다”며 “그런 모델을 소방에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가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이뤄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소방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영 기자는 “정권이 소방과 관련해 많은 걸 추진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소방안전교부세 비중을 높이는 것마저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과연 정부부처들이 소방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됐지만 전국적으로 균등한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론 지방비가 아닌 국비 비율을 늘려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재 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에 보상을 기대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민간 차원의 수습과 복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화재보험 의무 대상 확대를 통한 세금 징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 (왼쪽부터) 박상현 소방경, 최영 소방방재신문 기자, 이일 소방청 기획재정담당관 © 소방방재신문 |
김정현 전문연구위원도 “소방서비스는 공공재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정부가 타당한 수준을 정해 징수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가직화 취지에 맞게 국가의 소방 관련 재정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방예산의 부족함을 토로하는 현직 소방공무원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산휘 소방령은 “신규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관련해 내년부터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얘기가 나온 게 없다”며 “각 지자체가 재정 부담 이유로 신규 인력 채용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에 대한 재정 방안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소방안전교부세의 증액이 필요하다. 담배가격 인상이나 가전제품에 소방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소방경은 “소방조직을 보면 교육조직과 많이 흡사한데 교육부에선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활용한다”며 “소방도 소방재정교부금을 도입해 재정을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독일처럼 화재나 구급 활동 등으로 보험금이 감소해 수익을 얻는 상해생명보험사나 전기, 가스, 유류 등에 소방세를 부과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