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에게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와 오랜 잔상이 남는 ‘월 메이드’ 소설로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 ‘도랑’은 한순간의 실수로 잘나가는 컨설턴트에서 직업을 잃고 추락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대기업 연봉만큼의 아르바이트비를 주는 고급 애완견 ‘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게되고 남몰래 그를 응시하고 있는 개의 여주인. 그는 서서히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되는데…. 소설은 현대인의 우직함과 성실함만으로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욕망의 반대편에는 생의 폭력을 묵묵히 견뎌 내며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풍경을 담아내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지나친 욕망에 근거한 돌파구는 쉽게 무너질 수 있으며 진짜 돌파구는 어쩌면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임을, 죽도록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음을 서서히 양각해 나간다. 작가는 “1%를 제외한 99%의 사람들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루저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아도 대다수 인간이 존엄과 품위를 지키고 살아갈 수 있는 통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소설을 썼다”고 전했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는 단순히 각박한 세태 반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진 한 남자의 가슴 따뜻한 저항이 인간적 공감과 훈훈한 감동을 이끌어 내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김민지 기자 flyminji@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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