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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나 호주를 덮친 산불, 피해와 영향을 알아보자

중앙119구조본부 이강렬 | 기사입력 2021/04/20 [09:20]

두 해나 호주를 덮친 산불, 피해와 영향을 알아보자

중앙119구조본부 이강렬 | 입력 : 2021/04/20 [09:20]

2021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호주의 서쪽 지역은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호주 ABC News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주택 86채가 전소됐으며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호주에서는 과거와 달리 매년 발생하는 대형 산불로 대다수 국민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우려와 함께 큰 경제적ㆍ육체적ㆍ심리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기고는 필자가 호주에서 국외훈련 기간1)중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에 걸쳐 발생한 2019/20 Black Summer 산불과 관련해 화재진압 활동을 포함한 전반적인 산불재난 위험관리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19/20 Black Summer 산불

2019년에서 2020년에 걸쳐 여름에 발생한 산불은 예년 산불과 비교할 때 훨씬 심각한 피해를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산불은 보통 한 개 또는 두 개 주에 걸쳐 발생했다. 그러나 19/20 Black Summer 산불은 두 개 이상의 주에 걸쳐서 발생했고 피해면적이 과거 대형 산불의 두 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 [그림 1] 2020년 1월 9일 촬영한 산불 화재 모습(출처 BBC news)


구체적으로 피해면적은 1020만㏊에 달하는데 이는 남한 국토 면적과 비슷한 규모다. 사망자는 33명(소방관 6명 포함)2)이 발생했고 주택은 약 3100채가 소실됐다. 야생동물은 5억 마리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산불은 대형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노약자의 경우 호흡기 관련 질병이 악화되는 문제가 보고되기도 했다.

 

당시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산불 연기가 호주남동부에 위치한 빅토리아(VIC)와 뉴사우스웨일스(NSW)에 걸쳐 확산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뉴질랜드 대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규모가 워낙 커 많은 동식물도 희생됐다. 대표적으로 보호종인 코알라의 중요 서식지이자 관광 장소로 유명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A) 캉가루섬은 섬의 절반 이상이 소실되면서 자연 서식지 파괴로 많은 동물이 희생됐다.

 

대형 산불 특징

산불은 특정 장소에서 시작되면 바람에 의해 불씨가 이동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번지게 된다. 산불 규모가 커져 대형 산불이 되면 산불 때문에 뇌우가 만들어진다. 이런 화재 성상은 강우를 동반할 뿐만 아니라 번개도 발생시킨다. 번개로 인해 지상에서는 새로운 산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편 산불이 지역 주민의 주택이나 건물에 도달할 위험이 있을 때 산불 확산 속도(산림 6.7, 목초 14m/h)는 보통 성인이 달리는 속도(6.12m/h)보다 빠르다3). 따라서 소방 당국은 주민에게 산불이 도달하기 훨씬 이전에 미리 대피할 것을 강하게 권장하고 있다.

 

이번 산불에선 전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장기간 산불 확대, 광범위한 연기 확산과 함께 낮 동안의 빛 산란 작용으로 하늘이 어둡게, 때론 붉게 변하는 현상이 발생해 많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 [그림 2]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A) 캉카루섬 산불 전ㆍ후 비교(출처 BBC news)


단계별 산불 대응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할 때 물이나 소화제를 지상에서 뿌리거나 항공기와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뿌린다. 산불 진압은 보통 화재 진압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종종 소방당국은 산불을 진압하기보단 산불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복잡한 산불 현장에서 산불 대응의 최우선 목표는 인명피해를 막는 데 있다. 유럽 산불 협회 소속 전문가인 Alexander Held와 호주 소방관인 Kirsten Langmaid는 산불 진압 과정을 다음과 같이 여섯 단계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 [그림 3] 빅토리아(VIC) Mallacoota 해변에 대피한 관광객들 (출처 BBC news)

 

첫 번째 단계인 준비(Preparation)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산불에 사용되는 나무의 밀도 관리다. 산림 밀도 관리는 기계로 나무, 풀을 제거하거나 양 또는 염소로 풀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평상시 산림 밀도가 적절하게 관리되면 산불이 목초지로 확산하더라도 더 탈 수 있는 연료가 없어 스스로 꺼지게 된다.

 

산불 취약 시기 이전엔 엄격한 계획하에 인위적으로 산불을 내서 산림 밀도를 낮추는 처방 입화(prescribed burning) 방법이 있다. 화재 방어선을 미리 구축하는 것도 산불 확산을 막는 방법 중 하나다.

 

도로나 하천, 철도 등도 화재 방어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치 소방 대상물의 방화 구획처럼 산불의 확산을 어느 정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산불 연기 감지(Spotting)다.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는 조기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을 가동하고 있다. 조기경보 시스템은 온도나 산림 밀도, 습도, 풍속 등을 평가해 앞으로 다가올 며칠, 몇 주 동안 예상되는 산불 발생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

 

산불 위험이 증가하는 기간에는 소방관을 산불 취약 지역에 추가 배치하거나 소방차량, 산불 진압 항공기를 즉각 출동하도록 준비할 수 있다. 산불이 발생할 때 화재진압의 시작은 산불 연기 탐지다. 연기 탐지는 시민의 신고나 감시 카메라 또는 산불 감시탑에서 탐지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화재진압(Fire Attack)이다. 소방당국은 산불 현장에 소방차량과 장비를 갖춘 소방대원을 출동시킨다. 산불 현장으로 접근이 어려울 땐 항공기나 헬기를 보낼 수도 있다. 이 경우 산불의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해 신속하게 현장 상황을 본부에 보고하는 게 항공기의 우선적 임무다.

 

화재진압 전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소방용수나 소화제를 사용하는 습식 진압 방법과 산불을 구획해 저절로 다 타버리게 두는 건식 진압 방법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고 최대한 빨리 산불 진행 방향을 가로막아 산불 확산을 막아야 한다.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하면 국가적으로 확대된 자원을 동원해 산불을 진압하는 통합 진압(Extended Attack) 단계로 넘어간다. 이 시점에는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게 된다. 산불이 진행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불 규모는 더욱 커지고 이에 비례해 화재진압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산불 대응 합동 작업을 운영하고 더욱 확장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배치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경찰이나 군인은 합동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도로를 폐쇄하고 주민을 긴급하게 대피시키는 작업을 한다.

 

주민이 대피할 시점을 놓치게 되면 본인 건물에 머물면서 화재와 싸워야 한다. 불확실한 대피 경로에 노출되는 것보다 본인들의 주택에서 머무는 게 더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은 수백명의 주민이 길 위에 방치된 상태로 수많은 기관이 우왕좌왕하고 다양한 항공기가 하늘에서 활동하는 무질서한 상황이다.

▲ [그림 4] 지상ㆍ공중 화재진압 현장 활동(출처 BBC news)

 

다섯 번째 단계는 잔불 정리(mopping up)다. 산불을 둘러싼 작업 반경이 형성되거나 산불의 전면이 진압되면 화재는 통제 가능한 상태가 된다. 다시 말하면 산불은 더 확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불이 통제 가능한 상태여도 잔불 정리나 완전 진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건조한 조건에선 화재 발생 이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훈소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다시 발화될 수 있다. 따라서 잔불 정리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 단계는 사후 관리(Aftermath)다. 산불 진화가 완료된 이후 몇 주에 걸쳐 피해 지역을 순찰하고 확실히 불씨가 사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 시민에게 피해 지역의 출입을 허용할지 검토하고 타다 남아 쓰러질 수 있는 나무를 제거해야 한다.

 

지역 복구 활동 또한 장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대형 산불의 경우 지역 사회는 몇 년이 지나도 산불 피해에 의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 주민의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다. 호주의 각 정부는 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생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20 Black Summer 산불을 통한 시사점

호주도 옛날에는 대형 산불이 매년 발생하지 않았다. 1년 내내 발생하지 않거나 몇 년 동안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도 많았다. 하지만 2020년 상황은 달라졌다.

 

늦은 여름에 볼 수 있었던 대형 산불이 봄부터 발생해 소방을 포함한 정부 당국이 평년보다 일찍 본격적인 화재에 대비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 [그림 5] 대피 중 발생하는 차량정체(출처 BBC news)


19/20 Black Summer 산불은 화재진압 활동을 포함한 산불 위험관리에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는 전환점이 됐다. 산불은 더 자주 발생하고 규모는 더욱 커진다. 산불 발생 기간까지 길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불 진압의 우선순위는 산불 진압 자체보단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ㆍ미래 산림 정책과 관련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산림 연료량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처방 화입(Prescribed Burning)은 향후 산불 위험을 관리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거다. 자연환경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필수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 Master of Disaster Resilienc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The University of Newcastle in Australia

2) 소방관 6명 중 3명은 뉴사우스웨일즈(NSW) 소속 Rur al Fire Service의 자원소방관이다. 3명은 미국에서 지원된 항공대원이다. 또 빅토리아(VIC) 소속 Forest Fire Management 직원 3명도 사망했다.

3) 출처 Runners World, CFA

 

참고문헌

Davey, S. M., & Sarre, A. (2020). the 2019/20 Black Summer bushfires.

BBC.com. (2020.1.7). How did Australia fires start and what is being done? A very simple guide. www.bbc.com/news/world-australia-50980386.

BBC.com. (2020.1.31.). Australia fires: A visual guide to the bushfire crisis. www.bbc.com/news/world-australia-50951043

BBC.com. (2020.1.17.) Australia fires: 'Apocalypse' comes to Kangaroo Island. www.bbc.com/news/world-australia-51102658

BBC.com. (2019.12.31.) Mallacoota: Where Australia's bushfires turned day to night. www.bbc.com/news/world-australia-50953591

BBC.com. (2019.11.17.). How do you fight extreme wildfires? www.bbc.com/news/world-50410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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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_ 이강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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