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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두 번째 태극마크, 자신 아닌 국민 안전 위해 힘쓰고파”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출신 경기 일산소방서 정새다솜 소방사
12회 인명구조사 자격시험서 유일한 경기소방 여성 대원으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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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5/09/02 [10:00]

[Hot!119] “두 번째 태극마크, 자신 아닌 국민 안전 위해 힘쓰고파”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출신 경기 일산소방서 정새다솜 소방사
12회 인명구조사 자격시험서 유일한 경기소방 여성 대원으로 합격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5/09/02 [10:00]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소방공무원이 됐잖아요. 멋진 동료들에게 절대로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명구조사시험에 도전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요. 앞으로 화재대응능력과 응급구조사 자격도 취득해 멀티 소방공무원이 되는 게 꿈입니다”

 

경기 일산소방서 소속 정새다솜 소방사는 2023년 경기소방 공개채용으로 소방관이 된 후 현재 화재진압 업무를 맡고 있다. 타 소방관과 다를 바 없는 보통의 모습이지만 그에겐 찬란하고 특별한 과거(?)가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타이틀이다.

 

“우연히 TV에서 우리나라 스포츠클라이밍 전설인 김자인 선수의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작은 체구인데도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대회를 석권해 ‘클라이밍 여제’로 불리는 그가 정말 멋져 보였어요. 저도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어 클라이밍 센터에 바로 등록했습니다”

 

정새다솜 소방사는 영문학도다. 학창시절에 한 운동이라곤 “체육 시간에 한 게 전부”라고 할 정도로 평생 스포츠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평소 취미로 운동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포츠클라이밍은 본능적으로 끌렸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리드와 스피드, 볼더링 부문으로 나뉜다. 리드는 인공 암벽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 경쟁하는 종목이다.

 

스피드는 두 사람이 같은 루트를 올라 먼저 오르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볼더링은 줄을 매달지 않고 4~5m 내외의 낮은 인공 암벽에 퍼즐처럼 꼬아진 고난도의 홀드를 오르는 종목이다. 정새다솜 소방사의 주 종목이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어느 방향으로 발을 내디딜지 어떤 홀드(오를 때 잡는 플라스틱 돌)를 잡을지 등 최단 거리를 머리로 계산해야 합니다. 생각한 대로 됐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순간적인 몰입감과 완등했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더욱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스포츠클라이밍에 그야말로 푹 빠져버린 정 소방사는 센터에서 강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수강생을 지도하는 틈틈이 선수로서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볼더링 부문에 출전해 7등으로 선발됐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접한 지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국가대표가 된 후 처음 출전한 2016년 파리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김자인 선수와 룸메이트가 됐어요. 동경해 온 롤모델과 같은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함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채 한 방에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았죠. 비록 입상은 못 했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가슴 한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 소방사의 마음을 조금씩 흔드는 수강생들이 나타났다. 바로 ‘소방관들’이다.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을 보며 정 소방사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많은 관심이 생겼고 준비한 지 1년 만에 소방제복을 입게 됐다.

 

 

입직 후 다양한 화재 현장을 누빈 정 소방사. 소방관이 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에겐 잊지 못할 현장이 하나 있다. 바로 지난 3월 발생한 일산 올림픽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내부에 들어갔는데 짙은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거예요. 부장님 신발을 더듬거리며 기어들어 가야만 했죠. 열기도 가득해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현장 확인을 위해 10층 건물을 오르내리는데 정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더라고요. ‘진짜 소방관이 됐구나!’란 생각이 든 현장이었습니다”

 


정 소방사는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면서 알게 된 서울 소방관 권유로 서울소방 로프구조 동아리 ‘Team RS3’에서도 활동 중이다. ‘Team RS3’는 그간 전국 로프 인명 구조 워크숍 등에 참가하며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팀에서 유일한 여성대원이지만 다년간 스포츠클라이밍으로 닦아온 기량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클라이밍과 로프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점이 많아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동아리 활동이 인명 구조 활동에 도움이 될 거란 확신으로 비번날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늦깎이 소방관이 된 만큼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소방관으로서의 개인역량을 쌓기 위해 그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새다솜 소방사. 그는 지난 7월 시행된 제12회 인명구조사 2급 자격시험에서 유일한 경기소방 여성 대원으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국가대표까지 지낸 그이기에 쉽게 합격했을 것 같지만 물과 친하지 않은 탓에 여러 난관이 있었다. 특히 3분 동안 물에 떠야 하는 입영은 실력이 잘 늘지 않아 연습 후 집에 가는 길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인명구조사는 체력과 수영, 로프 하강, 각종 구조기술까지 구조 전반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고난도 자격이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대원이 되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수영이 큰 난제였는데 비번날 거의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한 결과 잘 극복해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일산소방서에서 5명이나 합격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화재대응능력평가(2급)와 응급구조사(2급) 자격 취득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등 소방조직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에서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고픈 마음에서다.

 

“소방관으로서 이제야 출발선에 선 기분이에요. 선배들에게 배울 것도, 익혀야 할 기술도 정말 많습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사자성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방관이 돼 도민을 넘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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