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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재난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정석 | 기사입력 2022/01/20 [10:00]

산불재난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정석 | 입력 : 2022/01/20 [10:00]

“산불… 산림청, 소방청 제각각?”

2017년 소방청과 산림청 국정감사 중 기관별 산불 발생은 3배 인명피해는 6배 가까이 차이나는 심각한 통계 왜곡 현상이 밝혀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통계 왜곡 현상은 산림청의 자의적인 산불판단과 지자체의 의도적인 축소ㆍ은폐가 원인이었다.

 

▲ [표 1]2017년 국정감사 중 산림청과 소방청 간 산불통계 비교 자료(산정 기간 2014~2017.6)

▲ [그림 1]국정감사 중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김재현 전 산림청장(오른쪽에서세 번째)(출처 농촌 여성신문)

 

우리나라 산불관리에 있어 통계 왜곡은 시작일 뿐이다. 정작 재난성 대형산불 발생 시 산림재해통합정보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고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은 사후보고용에 불과하다.

 

주무관청은 책임회피에 핑곗거리만 찾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불관리체계의 대수술이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고양이게 생선을 맡긴 탓일까? 돌아서면 원점이되곤 한다.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취임 초 산불정책의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했지만 임기 말이 돼도 산불정책은 물론 통계관리에서조차 유의미한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 [표 2]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산림청 산불통계 축소 현황(2013~2016 이전정부, 2017~2020 현 정부)

 

통계는 국가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그 중 재난 관련 통계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결된 문제로 사실을 기반으로 다뤄야 한다. 통계가 정확해야 문제점을 진단하고 올바른 정책을 수립ㆍ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청 산불통계는 여전히 후진국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반복적인 대형산불을 겪으면서 충분히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냄비가 식으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과거로 회귀하곤 했다.

 

비단 통계뿐만이 아니다. 지난 50년간 관리자 위주의 탁상공론과 생색내기에 열중한 나머지 현장에서의 열정과 역량은 사라지고 눈치와 체념만 남았다. 일선에선 보도자료와 달리 우리나라 산불관리에 대한 불신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호에선 우리나라 산불관리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는지에 대해 민간전문가의 관점에서 적나라하게 분석해 본다.

 

산불을 산불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

▲ [그림 2] 산불상황관제 중 산불 외 상황 표시됨. 지목상 임야가 아닌 경우 일선 소방서에서 대응

 

산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산에서 난 화재’라고 돼 있다. 굳이 사전을 뒤적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법률적인 정의는 다르다.

 

관련 법령에서는 ‘산림이나 산림에 잇닿은 지역의 나무, 풀, 낙엽 등이 인위적으로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에 타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산뿐만 아니라 산림과 잇닿은 농지, 하천, 둑까지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산불 주무 부처인 산림청 ‘산림보호법’ 제2조 7항의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불관리에 있어 공연히 산불 외라는 게 존재한다. 명확히 지목상 임야에서 발생한 산불만 산불로 보고 산불 외는 통계로 잡지 않거나 일선 소방서에 떠넘기고 있다.

 

산불이라고 이름 짓고 산불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거다. 스스로 만든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부처 편의에 의해 해석하고 있다. 결국 이런 행태가 통계를 왜곡하고 현장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도적ㆍ감정적으로 엉켜있다

우리나라 산불은 산림청이 주관하고 소방청은 관계기관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가화재를 전담하는 소방청 ‘소방기본법’ 2조 1항, 산림화재는 다양한 소방대상물 중 하나로 구분돼 있다.

 

‘산림보호법’상 산불과 ‘소방기본법’상 산림화재에 관해 법률 체계상 무엇이 우선하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소방기본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제도적으로 무엇이 우선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기관이든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실상은 제도적인 문제가 발단이 되면서 감정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산림청은 산불관리를 위해 2개 부서, 8개 기관, 수천 명의 전담직원에, 연간 소방청 전체 예산의 2배 가까이 되는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 [그림 3] 산림청과 지자체 산불 관련 부서, 기관, 인력 운용 현황(대략)

 

산림청과 달리 관계기관인 소방청의 경우 산불대응예산은 물론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주무 기관보다 산불 출동횟수가 평균 6배, 지역별로 최고 16배(최근 10년 통계 기준) 가까이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도시지역 산불은 대부분 소방관이 초기진화에서부터 잔불 정리까지 감당하고 있다. 현장에선 주객이 전도된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소방관이 산불 진화에 무리하게 동원되면서 소방 본연의 임무에 소홀해지곤 한다.

 

지금과 같이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게 문제다. 소방관이 국가직화되면서 체계를 구축하고 조직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소방 본연의 임무가 갈수록 복잡ㆍ다양해지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은 터무니없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산불이 업무를 가중시키고 소방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단돼 향후 산불에 대한 기관별 명확한 임무 규정이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제도적ㆍ감정적으로 엉킬 수밖에 없게 될 거다.

 

때론 감추고 부풀려지기도 하는 산불

▲ [그림 4] 1986년 4월 6일 사방ㆍ식목사업을 하던 주민 20여 명이 산불로 목숨을 잃었지만 군사정권에서 사회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은폐하면서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구미 청화산 산불 발생 현장과 관련 기사(출처 서울신문)

 

5공화국 군사정권 시절 산불관리 책임을 물어 기관장을 문책하던 시대가 있었다. 산불로 기관장을 문책하면 산불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현장에선 산불을 줄이려는 노력보단 어떻게든 은폐하고 왜곡할 방법만을 궁리하고 있었다.

 

당시 산림공무원은 산불이 발생하면 산불을 끄는 일보다 보도를 막는 일이 더 급했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물론 과거처럼 산불로 인해 직(職)이 날아가는 공무원은 없다. 요즘은 작은 산불에 담당 공무원은 혼이 나는 정도고 큰 산불을 겪고 나면 고위공무원은 표창을 받고 해당 지역에 예산 폭탄이 쏟아진다.

 

이해관계에 따라 겉과 속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바로 산불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곤 한다.

 

이토록 무책임한 행정이 반복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좌천성 인사나 기피 업무, 교대 없이 5개월 가까이 관련 업무에 시달리며 워라밸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어떻게든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동기(動機)가 없고 동기(同期)도 없다

필자는 산림청과 지자체 공무원, 산불관계자를 대상으로 약 10년간 1천여 회의 교육ㆍ훈련 경험이 있다. 한때 강의능력을 인정받아 전국 산불교육 강사 양성과정 대부분을 전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을 마지막으로 더는 산림청과 지자체 강의를 하지 않기로 하고 내려놨다.

 

낯부끄럽지만 한때 필자가 만든 교안이 관련 기관 표준교재로 사용되고 동료 강사들은 강의 비결을 전수받으려고 전국에서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강의를 해도 발전이 없었다.

 

간혹 교육 효과가 나타나는가 싶을 때쯤이면 담당 공무원은 다른 부서로 옮겨가며 맥을 끊었다. 산불진화대는 매년 유급생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약 10여 년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매년 쳇바퀴를 도는 듯했다.

 

▲ [그림 5] 필자는 전국을 누비며 산불전문가와 공무원, 유관기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산불의 문제점과 대안을 고민해 왔다.


물론 다 그렇진 않았다. 간혹 관심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을 모아 의기투합해 봤지만 어느새 알 수 없는 영향에 의해 의기소침해지기 일쑤였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들은 잘하는 것도 잘하려는 것도 반기지 않았다. 그럴만한 동기(動機)가 없기 때문이다.

 

산림 분야에서 산불은 여전히 기피 업무에 신입ㆍ좌천성 인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당연히 잘할 이유도 없는 거다. 산불진화대 역시 최저 임금에 열심히 잘할수록 동료들 눈총만 거세진다.

 

그래서 산불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에게 “세금이 아깝다”, “오합지졸이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결국 우리나라 산불업무는 잘해야 할 만한 동기(動機)가 없다는 게 문제다.

 

동기(動機)가 없는데 동기(同期)가 있을 리 만무하다. 재난 등 특수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동기(同期)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 위험에서 지켜주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불 관련 인력은 체계도, 계급도, 신분도 다르고 동기 애를 느낄 만큼 함께한 경험도 없다.

 

최근 특수진화대가 창설되긴 했지만 이 역시 공무직으로 승진도, 인센티브도 없다. 무엇보다 고유업무에 대한 의사결정권도, 목표의식도 없어 무료함에 동료 간 갈등과 반목만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누가 누구를 지휘한단 말인가

매번 재난성 대형산불이 발생하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건 지휘체계다. 그 때문인가 산림청 산불지휘체계도를 보면 순간 감탄할 정도로 체계적인 구성이다. 하지만 조직도상 지휘체계가 현장에서 먹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휘 권한이 높으면 높을수록 산불에 문외한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산불 경험이 많은 공무직 또는 연구직의 말을 귀담아듣는 지휘관을 본 적이 없다.

 

다행히 산불 현장에서 재난 경험과 전문성이 가장 많은 소방관이 있지만 소방은 산불지휘 체계상 곁가지에 불과하다. 아니 곁가지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지휘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산불 현장에선 서로 눈치만 보고 결국 자체적인 지휘권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더는 현장을 모르는 관리자에게 맡겨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산불관리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얼핏 보면 컴퓨터와 헬기만으로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까지 마무리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 지 20여 년 가까이 됐지만 오히려 산불은 더 많이, 더 크게 번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약 10여 년간 현장 구석구석을 살펴본 결과 현장에 대한 이해 없는 관리자 실적 위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드론소화탄으로 산불을 끈다? 산불 진화에 웨어러블 로봇을 사용한다? 산불 예방을 위해 화기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등의 앞서가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런데 현장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낯 뜨거워 내놓지 못할 시도다.

 

▲ [그림 6] 드론소화탄과 웨어러블 등은 연구대상에 구색일 뿐이다. 우리나라 산불 상황과 작업여건에 맞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출처 mbn, 로봇신문).

 

그뿐만이 아니다. 대형산불이 발생하면 늘 강풍이나 야간에도 운행 가능한 대형헬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대형헬기가 도입되면 강풍이 동반된 산불이나 야간산불을 책임질 수 있다는 건지 묻고 싶다.

 

필자는 우리나라 산불 진화용 헬기는 특정 위험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노후 기종 교체수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강풍, 야간산불 핑계는 대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난성 대형산불 확산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면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인다. 강풍에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불티가 주택이나 마을, 도시로 옮겨붙으면서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미국이든 호주든 강풍을 동반한 산불에 헬기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항공 쇼만 쳐다보고 있다. 이젠 항공진화력이 아니라 지상에서 한 채라도 더 지켜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상 진화 장비와 인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다.

 

▲ [그림 7] 헬기는 강풍을 동반한 산불에 무용지물이거나 헬기 하강풍이 오히려 산불을 크게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항공진화를 맹목적으로 과신하는 건 사고 부담을 가중시키고 진화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신년(2022년) <119플러스> 매거진 2월호 발행 즈음 본격적인 산불시즌이 시작된다. 산불시즌엔 비판보단 대안을 찾고자 한다. 물론 어떤 방법이든 재난 특성상 완벽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단지 지금 이대로는 분명 안 된다는 걸 관계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인식했으면 한다.

 

 


 

황정석 소장은 1967년 소백산자락 과수원집 큰아들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에서 산림정책을 전공하면서 산불정책과 교육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7년 가까이 관계 기관 전임강사로 활동하다가 폭넓고 자유로운 산불연구를 위해 산불정책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2003년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로부터 산림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2019년에는 ‘우리나라 산불이야기’를 출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우수과학도서로 인증받은 바 있다.

 

현재 중앙소방학교 외 5개 기관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인니ㆍ몽골 산불인프라 구축 관련 ODA 사업 연구기획과 산불정책 관련 언론 기고, 산불대응전략ㆍ교육훈련 관련 교재를 집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_ 황정석 : hyh4884@hanmail.net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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