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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화재 ②] 화재 당시 쿠팡 대처 구체적 증언… 소방시설 일부러 차단했나

하루 전 경기도재난본부장 언급 이어 실제 노동자 국민 청원
주장 맞다면 소방시설 고의 차단 가능성 커, 쿠팡 책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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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6/22 [00:34]

[쿠팡 화재 ②] 화재 당시 쿠팡 대처 구체적 증언… 소방시설 일부러 차단했나

하루 전 경기도재난본부장 언급 이어 실제 노동자 국민 청원
주장 맞다면 소방시설 고의 차단 가능성 커, 쿠팡 책임 불가피

최영 기자 | 입력 : 2021/06/22 [00:34]

▲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신고접수 20여 분 전에 이미 발생했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오면서 쿠팡 측의 초기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소방시설을 약 8분간 꺼 놨다고 언급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발언까지 더해져 화재 당시 쿠팡 측이 소방시설을 고의로 차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최초 신고자보다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며 쿠팡 측의 화재 당일 부실한 대처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화재 당일 1층에서 근무했다는 청원 글 게시자는 “화재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하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이는 “잦은 화재경보 오작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글 게시자에 따르면 자신은 화재 당일 물류센터 1층에서 근무했고 오전 5시 10~15분 사이 첫 화재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그간 잦은 오작동 탓에 하던 일을 계속했고 5시 26분께 1층 노동자들과 퇴근 체크 후 입구로 향하는데 C구역과 D구역으로 연결된 1.5층 층계 밑쪽에서 가득찬 연기를 발견했다.


동료들과 “진짜 불이 난 것 같다”며 입구까지 달리다 아직 화재 인식을 못 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불이 난 사실을 알리기 위해 크게 소리쳤다는 청원인은 대피 과정에서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사실을 전달했지만 자신을 미친 사람 보듯 쳐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고 했다.


또 듣는 척도 안 하는 모습에 화가 나 지하 2층 관계자에게 다시금 화재 상황을 알린 뒤 조치를 요청했지만 관계자는 크게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는 말을 하는 등 비웃기까지 했다고 청원인은 밝혔다.


청원인 주장에 따르면 화재경보가 울린 건 오전 5시 10분에서 15분 사이. 소방서에 정식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5시 36분이다. 약 26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 사이 쿠팡 측이 처음 울린 소방시설을 차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스프링클러 설비를 폐쇄하면 안 되는데 8분 정도 꺼 놓은 것 같다”고 언급한 이상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쿠팡 물류센터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는 ‘준비작동식’이다. 스프링클러설비 배관 내 항상 물이 차 있는 ‘습식’ 시스템과 달리 ‘준비작동식’ 시스템은 화재감지 시설이 작동해야만 배관에 물을 보내주기 때문에 고의로 화재감지 신호를 차단하면 작동 자체가 안 된다.


처음 울린 경보시설을 쿠팡 측이 일부러 끄거나 정지했다면 스프링클러설비는 물론 피난을 위한 비상방송이나 화재 시 방화구획을 형성해 주는 방화셔터 등 모든 시설이 먹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26분이 지나서야 소방서에 신고가 이뤄졌다는 결론까지도 이어진다. 부실한 화재 대처와 늑장 신고가 결국 화재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소방시설 차단 등 건축물 관계자들의 부실한 초기 대처는 대형화재 때마다 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21일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구 세일전자 공장 화재 당시도 관계자가 화재 신호가 들어온 후 소방시설을 일부러 꺼 근로자들이 제때 피난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지난 4월 10일 남양주 대형 주상복합 건물 ‘부영애시앙’ 화재에서도 관리자가 소방시설을 통해 화재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시스템을 연속적으로 정지시킨 사실이 본지 보도(관련 기사-[집중취재] 남양주 부영애시앙 화재, 피해 컸던 이유는?)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현행 소방관련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 또는 차단 등의 행위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쿠팡 측 과실이 밝혀지면 약 4천억원 대 규모로 가입된 보험금도 못 받는다. 피보험자의 과실이나 고의로 발생한 보험사고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한 쿠팡 물류센터 건물과 재고 자산이 모두 소실될 경우 쿠팡이 받을 수 있는 최대 보험금은 자기부담금 10%를 제외한 약 3천600억원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청원글 전문이다.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17일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일 화재 당시 근무 중이었으며 화재 관련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 발견한 노동자" 그 노동자입니다.

 

이번 화재사고에서 기적을 간절히 바라며 기다렸던 19일 소방대 장님의 소식을  전해 듣고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소방대장님 소식에 이제야 마음 추스르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무엇이든 해보려 청원부터 올립니다.

 

당일 저는 1층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17일 5시 10분~15분경 때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하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 때문인데요.

 

쿠팡에서 근무하면서 처음 화재 경보를 들었던 날.. 너무 놀라 쿠팡 관계자에게 불이 난 거냐 물어봤지만 "오작동이니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 하라"라는 답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일을 했었답니다. 그 후로도 여러 날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게 처음 다른 날과 같이 화재 경보가 오작동이라 인식하고 5시 26분경 1층 심야조 노동 진군들 모두 퇴근 체크를 하고 1층 입구로 향하는데 C 구역에서 D 구역으로 연결된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 이미 가득 찬 연기와 어디선가 계속 쏟아 오르는 연기를 목격하게 되었고 계속되는 화재 경보에 화재 경보로 인한 센터 셔터문이 차단되고 있는 것 또한 함께 목격한 퇴근하던 심야조 동료분들은 진짜 불이다 불난 것 같다며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입구 쪽으로 가는 길에 허브 쪽을 보니 아직도 많은 분들이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보고도 그냥 갈 수가 없어 "저기 안에 사람들은 어쩝니까. 다 알게 해줘야지요 "말했지만.. 그 누구도 본인들 뛰어나가기 바빴고.. 저와 함께 나오던 친한 심야조 동료들에게 먼저 가고 계시라 말한 뒤 저는 허브 쪽 동료들을 향해 미친 듯이 뛰고 손 흔들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쳤습니다.

 

"불이야 불났어요 진짜 불났습니다. 여기 연기 좀 보세요 불났어요 불 오작동 아닙니다. 진짜 불났어요 "

 

그렇게 허브 쪽 노동자들이 저를 보고 화재 인식을 하실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을 외쳤는지..
다행히도 몇몇 분들이 인식하신 걸 보고 난 후에야 저 또한 입구로 향했습니다.

 

핸드폰이 있었다면 빠른 신고부터 했을 것이라는 언론에서 떠드는 얘기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핸드폰이 없어 화재를 보고도 신고를 못하는 상황이라지만 속수무책으로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먼저 나간 동료들이 있었기에 신고나 화재 제보 및 조치는 동료들이 해줄 거라 생각했기에 허브 쪽에 노동자분들 화재 인식해드린 뒤 해당 층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이라면(무전기도 있고 핸드폰도 소지하실 수 있는 물류센터 보안팀 관계자입니다. )제가 핸드폰 가지러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조치가 가능할 수 있어

 

"화재 경보 오작동 아닙니다.안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1층에 연기가 이미 한 가득 이였고 화재 맞는 것 같아요. 무전을 하 신던지 어떻게 빠른 조치 좀 해주세요 심각합니다 장난 아니에요 불났어요“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드렸습니다.

 

정말 무슨 사람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서 "불난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할 테니까 퇴근이나 하셔라 어차피 화재가 맞아도 나가는 길 여기 하나니까 불났으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 라는 보안 대원의 답에

 

"연기가 심하다고요. 뭐 장난치겠어요? 연기가 심하다는데 확인도 한번 안 해보고 왜 자꾸 오작동이라 하시는 거예요? 무전기 있으시니 말이라도 해주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안에 일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확인해달라"

 

다시 강력하게 요청 했지만 듣는 척도 안 하시는 그런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너무 화가 나 1분 1초가 다급하니 다른 관계자를 찼다가 지하 2층 와처 분께 또다시 화재 상황을 알렸고 조치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엄청 크게 계속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되요"라는 말에 너무 웃는 모습해 분해서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왜 웃으세요? 여기는 확인은 조치는 단 한 명도 하실 생각도 없으신가 보네 무슨 오작동이냐
1층에 연기가 30분 전부터 이미 그 정도로 가득했다면 화재가 확실하다 한번 확인해 주는 게 어렵냐 안에 허브 분들은 아직 근무시간이다 이러다 화재가 맞고 사람 다치면 책임질 거냐" 얘기하는데  또 퇴근하시는 다른 노동자 한 분이 오셔서 "연기는 허브 쪽 컨베이어 과부하로 벨트에서 난 겁니다" 얘기했고

 

저는 과부하로 벨트에서 나는 연기 수준이 아니다. 진짜 화재면 어쩌려 하냐 확인하고 얘기해라. 1층 D 라인 E 라인 연기가 가득했기에 1.5층 화재 난 거 아니냐 심각하다 얘기했지만  마치 제가 정신 이상자인것처럼 대하며 끝까지 웃기만 하면서 제보를 묵사발을 시키더니..

 

 "수고하셨습니다. 퇴근하세요"

 

참...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대응에 저는 정말 수치스러움까지 느꼈습니다. 왜.. 굳이 그분들은 제가 수치스러움까지 느끼게 했어야 했던 것인지..

 

아직도 눈 감을 때마다 미친 듯이 웃던 그 얼굴이 계속 떠올라 너무 힘드네요.


어떻게 일용직 노동자인 저보다도 못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직책을 맡고 있는 건지 지난 17일 화재 당일부터 19일 소방대 장님의 참사 소식 듣기 전까지 저는 저 스스로 제 자신을 얼마나 원망하고 자책했는지 덕평 쿠팡 물류센터 관리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핸드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키고 신고를 했더라면

 

이렇게 참사까지 불러온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되어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났으려나..?

 

진짜 한심하다.  왜 난 그러고 있었던 것인가.. 화재 발견 직후의 내가 한 행동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말할 수 있나.. 별별 생각이 ..

 

이런 심정으로도 청원부터 드리려 하는 것은 덕평 쿠팡 물류센터는 이미 3년 전 담뱃불로 인한 화재사고가 있었습니다. https://m.bboom.naver.com/board/1-5da92

 

한번 겪었음에도 불과하고 개선된 것이 전혀 없어 이번 사고에도 참사까지 불러온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알리고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잦은 화재경보오작동 외에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었으며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일에도 대피방송이 아닌 노동자들 스스로 모두 빠져나올 때까지도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고작 3년 사이 두 번째 겪는 화재였음에도 3년 전 화재사고에 대한 얼마나 허술한 책임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었는지 그 후 관리도 얼마나 허술했는지 변화 없는 심각한 안전불감증까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고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사고로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에 사건관련 처벌 대상자들은 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내려주시고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으로 인해 막을 수 있던 참사까지 겪는 일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올바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대책만 세울것이 아니라 이를 꼭 시행시켜 개선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않도록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불러낸 참사까지 이어진 사건 사고들은 정말 더이상은 반복되지 않도록 바라며 청원 올립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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