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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불 커진 이유 있었다”

주차 차량 666대 불타, 실제 피해액만 100억원 넘을 듯
세차차량 폭발로 시작된 불 “배관 보온재 타고 번졌다”
“보온재가 주범” 화재 위험 무시하는 우리나라 건축법
안 터진 스프링클러, 고의로 멈춘 소방시설이 “또 문제”
천장 타고 번지는 불길 “스프링클러로도 불 못 껐을 것”

최영,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8/25 [10:48]

[집중취재] 천안 아파트 주차장 화재… “불 커진 이유 있었다”

주차 차량 666대 불타, 실제 피해액만 100억원 넘을 듯
세차차량 폭발로 시작된 불 “배관 보온재 타고 번졌다”
“보온재가 주범” 화재 위험 무시하는 우리나라 건축법
안 터진 스프링클러, 고의로 멈춘 소방시설이 “또 문제”
천장 타고 번지는 불길 “스프링클러로도 불 못 껐을 것”

최영,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8/25 [10:48]

▲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위치한 P 아파트 1단지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천안서북소방서 제공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위치한 P 아파트 1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차량 666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44대가 크게 훼손됐고 나머지 차량도 그을음 피해를 당하면서 실제 피해 금액이 100억원 대에 이를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오후 11시 9분께 지하 2층 출장 세차 승합차 내에서 폭발과 함께 시작된 화재로 운전자였던 정모(남, 32)씨가 양쪽 팔과 기도에 화상을 입었다. 입주자 등 14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관할 소방서는 이 화재로 약 19억원(동산 10억, 부동산 9억)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늦은 밤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나 발생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차량이 많았던 탓에 더욱 피해가 컸다. 게다가 고급 외제차량도 다수여서 불에 탄 차량의 실제 피해 금액은 100억원이 넘을 거란 게 관련 보험업계 분석이다.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최초 폭발과 함께 시작된 불은 차량 내부에서부터 주차장 천장과 인근 차량으로까지 확산됐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갖춰진 최신 고가 아파트 단지라는 명색이 무색할 만큼 속수무책으로 번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안 P 아파트는 어떤 곳?

▲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위치한 P 아파트 1단지 전경  © 박준호 기자

 

지하 2층, 지상 28층 높이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동으로 이뤄진 천안 P 아파트 단지는 지상 1층에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 16만4236㎡ 규모의 복합건축물이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월 19일 건축 허가 이후 2017년 12월 27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아파트 4개 동(420세대)과 오피스텔 4개(538실) 동 등 모두 8개 동의 고층 건물이 1층 근린생활시설 위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앞, 뒤로 구분된 아파트와 오피스텔 동의 지하주차장은 지하 1층이 오피스텔, 지하 2층이 아파트 전용으로 쓰인다. 화재가 시작된 지하 2층은 아파트 입주자 전용 주차장으로 연면적이 1만9271㎡ 크기에 4개 동의 아파트 지하 입구와 연결된 형태를 띈다.

 

지하 2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지하 1층으로 크게 번지지 않은 이유는 별도로 구분된 주차장의 특성 때문이다. 또 아파트 세대와 이어진 지하층 각 출입구의 방화문이 제대로 닫힌 덕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긴박했던 화재 현장… 2시간 42분 만에 ‘완진’

▲ 화재가 발생한 이후 주차장  © 독자 제공

 

소방이 화재 당일 신고를 받은 시각은 오후 11시 9분께. 당시 신고 접수 5분 만인 11시 14분 인근 불당119안전센터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11시 18분께 대응 1단계, 11시 37분께 대응 2단계로 높이는 등 소방인력 366명과 소방차량 38대를 투입하며 진압에 나섰다. 경찰 등 타 장비까지 동원된 인력은 모두 381명, 장비는 51대에 달한다. 

 

소방은 현장 투입 직후 인명 대피에 중점을 두며 화재 진화 작업을 벌였고 2시간 36분 만인 다음날 오전 1시 45분 초진을 선언할 수 있었다. 6분 뒤인 1시 51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각 아파트 동을 제외한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하나로 구성돼 있어 화재 당시 발생한 짙은 연기로 인해 직압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100억원 규모 달한다는 피해액… 확산 이유는?

천장 타고 퍼진 불길… 이유는 ‘보온재’

▲ 지하주차장 CCTV에는 스타렉스 세차 차량에서 발생한 최초 폭발 이후 화재가 급속도로 천장을 통해 번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불이 난 차량의 천장 상부는 각종 배관 등이 뭉쳐 지나가는 위치였다.    ©CCTV 캡쳐

 

화재 당시 스타렉스 승합차 내에서 폭발로 시작된 불은 천장 면을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다. 이내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까지 번진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실제 화재 당시 모습이 촬영된 CCTV에는 정차 중이던 출장 세차 승합차에서 최초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폭발로 인해 차량 트렁크가 열린 뒤 불길이 솟아오르며 위쪽 천장 면으로 급격하게 확대된다.

 

소방과 경찰은 사고 당시 세차용 승합차 내부에 온수 사용을 위한 20㎏의 LPG 용기가 실려 있었던 점을 볼 때 LP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세차용 승합차가 서 있던 곳은 다량의 수도용 대구경 배관 등이 천장으로 지나는 장소였다. 보온재로 둘러싸인 배관으로 불길이 옮아 붙으며 화재를 빠르게 확신시키는 경로가 됐다. 

 

스펀지 재질로 이뤄진 지하주차장의 가연성 배관 보온재 탓에 약 50m에 달하는 먼 곳까지 번져 나갈 수 있었다는 게 소방의 내부 분석이다.

 

▲ 라이터 불에도 쉽게 불이 붙어 확산되는 천안 P 아파트의 배관 보온재  © 최영 기자

 

<FPN/소방방재신문>이 취재 과정에서 화재 당시 천장 배관을 둘러싸고 있던 보온재 중 일부를 수거해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 그러자 이 보온재는 라이터 불만으로도 순식간에 타고 들어갔다. 화염이 ‘뚝뚝’ 떨어지기까지 했다. 화재에 취약한 폴리에틸렌 보온재였다.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불리는 이 보온재는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 재료와 발포제를 섞어 부풀려 만든 제품이다. 전국의 아파트나 기숙사, 고층 건물 등에서 널리 쓰인다. 최고 100℃ 이상의 배관에 사용이 가능해 급수 급탕용이나 중앙난방용 등 스팀용 배관을 제외한 모든 배관 보온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로방지능력이 뛰어나고 높은 열전달 억제력으로 탁월한 보온성능을 갖고 있지만 화재 시 고온의 화염 속에선 녹아내리면서 불을 전이시킬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최고급 아파트에 화재 취약 보온재라니… “문제는 건축법”

 

이번 화재에서 보여주듯 건축물 내 우후죽순으로 연결되는 배관 보온재는 화재 취약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건축법’에선 보온재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다.

 

현행 ‘건축법’에선 천안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아파트)과 특정 근린생활시설, 오피스텔, 다중이용시설 등의 건축물 실내 마감재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배관 보온재에 대해서는 화재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규정이 없다. 건축설비용 배관과 덕트에 쓰이는 보온재가 내부 마감재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동주택 등 대다수 건축물의 경우 세대나 복도 등의 배관은 준불연 이상의 천장 마감재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천장 속 전기적 요인으로 시작된 불이 내부의 가연성 단열재 등으로 번지는 대형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불이 난 주차장처럼 천장 자체가 노출된 장소마저 보온재의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 불에 탄 채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배관 보온재들  © 박준호 기자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축용 단열재는 내부마감 재료고 건축설비용 보온재는 내부마감 재료가 아니라는 국토교통부의 해석은 아이러니 그 자체”라며 “당연히 건축설비용 보온재도 건축물에 있어 내부마감 재료로 포함해야 하고 그 난연성능은 ‘건축물 마감 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 방지구조 기준’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가연성 단열재를 배관에 사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NFPA에서는 덕트와 배관 단열재에 대해 난연 또는 불연재의 적용을 제시하고 일본에서도 건축법 시행령에서 구획에 설치되는 배관에 일정 수준 이상의 내열성을 갖는 재료로 보온하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P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재 이후 배관에서 벗겨낸 보온재가 쌓여 있다.  © 박준호 기자


최후 보루 소방시설은 ‘먹통’… 고의로 정지했나

▲ 화재가 발생한 주차장 천장에는 배관 보온재가 불에 탄 채 널부러져 있다.  © 독자 제공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 등 먹통이었던 소방시설도 화재를 키운 이유로 꼽힌다. 천안 P 아파트의 지하 2층 주차장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습식 스프링클러와 달리 상시 배관에 물이 차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화재감지기를 통해 신호가 들어와 펌프를 가동해줘야만 물을 뿌릴 수 있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불이 난 주차장에는 유리벌브 타입의 표준형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었다. 화재 시 분당 80ℓ를 방수하는 보편적인 스프링클러 설비다. 하지만 화재 발생 직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자 등은 화재 발생 신호가 들어온 뒤 소방시설의 핵심인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정지시키고 스프링클러로 물을 보내줘야 하는 펌프까지 멈춰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 부영애시앙 주상복합 화재와 지난 6월 쿠팡 물류센터 화재 때와 똑같이 관리자가 임의로 소방시설을 정지시켰다는 걸 의미한다. 

 

이처럼 소방시설의 관리, 대처 부실 문제는 대형 화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 화재 역시 화재 수신기 기록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거쳐 소방시설 차단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프링클러 터졌어도 불 못 껐을 것”

 

▲ 천안 P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는 스프링클러  © 최영 기자

 

소방분야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설비가 정상작동했더라도 화재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진 못했을 거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의 반응 속도가 느리고 가연성 배관 보온재를 타고 천장으로 번진 불길을 잡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등 대다수 건축물의 지하주차장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된다. 항상 배관에 물이 차 있는 습식 설비보다 물을 뿌려주는 속도가 느린 취약성을 갖는다. 게다가 두 개의 화재감지기가 함께 화재를 감지(교차회로 방식)해야만 펌프 등 소방시설을 구동하다 보니 오류 가능성도 크다.

 

이택구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소방기술사)은 “주차장의 경우 노출 천장에 보가 설치되는 구조라 보로 둘러싸인 공간 내부에 적정한 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법 기준에서 보에 따른 설치 기준이 없고 교차회로 방식을 준용토록 해 조기 감지의 중요성이 무시되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프링클러 헤드의 감열 개방보다 먼저 감지기 작동 후 밸브를 개방시켜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감지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법규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건 그간 실제 화재 사고의 미작동 사례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스프링클러가 화재확산을 막지 못했을 거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각종 배관에 둘러싸여 있는 가연성 보온재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헤드는 화재 시 보편적으로 약 2.3m의 살수반경(물이 퍼지는 원의 반지름)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스프링클러 헤드가 1.2m 높이에 설치됐을 때의 얘기다.

 

우리나라 스프링클러 헤드는 소방법에 따른 살수시험 기준(형식승인 기준)에 맞춰 시험이 이뤄지는데 이 높이 기준이 바로 1.2m다. 방수 시 포물선을 그리며 물이 떨어지는 스프링클러 헤드 특성상 화원이 있는 수직 위치가 가깝다면 살수반경 역시 줄어들게 된다. 

 

▲ 화재 차량 바로 위 천장에는 대구경의 각종 배관이 있었다. 보온재는 모두 불에 타 소실됐다.  © 박준호 기자


천장과 맞닿은 스프링클러 헤드와 배관 보온재 모두 천장 쪽에 위치하는 특징을 고려할 때 스프링클러의 살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 사실상 스프링클러 헤드와 가까운 천장 쪽 배관 보온재 화재에선 불을 끌 수 없는 셈이다.

 

20년 넘게 스프링클러 헤드를 연구해 온 한 업계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헤드의 디플렉터(물이 부딪혀 방수가 최초 이뤄지는 금속부)와 채수통 간 높이는 1.2m 기준으로 시험이 이뤄지기 때문에 높이가 좁아지면 당연히 스프링클러 설비의 살수반경은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건축물의 구조적 화재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지하주차장 특성을 고려한 효과적인 소방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건축물 내부 배관 보온재의 내화성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 박준호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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