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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쉴 때 제대로 쉬고 싶은데… ‘119회복차’ 전국에 단 8대

트레일러형ㆍ버스형 회복차량 체력 회복, 식사까지 가능
대원들 “119회복차 체력 회복에 도움”… 일부 “텐트로도 충분”
소방청, 긴급구조대응계획 수립 때 반영, 단계별 확대 배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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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1/09/10 [09:59]

[집중취재] 쉴 때 제대로 쉬고 싶은데… ‘119회복차’ 전국에 단 8대

트레일러형ㆍ버스형 회복차량 체력 회복, 식사까지 가능
대원들 “119회복차 체력 회복에 도움”… 일부 “텐트로도 충분”
소방청, 긴급구조대응계획 수립 때 반영, 단계별 확대 배치 계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1/09/10 [09:59]

▲ 중앙119구조본부와 서울소방재난본부, 대전소방본부, 세종소방본부에서 운영 중인 119회복차

 

[FPN 최누리 기자] = 대형화재나 실종자 수색 등 장기간 소방활동이 이어지면 소방대원들은 지치게 된다. 이때 대원들이 잠시나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119회복차’다. 그러나 119회복차는 전국에 단 8대뿐이다.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6월 17일 오전 5시 36분께 발생한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130여 시간 만인 22일 오후 4시 12분께 완진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는 등 인력 667명과 장비 255대를 현장에 투입했지만 규모가 큰 데다가 소방차 배치가 어려운 지형적 특성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 주변에도 열기가 전달될 정도로 불길이 거셌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언론브리핑에서 “건물 내부에 있는 수많은 가연성 제품까지 불쏘시개 역할을 해 화세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소방관들은 주변 물류센터 주차장이나 이천ㆍ여주소방서가 보유한 버스, 대한적십자사에서 지원한 ‘재난 구호 쉘터’에서 휴식했지만 거센 불길 주변에서 지친 몸을 회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119구조본부의 119회복차가 1대 배치됐으나 모든 소방관이 이용하진 못했다.

 

전국에 8대뿐인 ‘119회복차’ 

▲ 소방관들이 119회복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중앙119구조본부 제공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은 장시간에 걸쳐 화재진압이나 구조ㆍ구급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고된 업무를 버티려면 틈틈이 휴식해야 하지만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통 소방관들을 그늘진 곳이나 맨바닥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한다. 상황에 따라 주변 건물에서 쉬기도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에어컨 하나 없이 취하는 휴식은 그저 잠시 숨을 고르는 수준이다. 겨울철 한파로 칼바람이 불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목적 차량이 119회복차다. 이 차량은 트레일러형과 버스형으로 나뉜다. 

 

현재 호남119특수구조대와 영남119특수구조대, 수도권119특수구조대, 충청ㆍ강원119특수구조대, 서울소방재난본부, 대전소방본부, 세종소방서, 조치원소방서에 각각 1대씩 총 8대가 운영되고 있다.

 

119회복차는 ▲‘전국 소방력 동원 및 운영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른 동원령(1ㆍ2ㆍ3단계) 발령 시 ▲‘긴급구조현장지휘규칙’에 따른 대응 2단계 이상 발령 시 ▲소방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투입된다. 각 시ㆍ도에선 별도 기준에 따라 119회복차를 현장에 보내고 있다.

 

호남ㆍ영남119특수구조대에서 운영 중인 트레일러형 119회복차는 실내 총면적이 약 48㎡로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고 30분 이상 산소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이 설치됐다. 내부에는 2층 침대 8개와 냉ㆍ난방기, 공기청정기, 의자, 탁자 등 소방관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 냉장고와 전기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을 갖춰 간단한 요리가 가능하다. 시동을 걸지 않아도 핸드폰 충전이나 에어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충청ㆍ강원119특수구조대, 서울소방재난본부, 대전소방본부, 세종소방본부에서 운영 중인 버스형 119회복차는 무시동에도 전자기기 등의 사용이 가능하고 산소공급 시스템과 공기청정기, 냉ㆍ난방기, 산소호흡기 등이 설치돼 10~18명까지 휴식할 수 있다.

 

특히 119특수구조대의 버스형은 내부에 프리미엄 좌석이 설치됐고 시ㆍ도 소방본부의 경우 내부를 개조해 식탁에서 간단한 식사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119회복차는 전국에 단 8대뿐이기 때문에 한 지역에 여러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모든 현장에 투입되기 어렵다. 각 소방서에서는 임시방편으로 버스 등을 회복차로 활용하고 있지만 다리를 온전히 펴고 쉴 수조차 없어 회복 공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A 소방관은 “아무래도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맨바닥, 그늘보단 냉ㆍ난방시설이 있는 버스가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콤비 등 일반 버스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좁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일선 대원들 “회복에 도움”… 일부 “텐트로도 충분”

▲ 소방관들이 119회복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일선 소방관들은 119회복차에서의 휴식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B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 취재진이 자신을 언제 촬영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주변 시민이 지켜본다는 긴장감 등으로 소방차나 건물 사이에서 쉴때가 많은데 119회복차에선 이런 우려 없이 쉬는 편”이라며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고 식사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C 소방관은 “단 10분을 쉬더라도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마음 편히 휴식하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 텐트 등 휴식 공간을 만들려면 관련 장비가 필요하지만 119회복차는 배치만 하면 준비가 끝난다”며 “냉ㆍ난방시설이나 공기시스템, 음식 등 웬만한 건 다 있고 유독물질 등에 노출될 염려도 적다”고 했다. 

 

물론 찬성하는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여름이나 겨울을 제외하곤 오히려 번거로울 수 있다는 의견과 여러 소방서가 연합해 활동해야 하는 대형 재난 현장에서 한두대만으론 오히려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D 소방관은 “시ㆍ도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19회복차 운영보단 텐트에 냉ㆍ난방기를 설치하면 겨울엔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의 경우 내부가 시원해 현장에서 쌓인 피로가 조금은 나아진다”며 “아무래도 119회복차를 이용하려면 장비와 방화복을 탈의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주변 통제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E 소방관은 “대응 2단계가 발령되면 주변 소방서 3곳 이상이 현장에 투입되고 약 100명 이상의 소방관이 모인다”며 “트레일러나 버스형에 따라 10~40명이 이용할 수 있어 119회복차가 3대 이상 투입되지 않은 한 나머지 소방관은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F 소방관은 “대규모 재난 현장의 경우 중앙119구조본부나 다른 시ㆍ도 소방본부 119회복차를 투입해도 도착까지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며 “119회복차가 현장에 신속히 도착하기 위해선 각 시ㆍ도에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소방청 “시ㆍ도에 단계적 확대 배치 계획”

소방청은 2023년까지 시ㆍ도 소방본부에 119회복차를 단계적으로 확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119회복차의 추가 도입에 대해선 아직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119회복차 구매ㆍ배치계획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예전과 달리 현재 재난 현장이 복잡ㆍ다양화되면서 대응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피로도도 급격히 쌓일 수밖에 없다. 대원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현장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소방청은 119회복차 확대 배치와 함께 2021년 국가ㆍ지역 긴급구조대응계획 수립 시 119회복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고 오는 11월까지 시ㆍ도별로 다양한 현장 휴게시설 운영방안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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