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 2년째 멈춰선 ‘119법 시행령’… 구급대원 업무범위 설정 ‘진통’간호사-1급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일원화 두고 소방 안팎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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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FPN |
[FPN 유은영 기자] =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이하 119법) 시행령’이 2년 가까이 표류 중인 가운데 소방청과 현장 전문 조직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소방청은 조직 내 직역 간 평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소방조직 안팎에선 환자 안전을 담보로 한 ‘행정 편의주의’라며 시행령 개정의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을 낳는 ‘119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 2023년 12월 8일 국회를 통과했다. 119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이 개정안은 2024년 1월 2일 공포돼 6개월이 경과된 7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춘 내ㆍ외부 반대에 부딪히며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가장 큰 쟁점은 간호사 면허 구급대원의 1급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허용 여부다.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는 2급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에 더해 심폐소생술의 시행을 위한 기도유지(기관 내 삽관 등), 정맥로 확보, 에피네프린 투여, 탯줄 결찰ㆍ절단 등이 포함된다.
이를 두고 응급구조사 단체와 관련학과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국민과 환자를 위협할 수 있다며 개정 추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와 전국 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119법 시행령 대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1일 “환자 안전 검증 없는 간호사 구급대원의 1급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동일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119법 시행령은 각 자격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구체화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며 “이번 시도는 국가 응급의료체계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그 부담을 국민과 환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기 교육 이수를 근거로 다른 면허ㆍ자격 직종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국가 보건의료인 면허ㆍ자격체계 전반의 정합성을 훼손하는 선례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관 내 삽관 등 고위험 침습 행위는 ‘술기 교육’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기관 내 삽관은 환자 상태 판단부터 합병증 즉각 인지와 대응까지 통합적 임상 판단이 요구되는 고위험 행위다. 잘못 시행되면 수 분 내 저산소 뇌 손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관 내 삽관이란 기도를 유지ㆍ확보하거나 특정 약물을 투여하는 도관 역할을 하기 위해 신축성 있는 플라스틱 관을 기관 내에 삽입하는 시술이다. 기계 환기나 폐호흡을 용이하게 하고 질식 또는 기도 폐쇄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중상을 입었거나 마취 상태인 환자에게 시행된다.
의료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복지부는 “간호사인 구급대원의 업무수행 가능 여부는 검증이 필요하고 침습적 술기에 대해 충분한 수준의 훈련이 이뤄졌다는 근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일률적 규정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의 일선 현장 대원들 목소리 역시 차갑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동조합(이하 공노총 소방노조)은 22일 “소방청이 충분한 현장 목소리 반영과 사회적 합의 없이 ‘구급대원은 같은 업무범위’라는 단일 쟁점을 고집해 119법 시행령 개정안이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밝힌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어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방식은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고 외면받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기관 내 삽관’ 등 업무범위 설정 여부 이외에도 비대위와 소방노조는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공청회 등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가 결여됐다는 주장이다.
소방청은 여러 이해관계에 놓인 시행령 개정 방향을 놓고 신중한 분위기다.
소방청 관계자는 “정부의 보편적 복지 기조에 맞춰 국민 누구나 동일한 구급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지만 응급구조사 측에서 주장하는 부분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 내 삽관 교육 등은 응급구조사들이 최대한 참여한 가운데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119구급대원은 1만4404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1급 응급구조사 자격자는 5485(38.1%), 간호사 면허자는 4584명(31.8%)으로 이 외에는 2급 응급구조사 등이 활동 중이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