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pilotis) 구조는 1층을 비우고 벽면 없이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형태로 짓는 건축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필로티 건축물이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는 문제점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하지만 공동주택, 빌라, 원룸 등은 대부분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필로티 건축물로 건축된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이 필로티 구조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대형 화재다.
필로티 구조는 공간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으나 화재가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구조적인 문제다. 대부분 필로티 구조 건물은 1층 필로티를 통해야만 대피가 가능한 출입구가 있다.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할 경우 좁은 공간에 다수의 차량이 가깝게 주차돼 있어 만약 차량 또는 그 주위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짧은 시간에 필로티 전체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다량의 화염과 연기를 동반해 초기에 신속한 피난이 어렵다.
두 번째, 바람이다. 외벽이 없고 기둥으로만 이뤄진 구조이기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만큼 화재의 세기가 강해진다. 화재의 규모가 커지는 속도도 일반적인 화재보다 빠르다.
세 번째, 외벽 재질의 문제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다수의 건물 외벽 재질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돼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바깥쪽에 접착 모르타르를 바르고 유리섬유망을 덮은 후 스티로폼 단열판을 대는 구조다. 불이 나면 외벽을 타고 위층으로 쉽게 불이 번지게 된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에 드라이비트 외벽까지 더해지면 순식간에 건물은 화염에 뒤덮이게 되고 초기 진압이 어려워 대형 화재로 이어진다.
이처럼 필로티 구조는 화재 발생 시 취약한 형태를 갖추고 있기에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필로티 주차장 내 방화구획을 설정하고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우리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소를 잃었기 때문에 외양간을 고칠 이유도 생긴 거다. 해마다 발생하는 필로티 건축물 화재를 보며 ‘우리는 외양간을 고쳤는가’를 되묻고 싶다.
우리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는 만큼, 준비한 만큼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다.
여러분이 만약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에서 거주한다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위험성을 숙지하고 화재 예방에 힘써주길 바란다.
공단소방서 옥련119안전센터 소방경 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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