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국제적으로 저명한 소방 전문 집단인 CTIF 홈페이지에 ‘10분 안에 최소의 물 사용으로 테스트를 거친 새로운 혁신적인 리튬이온배터리 전기차(EV) 화재 진압 방법(New Revolutionary Method Tested Extinguishes Lithium-Ion EV Fires In Ten Minutes With Minimal Water Use.)’1)이 공개됐다.
서구권에서 큰 이슈가 된 이 글을 이번 호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기존에 누누이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거라고 장담한 본인이기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제시된 방식은 혁신적인 전기차 진압방법이라고 인정할 만하다.
먼저 결론적으로 해당 글에서 제시된 전기차 진압방식을 요약해보면 ‘초고압 물 분무를 통해 절단(Cold Cut)하는 절단형 관창(Cutting Extinguisher)으로 리튬이온배터리 보호 덮개(LIB Shell)를 1차 개방한 후 열폭주에 따른 제트 화염으로부터 소방대원의 안전을 보장한다. 2차로는 역시 초고압 물 분무 방식의 관통형 진압 창(Penetrating Lance)을 배터리 내부로 집어넣어 내부에 물을 채움으로써 원점의 화재를 진압하고 재발화 가능성도 없애는 방식’이다.
CTIF를 알아보자 1900년에 창립된 CTIF(소방ㆍ구조 국제 협회;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and Rescue Services)에는 현재 36개국 이상의 회원국이 활동 중이다. 소방 대응ㆍ화재 예방ㆍ안전 교육 등의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적인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소방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국제적인 대회와 학술회를 주최해 최신 기술 동향과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국제적인 소방 기술 개발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ㆍ개발뿐 아니라 각국의 소방 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의 협력, 지식 공유를 통해 전 세계적인 화재 안전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방 전문 집단이다.
해당 원문은 스웨덴의 소방청으로 볼 수 있는 민간비상사태국에서 공개한 실험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소방청이 ‘CTIF’, ‘CTIF Sweden’과 함께 작성했다. 또 스웨덴어로 작성된 걸 Google 기계번역을 돌려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가 번역한 걸 곧 별도로 게시할 예정이다.
추가로 필자는 CTIF, 원문에 소개되는 스웨덴의 장비업체와 일체의 연락ㆍ접촉이 없었다. 해당 장비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지조차 모르고 실제로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완벽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누구든 참조하고 알아볼 필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스웨덴에서 제시한 전기차 화재진압 방식 이제 본격적으로 해당 진압방식을 상세히 알아보자. 해당 프로젝트 그룹은 기본적으로 열폭주가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LIB) 화재에 접근할 때 기존 현대식 소방차의 표준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차량 화재 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원점에 다가가기 위해 도끼(Axe)나 곡괭이(Pickaxe) 또는 포그네일(Fog Nail) 등을 사용, 리튬이온배터리 팩을 감싼 보호 외장재(Protective Shell)를 파괴하고 그 안에 물을 주입하는 진압 전술이 현장대원들에 의해 시행돼 온 듯하다.
보고서에서는 이런 방식의 전술이 리튬이온배터리로부터 제트 화염이 뿜어져 나올 뿐 아니라 덮개를 관통한 후에도 배터리가 손상된 상태에서 전류가 남아 대원들이 현장에서 감전사할 위험이 크다고 밝힌다.
결론적으로 현장대원들에게 절대 안전하지 않다며 해당 방식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렇듯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스웨덴에서는 개선을 위해 보고서에 해결책을 담고자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판단된다.
보고서는 관통 장비(도구)(Penetrating Tool)라고 표현하는데 스웨덴은 우리와 달리 계속해서 리튬이온배터리 내부를 관통하는 특수한 도구를 통해 배터리 자체에 물을 집어넣기 위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차체를 수조 같은 형태의 물속에 보관하는 걸 선택했다. 리튬이온배터리 외장재가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애초에 이를 파괴하거나 관통해 나갈 접근방식을 포기한 상황이다.
스웨덴은 적합한 기술을 갖춘 기업이 있었고 빠른 진화를 위해선 화재원점에 해당하는 리튬이온배터리 내부에 물을 꽂아 넣는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이해 관계자이자 CTIF 준회원인 코브라 콜드 컷 사(Cobra Cold Cut Systems)의 제안으로 ‘코브라 절단 소화기(Cobra Cutting Extinguisher), 코브라 울트라 하이프레셔 랜스(Cobra Ultra High Pressure Lance; 코브라 초고압 창), 뮬러 소화랜서(Murer Extinguishing Lancer)’ 등을 주요 진압 장비로 채택해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서 먼저 배터리 덮개를 관통ㆍ파괴해 들어감에 있어 초고압의 물 분무를 이용하기 때문에 애초에 파괴와 화염 진압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 이 부분이 스웨덴 진압방식의 핵심이다.
우린 과거부터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 다이아몬드(Diamond)가 탄소(C)로 이뤄져 있지만 이미 물로 연마ㆍ절단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물은 NFPA에서도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가장 적합한 소화약제로 꼽는 물질인 동시에 소방조직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접근성이 가장 높은 물질이다.
단순히 화재진압 측면뿐 아니라 기존에 밝힌 바와 같이 불화수소(HF)와 같은 독성ㆍ부식성 물질(기체, 증기 등)에도 대응할 수 있다. 불화수소를 물에 대한 높은 용해도로 조기에 흡수시켜 버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고압 물 분무를 이용한 창 형태(Lance)를 통해 좁은 공간으로 찔러 넣어 빠르게 물을 배터리 내부로 채운 후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있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배터리 기준 약 4분, 차량 기준 10분) 내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물 사용량(배터리 기준 약 250ℓ, 차량 기준 약 750ℓ)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물을 채워버리기 때문에 화재진압 이후에도 항상 문제가 된 재발화 역시 해결해 추가적인 자원소요가 없어진다. 대응 자체가 매우 간략해지는 셈이다.
실험을 살펴보자 실험(시험; Test)은 실험조건이 가장 중요하다. 조건과 시험에 사용된 장비는 다음과 같다. 장비에 대한 간단한 스펙을 포함한다.
ㆍCobra UHPL(Ultra High Pressure Lance) 진압 장비: 물에 첨가된 연마제(abrasive)로 구멍을 뚫은 다음 물 분무(Water Mist)를 사용해 진압ㆍ소화합니다. 이는 모두 하나의 연속 작업을 사용해 적용되고 분당 58ℓ(58ℓ/min)의 물을 사용합니다.
ㆍInsulated Penetrating Lance(진압 창; Extinguishing Lance) 진압 장비: 물을 적용하기 위해 저압 급수를 사용하지만 연마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분당 25ℓ(25ℓ/min)의 물을 사용합니다.
ㆍ도끼와 급수관이 연결된 파이프를 사용해 물을 주입하는 방법: 도끼로 배터리에 구멍을 만든 다음 파이프를 사용해 물을 주입합니다. 75ℓ/min의 물을 사용합니다.
또 실험에 사용된 조건(배터리, 차량 등)은 다음과 같다.
i) 3개의 독립형 서브팩(Sub-Pack; 보조팩) – 24V, 6.54㎾h의 배터리 모듈 4개 ii) 14.8V, 2.8㎾h의 독립형 트랙션 배터리(Stand-Alone Traction Battery) 1개 iii) 트랙션 배터리가 장착된 풀 사이즈 전기 자동차 1대 – 14.8V, 2.8㎾h에서 27개 모듈
테스트는 네 가지 유형의 설정에서 수행됐다. ㆍ보조 배터리(Sub-Battery) ㆍ독립형 전기 자동차 배터리(Stand-Alone Electric Car Battery) ㆍ완전한 전기 자동차(Complete Electric Vehicle) ㆍ배터리 모듈(Battery Module)
추가로 실험(시험)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ㆍ(실험 과정) 여러 독립형 배터리 모듈과 전체 규모의 전기차는 배터리를 열폭주 상태로 만들어 화재가 발생하도록 테스트했다. 일반적인 소방서 대응 시간(Response Tim)을 시뮬레이션(모의)하기 위해 화염 확산의 첫 징후로부터 약 15분 후에 물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충전상태(SOC)는 각 100ㆍ70ㆍ40%로 최대 니켈 함량이 60% 이하인 배터리만 실험해 니켈이 풍부한 배터리에 대해선 별도의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
ㆍ전체 규모의 화재 테스트 시 차량 화재에 처음 물을 뿌린 시점부터 리튬이온배터리가 불활성인 것으로 확인된 시간까지 화재진압(소화) 노력의 총 지속 시간은 전체 차량 화재를 소화하는 데 불과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배터리 자체를 끄는 데 걸린 시간은 총 4분이었다.
ㆍ리튬이온배터리 소화를 위한 물 소비량은 240ℓ(63gal)에 불과한 것으로 계산됐다.
ㆍ전체 차량 화재를 진압하는 시간을 포함해 총 750ℓ(200gal)가 사용됐다. 코브라 절단 소화기와 전통적인 물을 사용한 관창을 결합해 사용했다. 이는 단일 전기차 화재를 처리하는 데 여러 대의 탱크차가 필요한 수만ℓ(수천gal)의 물을 사용하는 일부 지역 소방의 실제 사례와 비교할 수 있다.
전체실험은 ①배터리 모듈 4개 ②독립형 트랙션 배터리 1개 ③풀사이즈 전기차 1대 각각에 대한 화재진압의 세 가지로 상황을 나눠 진행했다. 충전상태는 100ㆍ70ㆍ40% 각각 별도로 진행했다.
보고서에선 최대 니켈 함량이 60% 이하인 배터리만 실험했기에 보다 니켈이 풍부한 배터리에 대해선 별도의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차량 화재진압 시 주의할 점 먼저 불에 탄 리튬이온배터리도 잔류 전압을 포함할 수 있으므로 항상 시연 중에는 열화상 카메라(Thermal Camera)와 열전쌍(Thermocouple; 열전대 – 온도범위가 약 –20~1200℃에 이르는 온도측정기(역주))을 모두 사용해 온도 변화에 대한 측정을 면밀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열화상 카메라 관찰만으로는 차량이나 리튬이온배터리 내부의 열폭주 상황을 파악하는 건 역부족이며 열화상 카메라는 반사(Reflection)에 민감하므로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다.
또 배터리 내부의 열 확산에 대한 실질적인 그림을 얻기 위해 전기 자동차나 배터리에 불이 난 경우 대응 담당자가 차량 제조업체 등의 안전ㆍ대응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다.
이렇듯 차량에 대한 접근과 진입 전 차량에 따른 배터리의 정확한 위치 파악 등을 위한 사전 정보 수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반드시 어떠한 행동 전에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에서는 실험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절단형 관창(진압 장비)(Cutting Extinguisher)’과 ‘관통형 진압 창(Extinguishing Lance)’을 사용한 화재진압 방식을 통해 리튬이온배터리가 물에 잠기는 경우 활성 소화 작업으로 열 전파(Thermal Propagation)를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배터리가 물에 잠기는 소화 방식은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인적ㆍ물적 자원 요구사항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아직 실제 실험에 참여하거나 실제 상황에 적용해 본 건 아니기 때문에 이게 최선의 방식이라고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소방관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10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1천ℓ 이하라는 과거보다 매우 적은 양의 물로 전기차를 진압할 수 있다면 혁신적인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접근 방법을 통해 많은 소방관 동료분의 노고를 덜고 안전을 강화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란다.
1) 영문 원문글 출처: www.ctif.org/news/new-revolutionary-method-extinguishes-lithium-ion-ev-fires-ten-minutes-minimal-water
경기 용인소방서_ 김흥환 : squalk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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