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의 하동권 변호사입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임차한 건물에 화재나 누수로 인해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어떻게 되는지 임대인과 임차인 양측으로부터 다양한 질의를 받게 됩니다.
지난 여름에도 많은 폭우가 내려 누수 피해가 적지 않았고올해에는 벌써 수차례 건물 화재 등 피해사례가 뉴스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책임 소재에 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화재와 누수에 대한 하급심 판결을 1개씩 소개해드립니다.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3가단12396 판결
•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2층과 그곳에 놓인 집기 등이 대부분 소실되었는데 소방관서와 경찰청이 작성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 화재는 건물 2층 무대부 벽면에 위치한 분전반(이하 ‘무대부 분전반’) 내부의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였다.
• 관련 법리
화재가 건물소유자가 설치하여 건물 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ㆍ제거하는 것은 임대차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등 참조).
• 법원의 판단
이 사건 화재는 무대부 분전반의 설치ㆍ보존상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인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무대부 분전반은 임대인인 피고의 지배ㆍ관리영역에 속한다.
▷ 무대부 분전반은 이 사건 건물의 무대부 조명시설과 음향기기의 전원을 제어하는 시설로서 이 사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에 관한 시설물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이를 설치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대부 분전반은 피고들의 지배ㆍ관리영역에 속하는 시설물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목적물에 설치ㆍ보존상 하자가 있었고 피고들(임대인)이 이를 보수ㆍ제거하여 임차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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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 8. 22. 선고 2022가단4672 판결
•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마사지샵을 운영하던 중 2022. 8.경 폭우가 내렸고 이 사건
건물 세탁실의 오수가 오수관으로 연결되지 않고 우수관에 연결되어 배출되는 등의 사정이 더하여져 베란다의 배수가 원활하지 않던 중 위 베란다에 고인 물이 베란다와 이 사건 건물 벽체를 타고 내부로 흘러 몰딩, 벽지가 젖고 곰팡이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 관련 법리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조),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누수가 임대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ㆍ제거하는 것은 임대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고(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86901 판결 등 참조), 임대인의 임차목적물 사용ㆍ수익상태 유지의무는 임대인 자신에게 귀책 사유가 있어 하자가 발생한 경우는 물론 자신에게 귀책 사유가 없이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면해지지 아니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1다202309 판결 등 참조).
• 법원의 판단
이 사건 누수 사고는 이 사건 상가 공용베란다의 하자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분소유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하자로 임차목적물에 누수가 발생하였다 하여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면제되고 임차인에게로 전가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임차인은 상가건물 소유자가 아니어서 공용부분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갖지 못하는 반면 피고는 구분소유자로서 관리단을 통하여 시공사에게 하자 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공용부분은 피고의 지배영역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더하여 임차목적물 훼손에 대하여 임대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누수를 보수하여 이 사건 상가를 사용ㆍ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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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임차인이 임대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던 중 자신의 과실 또는 자신의 지배영역 하에 있는 어떠한 물건의 하자로 인해 누수나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면 임대인의 책임이 면제됩니다. 오히려 임대인은 시설물 훼손을 원인으로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임차인의 지배영역하에 있는 물건이라 함은 임차인이 직접 시설한 인테리어, 임차인의 물건인 유체동산 등이 됩니다(가령 임차인이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화재, 임차인의 물건인 전열 기구 등에서의 화재 등).
그러나 화재나 누수가 임차인의 지배영역이 아닌 곳에서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임차인은 역으로 임대인에 대해 임대차계약상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지배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건물 내부의 시설들입니다. 건물 내부의 전기배선이나 그와 연결된 배전반, 건물 내부의 각종 배관 등이 예가 됩니다.
특히 이처럼 임차인의 지배영역이 아닌 곳에서 생긴 하자로 인해 임차인에게 어떠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임대인은 그 하자에 관해 귀책 사유가 없음을 다툴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임대인의 직접적인 지배영역이라고 볼 수 없는 공용부분의 하자를 원인으로 한 것이더라도 임차인과의 관계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두 번째 판결에서 설시한 것처럼 임차인은 구분소유자가 아니어서 공용부분 관리에 관해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하는 반면 임대인은 관리단을 통해 하자보수 등 손을 쓸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대목적물에 관해 어떤 사고가 발생했다면 임대인으로서는 그 사고가 임차인의 과실로 발생한 게 아닌 이상 신속하게 조치해주는 게 더 큰 손해배상을 막기 위한 최고의 방법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파악해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근거를 마련해둬야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가 스치듯 사라져버렸지만 예년과 같은 집중호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올해에도 누수나 누수로 인한 전기 사고, 화재 등의 발생이 우려됩니다.
각별한 주의를 통해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불행하게도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더 큰 손해 방지를 위해 법률적으로도 준비해두는 게 바람직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어진_ 하동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