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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화재 안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꿨다”… 사고 후 확 달라진 대전 현대 아울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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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8/11 [10:18]

[집중취재] “화재 안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꿨다”… 사고 후 확 달라진 대전 현대 아울렛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8/11 [10:18]

대상 아닌데도 성능위주설계 준한 기준 반영, ‘전면 재시공’ 수준

초기감지ㆍ신속진압ㆍ피난안전ㆍ위험차단 등 유기적 시스템 구축

차동식→ 공기흡입형 감지기, 준비작동식→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

피난유도선 등 피난설비는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

제연설비로 화재 시 연기 배출, 방재실엔 각종 피난안전제품 비치

화재 확산 주범 우레탄폼 뜯어내고 화재에 강한 불연성 단열재로

‘지하 공간의 지상화’… 휴게실ㆍ하역장 이전으로 위험요인 차단

“안전 중요성 절감… 이용객이 안심할 수 있는 아울렛 만들겠다”

 

 

▲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전경  © 최영 기자

 

[FPN 박준호 기자] = 중부권 최대 규모이자 유일하게 명품매장이 입점한 복합 쇼핑몰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이하 현대 아울렛).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6월 개점했는데도 하루 평균 약 1만5천명이 방문하는 등 대전ㆍ충청 지역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6일 이곳에 갑작스레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하 주차장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가 발생한 것. 이 불로 직원 7명이 사망하고 지하 주차장 대부분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기약 없는 영업 중단에 들어간 현대 아울렛은 건물 외장재를 교체하고 야외 휴식 공간인 ‘옐로우 스프링스’를 새롭게 조성하는 등 개보수한 뒤 올해 6월 다시 문을 열었다. 불이 났던 지하 주차장은 11일 개방했다. 화재 발생 약 1년 만이다.

 

현대 아울렛 ‘전면 재오픈(OPEN)’ 소식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렸다. 지역 대표 문화시설이 재개장한다는 소식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대형 화재를 겪은 탓에 안전성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소방 분야 내에선 “사고를 겪은 현대 아울렛에 많은 게 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화재 사고를 집중취재한 <FPN/소방방재신문>은 궁금해졌다.

 

탈바꿈한 소방안전시설에 대한 취재를 요청하자 현대 아울렛 측은 “지난 11개월간 ‘화재 안전 성능 개선 프로젝트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고객과 직원 안전을 위해 현행 기준보다 더욱 엄격하게 소방시설을 구축하는 등 굉장히 많은 준비를 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과연 어떤 것들이 개선된 걸까. 초대형 화재 사고를 겪은 현대 아울렛의 겉모습은 그닥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서 편의보다는 안전, 돈보다는 고객 안심을 택한 현대 아울렛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대전에 위치한 현대 아울렛을 직접 찾았다.

 

“법보다 과하게”… 대상 아닌데도 ‘성능위주설계’ 적용

 

▲ 약 1년 간의 보수공사 후 11일 재개장한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 주차장. ‘최상급 화재안전 시스템으로 탈바꿈했다.  © 최영 기자

 

화재 직후 현대 아울렛은 단순 보강작업 수준을 넘어 ‘소방시설 전면 재시공’을 목표로 복구공사 계획을 세웠다. 설계부터 관할 기관인 유성소방서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먼저 화재안전성능 확보를 위해 ‘성능위주설계’에 준하는 시설을 적용했다. 성능위주설계란 건축물 등의 재료와 공간, 이용자, 화재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하는 방법이다. 연면적 20만㎡ 이상이거나 30층 이상, 지상으로부터 높이가 120m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이 대상이다.

 

현대 아울렛은 연면적 12만9520㎡,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성능위주설계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화재 복구 과정에선 성능위주설계 이상의 수준으로 시설을 갖췄다.

 

현대 아울렛 ‘화재 안전 성능 개선 프로젝트 사업’의 핵심은 ▲화재 초기감지 ▲화재 신속 진압 ▲피난안전 확보 ▲위험요인 차단 등이다.

 

간추리면 화재를 빠르게 감지해 고객과 직원에게 바로 알린 후 불을 신속하면서도 최대한 완벽하게 진압하고 화재 확산 시엔 재실자들이 안전하게 피난하는 감지, 진압, 피난의 ‘유기적인 화재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게 현대 아울렛 설명이다.

 

 화재 초기감지 

빠르게 감지하고, 비화재보는 예방하고… 

▲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은 기존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던 ‘차동식 감지기’를 ‘공기흡입형 감지기’로 전면 교체했다.  © 최영 기자


먼저 현대 아울렛 지하 주차장 화재감지기는 기존 ‘차동식 감지기’에서 ‘공기흡입형 감지기’로 전면 교체했다.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공기를 상시 흡입하며 미세 입자를 검출해 화재 여부를 인식하는 첨단 감지시설이다.

 

특히 초미립자 성분 분석에 특화된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감도가 매우 높아 화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자동차 매연 등 같은 연기라도 농도가 낮은 것엔 반응하지 않도록 고안돼 신뢰도가 높은 감지기로 평가된다.

 

화재 감지속도가 빠르고 기류나 먼지, 습도 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고가장비가 들어선 전산실이나 물류창고 등에 쓰인다.

 

현대 아울렛 지하 주차장엔 총 24세트의 공기흡입형 감지기가 설치됐다. 파이프 연장 길이는 6500m, 흡입구는 자그마치 500여 개에 달한다.

 

비화재경보 저감 대책도 마련했다. 현대 아울렛은 지리 특성상 유달리 비화재보가 자주 발생했다. 현대 아울렛 관계자에 따르면 인근에 지역 하천인 관평천이 흐르는데 이곳에서 피어오르는 운무(구름과 안개)가 실내 복도 통로까지 유입되는 일이 잦았다.

 

이에 현대 아울렛은 감지기 교체를 추진했다. 그러나 문제는 법규였다. 소방법상 복도나 통로에는 ‘연기감지기’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성소방서의 유기적인 협조와 도움으로 빈번한 오작동이 발생하는 감지기를 ‘열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3개 층 복도 통로 전부를 ‘방수형 차동식 감지기’로 변경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실내 복도에 설치된 ‘방수형 차동식 감지기’. 원래 이곳엔 연기감지기를 갖춰야 하지만 환경 특성상 오동작이 자주 발생해 관할 소방서와 협의해 열감지 방식으로 개선했다.     ©최영 기자

 

현대 아울렛 화재 안전 성능 개선 프로젝트 사업 감리 총괄 담당을 맡은 박지홍 소방기술사(가람해박 E&C 대표)는 “실내 복도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는 곳이지만 비화재보 발생으로 소방시설을 차단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며 “유성소방서에서 특수환경을 융통성 있게 고려해줬다”고 설명했다.

 

 화재 신속 진압 

습식 스프링클러에 조기반응형 헤드 구축… 메탈히터 시스템까지 

▲ 화재 시 신속 진압을 위해 지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준비작동식’에서 ‘습식’으로 교체했다. 헤드는 ‘상향식 조기반응형(유리벌브형)'을 적용했다.  © 최영 기자

 

화재 시 신속한 진압을 위해 지하 주차장의 기존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습식 스프링클러’로 전면 교체했다. 헤드는 상향식 조기반응형(유리벌브형)을 적용했다.

 

습식 스프링클러는 기존에 설치된 준비작동식과 달리 화재감지기의 신호를 받지 않고 작동하는 가장 안정성 높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과 같이 동파가 우려되는 장소에선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안정성은 높지만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동파 방지 시설을 갖추기 위한 예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개의 화재감지기가 교차로 감지해야 동작하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실제 물을 뿌리는 천장 측 배관엔 평상시 물이 없어 반응속도가 느리다.

 

게다가 화재수신기의 신호 연동 기능을 차단해 놓거나 임의로 조작할 경우 설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2021년 발생한 쿠팡 물류창고와 천안 불당동 지하 주차장 화재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에 화재 신호를 연동시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에 반해 습식 스프링클러는 배관에 항상 물이 차 있어 감지 시 바로 방사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습식 스프링클러를 신뢰하는 이유다.

 

▲ 습식 스프링클러를 적용한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은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모든 배관에 ‘메탈히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 최영 기자

 

현대 아울렛은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를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배관 동파 방지를 위한 ‘메탈히터’ 시스템을 접목하기 위해서다. 메탈히터는 약 80℃를 발열하는 제품으로 배관에 직접 부착해 소화 용수가 얼지 않도록 해준다. 이 시스템 적용으로 한겨울에도 배관 내 온도는 영상 4℃ 이상 유지가 가능해졌다.

 

스프링클러 헤드는 조기반응형으로 설치했다. 93℃에 달해야만 작동하는 일반 스프링클러 헤드보다 낮은 온도(68℃)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초기 진압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설에 적용하는 제품이다.

 

800t에 달하는 소화 용수도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화재 시 40분 이상 방사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 기준은 20분이지만 확실한 화재 진압을 위해 개선했다는 게 현대 아울렛 설명이다.

 

또 건물 안의 소방차로 불리는 옥내소화전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화재 시 직원이 안정적으로 진압할 수 있도록 ‘꼬임방지형 호스’로 전면 교체한 것. 꼬임방지 호스는 일반 접이식 소방호스와 달리 호스를 빼내더라도 엉키지 않기 때문에 화재 시 대처가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실 배전반 내부엔 소공간용 자동소화장치를 구비했다. 우리나라 화재 사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전기화재 대부분이 배전ㆍ분전반에서 발생한다. 이곳에 소화장치를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도 배전반 속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기 위한 대책을 반영한 셈이다. 

 

 피난안전 확보 

헤매지 않고 빠르게… “크고, 눈에 띄게”

지난해 발생한 현대 아울렛 사고 당시 공개된 지하 주차장 진입 차량의 블랙박스를 보면 화재로 발생한 짙은 연기가 순식간에 퍼진다. 연기 유동 속도는 수평 0.5~1m/s, 수직 2~3m/s에 달한다. 빠른 대피가 중요한 이유다.

 

현대 아울렛 지하 주차장 피난 관련 시설은 크기를 대폭 키우거나 세심하게 설계했다. 유도등은 법규에 따라 일정 규격 제품만 사용해도 되지만 가장 큰 사이즈를 채택했다.

 

화재 시 탈출구가 되는 피난계단 쪽엔 ‘음성점멸유도등’을 반영했다. 음성점멸유도등은 화재 시 점멸등이 반짝이는 동시에 음성으로 피난 안내 멘트를 송출한다. 시각 또는 청각 장애인의 피난까지 고려한 시설이다.

 

▲ 비상문으로 향하는 동선에 마치 ‘초록 횡단보도’를 연상케 하는 유도 사인물과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점멸유도등이 설치돼 있다. 오른쪽은 화재 시 피난대피로로 사용하는 차량 진출입로 벽쪽에 구축된 ‘광원 점등식 피난유도선’  © 최영 기자

 

비상문으로 향하는 동선에 마련된 유도 사인물도 눈에 띈다. 마치 ‘초록 횡단보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비상문 가장자리 역시 초록색으로 덧칠해 해당 문이 피난을 위한 곳인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지하 주차장 벽면엔 ‘광원 점등식 피난유도선’, 비상계단엔 ‘축광식 발광 피난유도선’을 설치했다. 화재 시 정전이 되더라도 이 유도선만 따라가면 피난할 수 있다. 각 피난계단에는 해당 계단이 어디로 통하는 곳인지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Pictogram, 그림과 문자 합성어)을 활용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했다.

 

소리 없는 암살자… 연기 배출 위한 ‘제연시스템’ 구축ㆍ방재실엔 각종 안전제품 비치

▲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환기시스템에는 ‘제연시스템' 기능을 넣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지하 주차장 남쪽 팬(FAN)이 급기, 북쪽 팬(FAN)이 배기 역할을 한다.  © 최영 기자


기존 현대 아울렛 지하 주차장엔 화재 시 연기를 제어하는 ‘제연시스템’이 아닌 ‘환기시스템’만 갖춰져 있었다. 지하 주차장은 제연시스템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를 겪은 현대 아울렛은 이 환기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연설비를 새롭게 구축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지하 주차장 남쪽 팬(FAN)이 급기, 북쪽 팬(FAN)이 배기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남쪽 팬이 바람을 내뿜어 연기를 북쪽으로 보내면 북쪽 팬이 마치 청소기처럼 짙은 연기를 흡입해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열기와 맞닿는 북쪽 팬은 내열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설치했고 비상 전원으로 연결해 정전 시에도 작동하도록 했다. 또 덕트를 통한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덕트 안엔 약 1천℃ 이상의 초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열을 차단할 수 있는 내화채움구조를 갖췄다.

 

현대 아울렛은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진출입로를 피난로로 활용한다. 이에 방범 셔터는 화재 신호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잠금이 풀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업 전에 화재로 문이 잠겨 재실자가 갇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수동조작도 가능하도록 했다.

 

▲ 방재실과 휴게실 등에 공기호흡기와 방열복, 비상탈출용 산소호흡기, 구조손수건 등이 비치돼 있다.  © 최영 기자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방재실과 휴게실 등에 비상탈출용 산소호흡기, 산소마스크, 화재 대피용 습식 방연마스크, 구조손수건 등을 상주 인력보다 훨씬 더 많이 비치했다. 심지어 공기호흡기와 방열복, 산업용 내열 안전 장화도 비치했다.

 

 위험요인 차단 

불똥 떨어졌던 지하 주차장… ‘불연 무기질 단열재’로 덮었다

▲ 마치 지하 주차장 천장이 눈으로 덮인 모습 같다.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은 지난 화재 사고 당시 불의 확산 요인이던 ‘우레탄폼 단열재를 모두 뜯어내고 ‘무기계 불연성 단열재’로 교체했다.   © 최영 기자

 

지난 사고 때 화재 확산 요인으로 지목된 문제 중 하나는 지하 주차장 천장의 단열재다. 당시 소방에서도 화재를 키우고 검은 연기가 다량 발생한 배경으로 ‘우레탄 단열재’를 지목한 바 있다.

 

우레탄폼은 유기화합물로 값이 싸고 단열 효과가 뛰어나 많은 곳에 쓰인다. 그러나 유기계 물질 특성상 불에 취약하고 화재 시 일산화탄소(CO)와 사이안화수소(HCN) 등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어 늘 인명피해의 주범으로 불린다.

 

현대 아울렛은 지하 주차장 보수 과정에서 이 우레탄폼을 과감히 뜯어냈다. 약 3만2천㎡에 달하는 지하 주차장 천장 전부를 ‘불연성 무기계 단열재’로 전면 교체했다.

 

현대 아울렛에 따르면 이 제품은 재료 자체가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불과 만나도 독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인기관으로부터 불연성 시험성적을 획득한 제품이다.

 

‘지하 공간 지상화로 위험요인 사전차단

현대 아울렛 ‘화재 안전 성능 개선 프로젝트 사업’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점은 ‘지하 공간의 지상화’다.

 

사고 당시 지하 사무ㆍ휴게실에 있던 직원들이 큰 피해를 본 만큼 지하 상주 인력 최소화에 중점을 뒀다. 방재실을 제외한 모든 직원 사무실과 휴게실은 지상 3층과 4층에 새롭게 마련했다.

 

이 덕택에 직원들 역시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현대 아울렛 직원 박희선 씨는 “사무실을 지상으로 옮겨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며 “햇빛이 들어오고 환기가 잘 되는 점은 물론 지하에 있을 때보다 더 안전해진 것 같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 ‘화재 안전 성능 개선 프로젝트 사업’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지하 공간의 지상화’.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은 지하에 있던 ‘쓰레기처리장과 ‘하역장을 지상에 신축하고 ‘직원 사무실과 ‘휴게실을 지상 3층과 4층으로 옮겼다.  © 최영 기자

 

지하 주차장에 있던 쓰레기처리장과 하역장은 아예 지상 주차장 한 공간에 신축한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쓰레기처리장의 경우 소방시설 설치 대상이 아닌데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와 방수형 차동식 감지기 등을 설치했다. 물이 차 있는 스프링클러 설비 밸브 아래쪽엔 동파 방지를 위해 메탈히터를 반영했다. 폐지 등 화재하중이 높은 공간인 만큼 혹시 모를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현대 아울렛 설명이다.

 

직원들도 불편함은 생겼지만 만족하는 분위기다. 매장직원 이종미 씨는 “사실 하역장이 지하에 있으면 실내와 바로 연결돼 동선이 가깝고 비나 눈이 와도 맞을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안전을 생각하면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원들도 지상으로 옮기는 데 모두 찬성했다”고 했다.

 

지하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 충전시설은 16대 모두 지상으로 이전했다. 따지고 보면 전기차 충전시설이 현대 아울렛 화재 사고에 영향을 준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이슈인 전기차와 충전시설 안전성을 고려해 본사 차원에서 이전을 결정했다.

 

▲ 혹시 모를 화재 위험에 대비해 지하에 있던 ‘전기차 충전시설을 모두 지상으로 이전했다. 또 화재 대응장비인 질식소화덮개 2개와 소화기도 구비했다.  © 최영 기자

 

기존 16대에서 34대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추가돼 총 50대에 달하는 시설이 지상에 새롭게 설치됐다. 충전 중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비해 질식소화덮개와 소화기 등 별도의 안전시설도 구비했다.

 

임연하 현대 아울렛 판매기획팀장은 “고객이 많이 찾아주시고 각종 편의시설에 쾌적한 실내 환경을 갖췄어도 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것들이 무너진다는 걸 절감했다”면서 “건축물의 ‘화재 안전’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현대 아울렛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법규 넘어선 과감한 투자... 모범사례 표본

 

대형화재 사고를 겪은 현대 아울렛의 이번 조치를 두고 소방 분야에선 손꼽을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저 소방법규에만 맞춘 수준으로 복구하더라도 인허가상 큰 문제가 없지만 선진화된 고사양 화재 안전시설에 자발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방법상 대규모 또는 고위험 대상물에만 적용되는 성능위주설계 수준에 맞춰 안전시설을 보강했다는 점은 가히 본보기로 삼을만하다는 평가다. 까다로운 성능위주설계 심의를 피하려고 건축물의 면적을 고의로 줄이거나 층수를 낮추는 일까지 발생하는 현실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무리로 볼 수 있던 <FPN/소방방재신문>의 소방안전시설 공개 요구에 흔쾌히 응한 점도 인상적이다. 과감한 투자로 새롭게 거듭난 화재안전시설에 자신감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 아울렛의 이번 조치는 대형화재 후 복구 과정에서 진행된 화재 안전보강 대책이다. 하지만 사후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실사례를 통해 투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현장 취재 중 만난 임연하 팀장은 “지금까지 화재 안전이라는 게 담당 부서만의 업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를 겪은 뒤 직원 모두의 일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경영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서슴없이 안전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곧 앞으로 화재안전을 위해 현대 아울렛이 어떤 노력을 이어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대형 화재를 계기로  화재성능 개선에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점은 해당 대상물의 화재안전을 높임과 동시에 그간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무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시설적 개선에 부합하는 유지관리와 비상대응체계 등도 갖춰 나간다면 국내 화재안전을 대표하는 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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