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소방학교 초청 국제 실화재 합동 훈련’- Ⅳ배움과 보람으로 가득했던 열흘간의 훈련…
ABC 존(ABC Zonning) 앞서 세 번에 걸쳐 홍콩의 출동교관 시스템인 CFS(Compartment Fire Specialist)에 대해 다뤘다. 이번 호부터는 ‘홍콩소방학교 초청 국제 실화재 합동훈련(CFBT Instructors Exchange Programme)’을 좀 더 심도 있게 얘기해 보고자 한다.
2023년 4월 16일부터 29일까지 총 14일 중 열흘간 진행된 훈련은 2022년부터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타당성 검토사업을 배경으로 중점 추진된 실화재 훈련장 건립에 따른 전문교육 수요 증가와 함께 실화재 훈련교관 인력양성을 위함이 목표였다.
우린 보통 훈련시설을 갖춘 후 인력을 양성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아무리 좋은 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충분히 혹은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문 운영인력이 없다면 결국 어쩔 수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이런 운영인력에 대한 중요성과 그에 대한 인식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실화재 훈련장 건립사업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소방본부의 경우 담당자인 임주열 소방경의 의지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빠른 운영 준비 인력을 양성 중이다.
소방청에서도 2022년부터 이어 온 ‘실화재 교육 종합체계 구축 TF’를 통해 인사혁신처의 예산지원 추진으로 각 시도별 실화재 훈련장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른 제도와 인력, 시설에 관한 법령 기준 등 기반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오는 하반기 전국 화재교관인력 혹은 전북 등에 신설될 소방교육대에 영어 의사소통이 능통하고 실화재 훈련이 준비된 예비 교관 인력을 대상으로 실화재 국외훈련을 추진하는 등 전문강사 인력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또한 실화재 훈련을 즉시 운영할 수 있는 강사인력을 전국 최다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강사인력 양성을 위해 그리고 국제적인 교류를 통한 실화재 훈련, 화재진압 기법 교류와 교육훈련 프로그램 운영방안 등을 스스로 되짚고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다년간에 걸친 홍콩소방학교와의 연락과 본부 소방훈련팀의 노력으로 국제 실화재 합동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홍콩소방학교의 실화재 훈련, 즉 CFBT는 2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이미 훈련의 많은 부분이 공설화로 흡수됐다.
어느덧 CFA(Compartment Fire Attacker) 코스, 즉 실화재 전문교육은 홍콩의 모든 소방관이 원하는 교육 과정이 됐다. 이는 학교교육훈련 소개지에서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는 큰 비중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구획실 화재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연소발달과정단계와 화재성상 거리에 따른 3개 구역화를 바탕으로 각각의 구역과 성상에 대응할 수 있는 주수기법과 대응방법을 명확히 하자는 데 그 목적과 의의가 있다.
실화재 훈련을 바탕으로 축적된 소방관의 경험과 지식 아래 구역에 따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현장판단력과 안목을 통해 구획실 화재대응 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 A존: 농연 구역
따라서 ‘가스냉각(Gas Cooling)’, 즉 연기층 냉각기법 시행을 최우선으로 한다. 화재실 내부 진입기법인 화재실 내부 진입 절차(Door Entry), 가스냉각을 위해 시행하는 펄싱(Pulsing) 기법과는 다소 절차ㆍ방법적인 차이가 있다.
CFBT에서의 화재실 내부 진입 절차와 가스냉각은 관창수 등 소방대원의 경험, 판단능력을 근거로 한다. 당시 화재 현장에 직면한 농연층의 부피와 유동 속도, 밀도, 부력, 색상 등을 보고 주수 횟수와 유량을 결정하곤 한다. 그런 판단력과 확신을 키워주는 게 바로 CFBT 실화재 훈련의 가장 큰 목적이다.
이는 <FPN/119플러스>의 지난 글 중 경기소방 최기덕 부장이 주수에 대해 작성한 ‘Gas Cooling 위한 효율적인 주수기법을 찾아서 Vol.1, 2’와 서울소방 김준경 강사의 ‘화재실 내부 진입 절차(Door Entry Procedure) 시 고려해야 할 사항- Ⅰ, Ⅱ’에서 보다 자세하고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구획실 화재의 시작점인 농연 구역에서부터 숏 펄싱 혹은 미디엄 펄싱을 적용할 건지, 화점이 보인다면 즉시 롱 펄싱 혹은 펜슬링(Penciling) 주수기법을 적용해 볼 건지, 횟수는 어느 정도로 할 건지에 대한 소방대원의 전적인 판단이 시작된다.
2. B존: 화염 구역 본격적으로 롤 오버 등 연기층을 통해 이동하는 화재 확산의 화염이 육안으로 관측되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는 이미 농연에 불꽃이 보이는 연기발화가 진행된다. 따라서 펄싱 시간과 횟수를 상황에 맞추고 보다 길게 늘이는 등 적극적인 화재진압 기법이 시행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머리 위를 지나는 화재 가스에 대한 냉각시기를 놓치게 되면 다량의 농연이 즉시 발화되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된다. 그러므로 신속한 가스냉각과 함께 가용될 수 있는 현장 상황의 안전조치가 실행돼야 한다.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아직 화점이 정확히 발견되지 않은 상황 혹은 대원의 신체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라면 다시 A 구역으로 퇴각 후 재정비해 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3. C존: 화점 구역 화재가 시작된 열원, 즉 화원이 있는 화점 지역이다. 발견된 화점은 즉각적으로 제어돼야 한다. 주수 혹은 가연물 제거나 산소차단을 통해 연소의 연속점을 차단하며 화재가 열연기로 확산될 수 있는 원로를 차단한다.
이때 펜슬링 등 소량의 유량을 사용한 원거리 주수기법 시행 시 화점을 발견하자마자 머리 위 상층부, 즉 천장부에 다량의 가연성가스인 농연이 상존하게 된다. 따라서 너무 강한 압력으로 주수하며 발생하는 불티로 인해 머리 위 연기가 발화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마치 레이저처럼 원거리에서 습관같이 관창의 완전 개폐를 통해 조작하는 펜슬링 기법은 화점으로부터 멀리서 사용돼야 적합하다.
펜슬링 주수기법의 목적 자체가 연소 중인 가연물 실체를 충분히 냉각하는 데 있다. 거리가 가깝다면 관창을 조금만 연 후 최대한 큰 유량으로 물방울을 두껍게 주수해 가연물 표면에 물방울이 흐를 정도의 양으로 서서히 냉각해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으로 동료소방관이 현장에서 다치는 등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다.
A, B, C존을 적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존재한다.
첫째, 모든 화재 현장에 A, B, C존이 도미노와 같이 순서대로 존재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연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포집되거나 이미 화염 등 불꽃이 열연기를 통해 확산돼 많은 구역이 화점 구역화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린 화점구역 혹은 화점 발견 즉시 주수 등 가용한 방법을 동원해 화재의 맥락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
둘째, 농연 구역과 화염 구역에 적용하는 주수기법은 통상 화점 구역을 확실히 찾기 전에 선행되는 기법들이다. 이 A, B존을 지나 C존을 만난다는 확신이 있어도 A, B존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되면 연기를 통해 확산되는 불꽃에 갇혀 버릴 수 있는 위험 상황이 초래된다.
따라서 A, B존을 경유하며 확실한 주수기법 적용 등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C 화점 구역을 찾기 위해 C존만을 생각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셋째, 세 구역들의 면적은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화재의 경우 A존인 농연 구역이 가장 광범위해 B와 C존을 목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우린 한곳만 바라보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 아닌 보다 현장을 넓게 보고 연기의 유동을 통해 어디가 더 빠르고 어디가 더 밀도가 높은지 판단하며 B와 C존 상존에 대한 가능성을 유추해야 한다.
홍콩 실화재 교환 프로그램 이후 진행된 경상북도소방학교의 ‘국내학술세미나’에서는 이 A, B, C존에 대한 개념이 적극 수용됐다. 대한민국 최초로 이를 훈련하고 개념을 이해하며 적용해 볼 수 있는 ‘ABC랙(Rack)’이 제작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경북소방본부의 대표 채널인 유튜브 ‘119안방’의 콘텐츠인 ‘[RITㆍ실화재] 경북소방학교 국내학술세미나 1일차’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열흘간의 홍콩소방학교 초청 실화재 강사 교환과정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활성화되고 지속 추진되는 실화재 혹은 화재특성화 분야의 훈련을 담당하는 유능한 교수진(2023년 이후 소방청 교육훈련단의 지침에 따라 현행 교관명칭은 교수명칭으로 통일됐다.), 각 시도의 열정적인 강사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정보, 지식경험 공유가 점차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과거 중앙소방학교를 통해 매년 전국 화재교관 워크숍이 열려 많은 전국의 화재분야 교수들이 교육기법과 경험 그리고 운영방법과 시스템을 공유하는 장이 열렸지만 중앙소방학교의 교육이 증가하고 다양화되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살아있는 생물로 표현하는 연소 실체, 즉 화마와 대응하기 위해 배우고 훈련하는 우리야말로 살아있는 교류를 통한 정보 취득과 왕래가 더욱 필요한 게 아닐까 반문해 본다. 흐르지 않는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구조와 구급분야에는 내로라하는 특성화 교육이 정말 많다.
화재분야도 실화재 훈련을 통해 산불이나 지하철, 선박 등 외국에 손색이 없는 다양한 특성화 분야가 개척ㆍ개발되고 모든 소방대원에게 열리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실화재 특성화 분야는 모든 열정적인 대원분에게 열려있고 지금도 많은 직원분이 관심을 가지며 연락을 주시거나 훈련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다만 직접 체험ㆍ체감하는 복사열의 강도와 훈련 전후로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오염물질 접촉의 경험을 통해 훈련에 대한 열정이 반감되는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전국 실화재 강사들도 훈련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상 등 안전사고와 오염물질 접촉 최소화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전국 시도별로 많은 CFBT 강사 인력이 있기에 관심 있는 직원분들이 더욱 많이 함께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기초인력이 부족한 특성화 교육분야에 전문인력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서는 홍콩소방학교 교환프로그램의 이론적인 부분을 다뤄보겠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소방학교 초청 국제 실화재 합동 훈련’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