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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배터리 화재실험의 산실로 급부상한 KCL 첨단방재센터

“쉴 틈 없이 불 지르고 태우고”… 첨단 시설로 배터리 안전성 높인다
2021년 ‘반’으로 태생 후 1년 만에 ‘센터’ 승격, 전문인력 11명 배치
30㎿급 콘칼로리미터 구축, 대용량 배터리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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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3/12/22 [12:00]

[기획] 배터리 화재실험의 산실로 급부상한 KCL 첨단방재센터

“쉴 틈 없이 불 지르고 태우고”… 첨단 시설로 배터리 안전성 높인다
2021년 ‘반’으로 태생 후 1년 만에 ‘센터’ 승격, 전문인력 11명 배치
30㎿급 콘칼로리미터 구축, 대용량 배터리 화재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3/12/22 [12:00]

▲ 대용량 이차전지 화재안전성 검증센터 전경  ©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제공

     

[FPN 최누리 기자] =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배터리 등을 활용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설비다. 세계적인 탄소 중립 가속화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ESS 역시 증가하고 있다. 날씨나 계절,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면 ESS가 필수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21년 11억 달러(약 14조5500억원)에서 2030년 2620억 달러(약 346조7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선 세계 3대 ESS 산업 강국을 목표로 2036년까지 세계 ESS 점유율을 35%까지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ESS 관련 화재로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ESS 화재는 총 44건이다. 이 중 원인 미상으로 분류된 화재만 30건에 이른다. 지난해 발생한 ESS 화재 9건 가운데 7건은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배터리에서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1천℃ 이상 치솟는 열폭주가 발생하면 화재진압이 어렵다. 배터리에 열적 또는 전기적, 물리적 충격이 가해져 온도가 상승하면 분리막이 분해되면서 쇼트(합선)가 발생한다. 이후 양극재와 음극재가 만나 과도한 전류가 흐르고 열폭주를 일으키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강원도, 삼척시 등과 함께 이차전지 개발 전 주기에 따른 화재 안전 시험ㆍ평가ㆍ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대용량 이차전지 화재안전성 검증센터(이하 검증센터)’를 지난 9월 구축했다.

 

총사업비 698억원이 투입된 이 검증센터는 강원도 삼척시 소방방재산업특구 내 면적 1만5531㎡, 건물 총넓이 6천㎡ 규모로 지어졌다. 한국인정기구(KOLAS) 시험인증기관 최초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화재안전성 시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전기 안전성 시험을 담당하며 공동 운영한다.

 

ESS와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화재안전성 시험ㆍ평가는 KCL 소속의 첨단방재센터가 맡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우리나라 ESS 등 배터리 화재실험의 산실로 자리잡아 가는 KCL 첨단방재센터를 찾아 검증센터가 수행하는 시험ㆍ인증 체계를 살펴봤다. 또 앞으로 첨단방재센터가 그리고 있는 미래를 들여다봤다.

 

전문인력 통한 촘촘한 시험 평가ㆍ분석  

▲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첨단방재센터 연구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이다희 PD


첨단방재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는 KCL은 1971년 한국수출잡화시험검사소로 출범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관계기관이다. 2010년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통합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건설과 에너지, 생활안전, 이차전지, 전기ㆍ의료기기, 보건ㆍ환경, 바이오, 화재, 모빌리티, 안전 등 분야별 시험ㆍ평가ㆍ인증과 관련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센터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ESS와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시험ㆍ평가하기 위해 2021년 7월 방재화재본부 내 전기화재반으로 출발했다. 이후 시험ㆍ평가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자 2022년 7월 센터로 승격했다.

 

배터리와 수소, 소방 관련 내화ㆍ연소 시험과 인증ㆍ품질검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계ㆍ전기와 건축ㆍ화재 설비, 소방ㆍ방재 성능, 화학분석 등 4개 팀으로 구성됐다. 

 

센터에는 박영섭 센터장을 포함해 11명이 시험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재난ㆍ방재와 대형 화재 시스템, 소화시스템, 전기 화재, 수소ㆍ폭발 화재, 화재 연소 시스템, 화재 분석ㆍ화학 특성 등 분야별로 연구원이 활동 중이다.

 

김형준 센터 수석연구원은 “대용량 배터리 화재 시험은 1명이 담당하지 않고 팀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며 “화재 분야는 융합의 학문이기에 시험에 따라 분야별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각자 맡은 강점을 살려 최적의 시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재현 시험을 비롯해 필로티 자동차 화재 모사, 전기차 배터리 팩 화재,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변압기 실화재 시험, 터널 화재 모사ㆍ소화 등 굵직한 시험을 진행했다. 또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구역 소방시설 개발과 전기차ㆍ전기버스 화재 위험성 평가, 수소 연료전지 개발 등의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용량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기술개발 및 검증센터 구축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시험ㆍ평가 영역을 구축했다. 

 

검증센터에선 대용량 이차전지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락이나 과충전 등 전기적 위해 상황의 모의실험으로 화재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화염 전이 현상과 효과적인 진압(소화) 방법 등을 실증하고 있다. 중대형 이차전지를 대상으로 성능ㆍ안전성ㆍ내구성ㆍ화재 안전성 시험 등을 통해 이차전지 인증을 포함한 관련 법ㆍ표준을 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 화재 사고 재현ㆍ실증 등을 통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화재 원인조사를 지원하는 등 이차전지 신뢰성 향상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국제적인 시험인증기관 TUV 라인란드와 배터리 화재시험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TUV 라인란드 화재 분야 국내시험소로 지정받았다”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ESS를 미국과 유럽 표준에 따라 시험하고 해외 인증 서비스로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ESS 시험 평가 인프라가 지역별로 분리되면서 대용량 이차전지의 전기적 위해 시험이나 화재 안전성 시험을 동시에 검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검증센터가 구축되면서 관련 기업은 시험ㆍ평가를 통해 국제인증서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인증 취득을 위한 시간과 해외시험기관으로 시료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비용 절감까지 가능해졌다.

    

전기차부터 소형 선박까지… 첨단 설비로 무장

▲ 5㎿급 콘칼로리미터가 설치된 중소형 화재안전성 시험장  © 최누리 기자

 

센터가 운영 중인 검증센터의 화재안전성 시험장은 중소형과 대형으로 각각 나뉜다. 

 

중소형 시험장에선 열화재 확산 방지와 관련된 안전성 시험 표준인 UL9540A 시험방법에 따라 배터리 셀부터 모듈, 가정용 ESS를 대상으로 화재 시험을 진행한다. 인위적으로 불을 질러 배터리 열량과 가스 등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업체가 개발한 소화약제를 통해 배터리 화재 적응성과 열 전이 차단 등도 검증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5㎿급 콘칼로리미터(열방출율 측정 장치)가 설치돼 배터리 최대 열방출율과 평균 열방출율, 총 방출열량, 유효연소열, 연기 발생, 질량 감소율, 발화 시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또 분당 1500㎥의 연기를 정화할 수 있어 밖으로 유독가스가 배출될 일이 없다. 

 

문민호 센터 주임연구원은 “배터리 화재 시 대부분 가연성 가스가 발생하는데 밀폐 공간에서 가스가 모이면 발화점으로 인해 폭발할 수 있다”며 “배터리에서 가스가 방출될 때 콘칼로리미터로 가스를 측정하면서 위험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최대 5㎿까지의 용량 측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 이동식 천장과 30㎿급 콘칼로리미터가 설치된 대형 화재안전성 시험장  ©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제공

 

대형 시험장은 가로 72ㆍ세로 43ㆍ높이 32m로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를 자랑한다.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설비와 소화약제 성능을 확인하거나 대용량 배터리에 대한 화재 시험이 가능하다. 

 

소방설비 성능 확인이 가능한 시험장에는 가로ㆍ세로 24m인 이동식 천장(moving ceiling)이 설치돼 스프링클러설비 성능시험을 할 수 있다. 높이를 2m에서 18m까지 조절할 수 있어 목재원부터 물류창고까지 규모별 스프링클러 성능을 평가한다.

 

최대현 센터 선임연구원은 “부스터와 미스트 등 다양한 소방펌프를 보유해 제조사별 스프링클러설비 헤드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며 “국내에선 일정 규격이나 표준으로 정한 스프링클러설비 실화재 시험이 없는데 최근 화재안전성능기준에 따라 실화재 화재 시험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동식 천장을 활용한다면 규정에 만족하는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용량 배터리 화재 시험장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30㎿급 콘칼로리미터가 구축됐다. 보통 승용차가 완전히 연소할 때 6~8㎿의 화력이 발생하는데 30㎿급은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대형 차량의 전소 시험이나 많은 물건이 쌓인 물류창고 화재 실증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규모다.

 

대용량 이차전지 화재 시험이 가능한 만큼 특정 압력을 견디는 설비와 대형 차량부터 전동차, 선박까지 옮길 수 있는 설비가 갖춰졌다. 이를 통해 전기차와 ESS 랙, ESS 컨테이너, 대형 UPS, 버스, 전동차, 소형 선박에 대한 화재 시험이 가능하다. 

 

권혁주 센터 선임연구원은 “이곳을 설계할 때 가스 분석에 중점을 뒀다”며 “배터리에서 나오는 가스는 대부분 폭발성과 인화성, 독성 등이 주를 이루는데 가스가 물과 만나거나 습기에 의해 변질되지 않는 조건에서 가스 특성을 분석할 수 있도록 가스 분석실을 집진설비 덕트와 가장 가깝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용 설비를 통해 대용량 배터리 화재 확산 속도와 폭발압 등을 확인하고 소방관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화재진압 시 적정한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배터리 안전성 넘어 소방관 안전까지

▲ 김형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첨단방재센터 수석연구원이 ‘대용량 이차전지 화재안전성 검증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방방재신문

 

센터는 그간 쌓아온 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나라 배터리의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더해 소방의 화재 대응 매뉴얼 마련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나라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센터가 역할을 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향후 전기차를 포함한 특수 화재를 이해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센터에선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방시설 개발과 대응 방안, 관련 규정 등을 제안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며 “이를 통해 화재 전반을 분석하고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뉴얼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삼척소방서 현장대응단, 국립소방연구원과 함께 소화시험을 진행하면서 작게나마 대응 매뉴얼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소방관과 현장 지휘관을 대상으로 전기차ㆍESS 화재 시험 경험을 제공해 이들이 더욱 안전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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