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중앙소방장비품평회 개편 예고, 어떻게 달라지나품질 평가단ㆍ구매계획 수립 지원 등… 품평회 역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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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도 중앙소방장비품평회(설명회) |
[FPN 신희섭 기자] = 중앙소방장비품평회가 올해부터 장비 구매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품평회’와 구매규격을 결정하는 ‘구매품평회’로 이원화된다. 특히 구매품평회는 소방관들에게 실물 장비를 직접 비교ㆍ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결과가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계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중앙소방장비품평회(이하 품평회)는 현장 대원들이 소방장비의 실물 보며 성능과 디자인, 사용 편의성 등 다양한 정보를 직접 비교ㆍ평가하는 자리다. 지난 2020년부터 소방청 주관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전시회 방식으로 진행되던 품평회는 지난 2022년부터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기간에 맞춰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박람회와 품평회를 연계해 다양한 정보를 현장 대원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장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턴 업체 담당자가 직접 현장 대원들에게 장비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도입하기도 했다.
소방장비 구매 절차로 자리매김은 했는데…
품평회가 소방장비를 구매 절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현장 대원은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품평회와 시도 소방본부의 장비구매 시기 간 나타나는 괴리가 문제다.
소방청에 따르면 시도 소방본부는 11월께부터 장비 구매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장비를 구매하기 시작한다. 품평회가 시도 소방본부의 구매계획 수립 시기와 동떨어져 개최될 경우 평가결과를 묵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욱이 신규 인증 제품이 출시되거나 시도 소방본부의 구매계획이 갑작스럽게 틀어지면 평가결과를 실구매에 반영하는 게 더욱 불가해진다.
박람회장 내에서 운영된다는 점도 그간 품평회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한정된 공간에 관람객까지 몰리면 평가단의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품질 평가단 운영ㆍ구매계획 수립 지원 등 품평회 역할 확대
소방청은 올해부터 품평회의 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품평회 역할을 소방장비 구매 절차의 과정으로 한정하지 않고 품질개선과 구매계획 수립 지원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먼저 연 1회 개최되던 품평회를 사전품평회와 구매품평회로 이원화해 시도 소방본부의 구매 시기에 맞춰 정례화한다. 현장평가 결과가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구매 절차의 공정성과 장비의 품질 신뢰성 확보를 위한 체계적 관람방식을 마련하고 품질 평가단도 운영한다. 품질 평가단은 현장 대원이 직접 소방장비의 착용성과 활동성 등 규격화가 어려운 장비를 발굴해 품질개선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품질 평가단이 운영되면 현장 대원의 의견이 장비 개발 단계부터 반영될 수 있게 된다”며 “소방장비의 성능과 만족도 향상은 물론 제조사와 수요자 사이를 잇는 공식적인 중개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개편되는 사전ㆍ구매품평회, 운영 방식은?
사전품평회는 오는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대구 EXCO에서 개최되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기간에 맞춰 열린다. 지난해 품평회와 동일한 전시 형태로 운영되지만 소방청 주관의 현장평가는 시행하지 않는다.
대상 품목은 소방공무원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전 품목이다. 평가가 진행되진 않지만 예산 수립과 장비 동향파악 등을 위해 다수의 시도 소방공무원을 참여시키고 품질개선을 제안하는 품질 평가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구매품평회는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된다. 평가결과가 내년도 장비구매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매연계형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상 품목은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방화헬멧, 안전헬멧, 방화장갑, 안전장갑, 방화신발 등 개인보호장비 8종이다.
품평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도 소방본부별로 자유롭게 평가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수장비를 신중히 선정할 수 있도록 평가단이 장비를 직접 착용하고 시연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 ▲ 소방청은 지난달 28일 소방장비 제조 ㆍ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개편되는 품평회 운영방식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
“품평회 결과 정말 구매로 이어지나요?”… 소방청, 업계 의견 수렴
소방청은 지난달 28일 소방장비 제조ㆍ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개편되는 품평회 운영방식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개인보호장비 8종을 소방에 공급하는 18개 제조사에서 4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업계 관계자들은 ‘품평회가 정말 실효성 있는 제도인지’, ‘품평회를 분리해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품평회 결과가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지’, ‘개인보호장비 제조ㆍ공급 업체는 사전품평회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지’, ‘품질 평가단의 의견이 반영된 장비 출품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궁금해했다.
소방청은 “중앙품평회는 불필요한 시도 소방본부의 품평회를 축소하고 다양한 장비 비교를 통해 우수장비를 보급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시도별 구매 시기와 절차에 따라 11월에는 구매규격을 결정해야 차년도 장비구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소방장비 구매 절차상 규격심의회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때 품평회 결과와 예산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며 “예산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장비구매라면 시도 소방본부도 평가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품평회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엔 “사전품평회에는 예산 수립과 장비 동향파악 등을 위해 시도 소방본부의 많은 소방공무원이 참가할 예정”이라며 “비즈니스 특화 박람회와 동시에 개최되는 만큼 사전품평회에 참여하면 시장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산점 문제는 “시도 담당자들과 협의를 통해 신제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겠다”며 “공정한 평가 방법이 있는지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소방청은 이날 기본규격과 소방장비인증(KFAC)을 혼동하지 말아 달라고 업계에 당부하기도 했다.
기본규격은 소방업무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특수한 성능이 요구되는 소방장비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규격이다. 시도 소방본부는 기본규격과 더불어 특수성, 품질 등을 고려하여 소방장비의 구매규격을 결정한다. 장비구매에 있어 소방관들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기준이 바로 기본규격인 셈이다.
KFAC는 품질이 우수한 소방장비 확충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대상 품목을 지정한 뒤 소방청장이 지정한 공인시험기관을 통해 제품심사와 현장심사를 거쳐 소방장비를 인증해 주는 제도다.
소방청 관계자는 “KFAC 인증과 기본규격을 동일한 제도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KFAC 인증이 기본규격을 따르도록 하고는 있지만 법적의무인증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FI 인증이나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제출 등을 통해서도 기본규격에 적합한 장비인지 확인할 수 있지만 KFAC 인증은 기본규격 적합 여부와 더불어 공급업체의 품질관리체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며 “고품질 소방장비 확충을 위해 KFAC 인증 장비의 구입을 독려하고 인증품의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