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물 피트공간으로 불리우고 있는 통신피트실의 모습 © 최영 기자 | |
일명 피트공간으로 불리는 건축물의 공간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라는 소방방재청의 지침이 내려진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한 법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2011년 4월 21일 ‘스프링클러설비 헤드 기준 적용 철저’라는 제하의 관련 지침을 전국 소방 시도본부에 하달한 바 있다. 2010년 10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내려진 조치였다.
이 지침에는 과거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를 제외해 오던 건축물 피트공간에 앞으로는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 피트공간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되 수손피해 등이 우려될 경우 대체 소화장치 설치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추가 하달했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이 같은 지침 강행으로 소방관련 기술인들의 빗발치는 항의와 반발을 받았다. 하지만 내려진 지침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고 이후 소방방재청 고시인 국가 화재안전기준의 일부 개정을 통해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에 대한 근거를 삽입했다.
당시 관련 지침에서 명시한 피트공간의 스프링클러 대체 소화장치도 논란을 빚었다. 소화장치에 대한 명확한 설치규정이 부재해 공사 현장에서는 실효성은 따지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 설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논란이 불거지자 소방방재청은 대체 소화장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화재안전기준에서 해당 소화장치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들을 정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완벽한 제도 정비는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과거 내려진 지침에서 피트공간의 스프링클러 헤드 대체 시설로 허용한 소화장치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방시설 설계와 공사, 감리 현장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마다 대체 소화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소방방재청과 관할 소방관서에 민원이나 질의를 넣는가 하면 예전에 내려진 지침을 일일이 찾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건축물 시공현장에서는 건물 내 전기ㆍ통신피트실(EPS, TPS)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기 보다는 수손피해를 우려해 대체 소화장치를 검토하거나 설치하는 등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상황이어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방시설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한 관계자는 “해당 지침이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기관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혼란이 크다”며 “언제까지 지침으로 운영할 작정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소방시설 전문공사업계의 한 관계자도 “피트공간에 대한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 유무시 기준이 되는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소모적인 민원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청(소방방재청)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담당자가 일선 소방관서에 구두상으로 전달한 말 때문에 현장이 발칵 뒤집히는 상황도 벌어졌다.
전기ㆍ통신피트실의 스프링클러 헤드 대체 소화장치는 지침이 내려진 당시 준공에 임박한 현장에 한해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법 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나 물분무등 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세종시 일대 공사 현장에서는 전기ㆍ통신피트실에 이미 설계에 반영된 자동소화장치를 적용하면 안된다는 소방관서의 행정지도를 받아 큰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해당 현장의 설계 및 공사, 소화장치 납품업체 등은 소방방재청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으며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소방방재청은 기존 지침과 같이 불가피하게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가 어려운 경우엔 대체 소화장치의 설치가 가능하다며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이처럼 피트공간 중 전기ㆍ통신피트실에 스프링클러 헤드의 대체 소화장치로 설치가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을 내린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부재한 법 규정으로 인한 혼란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담당자는 “이 외에도 화재안전기준에 없는 부분은 지침이나 국민신문고 같은 것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많다”며 “관련 단체 같은 곳을 통해 의견이 올라와야 개정 작업이 가능하고 현장에 불합리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최근 각 기관단체로부터 200여건 이상의 개정 의견을 받아 놓은 상태로 하반기에 개정 의견을 추리는 등 내년초 일괄적으로 화재안전기준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의견의 일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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