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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락가락 … 소방 예방행정이 장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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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08:00]

[기자의 눈] 오락가락 … 소방 예방행정이 장난인가

최영 기자 | 입력 : 2015/04/27 [08:00]

▲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

5년 전 수많은 소방기술자들의 반발에도 피트공간에 소화설비를 설치하라고 강행했던 행정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 엉터리 행정 때문에 건축물을 짓는 일선 현장 상황을 요즘말로 비유하면 말 그대로 ‘멘붕’이다.
 
국민안전처의 전신인 소방방재청은 2011년 일명 피트층, 피트실로 불리는 건축물의 특정 공간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제외해 온 것이 잘못됐다며,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행정지침을 내렸다. 지난 2010년 10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와 이듬해 4월 강남 P빌딩 화재에서 피트공간이 소화설비 사각지대라는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이 피트공간은 수십년간 스프링클러 헤드를 적용하지 않았던 장소다. 이 공간에 갑자기 소화설비를 설치하라는 행정조치는 큰 논란을 불렀다. 건축 공사 현장은 물론 지역 소방관서도 이해 못할 행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제외해 온 것은 법규 해석을 잘못해 온 것이기에 무조건 설치를 하라는 막무가내식 행정을 펼쳤다. 문제는 그 뒤였다. 물을 사용하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통신장비나 전기장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적용을 꺼려하는 현장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TPS, EPS라 칭하는 특정 피트공간에는 스프링클러가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더욱 큰 수손피해를 우려했다.
 
그러자 소방방재청은 이 공간에 가스나 분말, 고체에어로졸 등 물 이외의 소화약제를 사용하는 특수 소화장치를 설치할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를 제외해주기로 했다.
 
이런 지침이 시행되면서 스프링클러 헤드 보다 가스나 분말, 고체에어로졸 등 소화장치를 적용하는 곳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지침 시행 후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러한 소화장치를 설치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들어 갑자기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제도과 업무 담당자가 지금까지 설치해도 된다던 자동소화장치를 이제와서 설치하면 안된다고 해석했다. 법에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수많은 기술인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법 개정조차 없이 지침으로 행정을 강행해 놓고선 이제와서 안된다고 말을 바꾸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시 법에 근거조차 담지 않고 지침만으로 행정을 추진한 것은 누구도 아닌 소방방재청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신들이 내린 행정조치가 법에 근거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한 정부 부처의 행정이 이렇게까지 일관성이 없을까. 이 배경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5년 사이에도 업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이 문제는 논란이 됐다. 2011년 최초 행정지침을 내렸던 담당자는 같은 해 10월부로 자리를 옮겼고 그 후 4번이나 담당자가 바뀌었다. 이 때 마다 “지침에 따라 설치해도 된다”, “법에 근거가 없어 설치하면 안된다”는 해석 논란이 이어졌다.
 
최초 지침 시달 이후 시간을 보내면서도 지침에 부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법 규정에는 대체 소화장치 허용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찌보면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본인이 내린 지침도 아닌데 뒷수습을 하려니 골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규에는 근거조차 없으니 말이다.
 
그럼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제와서 안된다는 뒤늦은 해석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 물음의 답은 현장에 있다. 2011년 4월부로 시행된 지침은 수십년간 이어져 온 행정의 틀을 깼다. 대체 소화장치를 허용하면서 산업계도 심하게 요동쳤다. 소방시설 설계는 물론 공사, 감리까지 모든 분야에 혼란이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스프링클러 헤드 보다 대체 소화장치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국가 고시로 소화장치의 제품 규격도 제정됐다. 여기에 맞춰 15곳에 이르는 자동소화장치 제조사들이 태생했다. 피트공간에 맞춰진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한 인증비와 검정료, 개발비 등은 못해도 수십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떤 건축물은 대체 소화장치를 설치하는 데만 4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인 곳도 있다. 전국적으로는 얼마의 돈이 들어갔을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다.
 
KFI(한국소방산업기술원)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행정조치 이후 시중에 보급된 자동소화장치는 9만 3천 여 개에 달한다. 설치 공사비를 제외한 제품 값을 평균 40만 원씩 치더라도 37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런데 피트공간에 대체 소화장치를 적용한 수많은 건축물들이 모두 헛 돈을 쓴 게 될 수 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행정을 담당하는 국민안전처가 법에서 허용한 시설이 아니라니 말이다.
 
건축 현장은 골치가 더 아프다. 대체 소화장치를 적용한 설계자는 물론 이를 시공한 공사자, 감리자 등 모두가 법을 어긴 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 소화장치를 허용한 지역 소방관서의 예방행정 담당자들도 법적 근거 없이 허가를 내줬으니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소방조직의 예방행정 하나 하나는 수많은 건축물의 안전을 책임진다. 나아가 행정 기관의 신뢰를 좌우한다. 그런데 지금의 소방 예방행정은 수준 이하다. 명확한 법규정 없이 일관성까지 잃은 엉터리 소방행정에 현장이 놀아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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