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통령님께서 “산불로 민가와 마을이 타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산불로부터 민가를 보호하기 위해 민가 주변 나무를 제거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부 관계자가 “민가ㆍ시설 주변 산림은 사유재산이 대부분이라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대통령께서는 법을 바꿔서라도 방법을 찾으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림입니다. 최근 도시 숲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실제 80%에 육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민은 숲 가까이 지어진 아파트를 ‘숲세권’이라 부르며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숲속의 전원주택은 모두의 로망입니다.
집 주변 나무를 상고머리 자르듯 베어내면 산불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하신 건지요? 대통령님, 산림청에서 오래전부터 시설 주변 이격공간 조성사업을 시행했지만 이번 의성 산불은 물론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서는 예산ㆍ노력 대비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반면 민가 주변으로 날아든 불씨에 물을 뿌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곳에서는 민가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력ㆍ장비는 물론 전술적 부재로 한계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2017년 이후 발생 6배, 피해 면적 17배로 급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주장은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의한 현상은 점진적으로 오래도록 상승 곡선을 나타내지 단기간에 이렇게 폭증하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 살펴본 2017년 이후 급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은 첫째, 불을 끌 사람이 없고 주무관청이 애써 끄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둘째, 고사목과 병해충 피해목 등 쉽게 옮겨붙고 오래 타고 불티가 많이 생기는 마른 연료 때문입니다. 셋째, 산불이 크게 많이 날수록 이득을 보는 기관과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덧붙여 산불 끄는 헬기는 초기 대응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강풍으로 불난 산에 부채질합니다. 산불진화대는 고령화돼 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특수진화대는 극소수로 있으나 마나 합니다. 그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은 산림청 퇴직자로 현장에서 위화감만 조성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내부 사정을 감추기 위해 산림청은 드론 진화대나 웨어러블, 산불확산예측시스템 등 실효성 제로(Zero)에 가까운 전시행정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소방관이 산불 진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면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얻는다고 온갖 핀잔을 줍니다. 산불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타들어 가는데 밥그릇 타령하는 산림청이 산불을 주도하는 한 절대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겁니다.
산불과 관련된 산림청 행안부 보고자료는 매우 심각하게 왜곡되거나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작성됐습니다. 특히 수십 년간 표지 갈이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의 헬기, 임도, 예산, 조직 문제는 30년 전에도 똑같이 주장하던 겁니다. 반드시 사실 확인 후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지난 30년처럼 지나고 나서 속았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대통령님, 조직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산불대응체계로는 대형화와 도심화까지 가속화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산불 상황에 걸맞게 정규군인 소방에 모든 권한과 예산을 넘기고 산림 위주 산불 정책에서 벗어나 인명ㆍ민가 보호 위주 산불대응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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