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산불 대응체계, 실효적 개선책은?… 국회 모인 전문가들‘산불재난 제도 개선 방안’ 양부남 등 국회의원 6명 공동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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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산불재난 제도 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 김태윤 기자 |
[FPN 김태윤 기자] = 대형 산불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산림 관리와 산불 대응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질적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산불재난 제도 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양부남(광주 서구을)ㆍ김상욱(울산 남구갑)ㆍ박정현(대전 대덕)ㆍ이광희(충북 청주서원)ㆍ채현일(서울 영등포갑)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기후재난연구소와 산불정책기술연구소는 주관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자리에는 주최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회(경기 고양갑)ㆍ모경종(인천 서구병)ㆍ윤건영(서울 구로을)ㆍ이상식(경기 용인갑)ㆍ위성곤(제주 서귀포)ㆍ한병도(전북 익산을) 의원, 관련 전문가, 공무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 ▲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이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양부남 의원은 “이권이나 부처의 문제가 아닌 산림청과 소방청 소속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안전을 논의하고자 한다”며 “더 이상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국민, 산불 진화 도중 사망하는 국민, 산불로 사랑하는 사람과 집을 잃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대형 산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토론회 이후에도 산불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자로는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현장에 남아 있는 대형 산불의 증거) ▲이종화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심산불과 소방의 역할) ▲이강우 홍천소방서장(Wild Mega Fire 정책 필요성)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산불 대응 실태 및 제도 개선 방안) 등이 나섰고 산림청과 소방청, 국회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대형 산불 부르는 ‘진범’은 ‘소나무 단순림’”
![]()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최병성 대표는 대형 산불 현장에서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대비ㆍ대응 실태와 피해 확산 요인을 진단했다.
가장 먼저 그는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비효율적으로 운용된다고 비판했다. 헬기가 투하하는 물은 허공에서 안개처럼 흩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화점 도달량이 적고 헬기 진화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지상 진화대원이 끌 수 있는 작은 불조차 제때 끄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 대표 판단이다.
그는 “헬기가 부족해 산불 피해가 커진 게 아니다. 헬기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지상 진화대원과의 공조 없이 헬기에만 의존하는 산림청의 현 진화체계는 작은 불을 대형 산불로 키우고 있다. 헬기에서 발생한 하강풍 역시 산불을 더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임도 무용론도 제기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화재 시 임도 내 온도는 800~1천℃에 달한다. 이는 산불 진화 차량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온도다.
그는 “지금까지 임도에서 산불을 끈 사례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지난 4월 산림청은 언론을 통해 임도의 효과를 확인했고 오는 2030년까지 매년 임도 500㎞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산림청의 주장과 달리 3~4m 폭의 임도는 산불 확산을 막는 방화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산불을 확산시키는 바람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잘못된 조림 방식의 결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최 대표에 따르면 단위 면적당 산림 예산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4배 더 많지만 나무 밀도는 일본의 70%에 불과하다. 산불 피해 면적은 나무가 적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동일 면적당 8배 많다.
최 대표는 “최근 일본과 중국의 산불 발생은 줄고 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산불에 강한 활엽수를 조림해 산불에 강한 숲으로 대비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활엽수를 베고 소나무만 남긴 소나무 단순림, ‘불 폭탄 숲’을 만들었다. 이게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발생 원인이다”고 날을 세웠다.
“산림만의 문제 아닌 산불, 소방 역할 재정립 필요”
![]() ▲ 이종화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이종화 교수는 “기온 상승과 발화 조건 변화 등으로 봄ㆍ가을을 넘어 연중 365일 도시 인근 산림의 화재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존 도심산불 대응체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도심산불에 대한 소방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산림과 도심 경계에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건 물론 위험 요소 제거와 방화선 구축, 위험지도 작성 등 도시 설계 단계부터 소방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구조적으로 화재 확산을 차단하고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소방 중심 단일 통합지휘체계 제도화와 이를 위한 조직ㆍ예산 정비, 소방 중심 정기적 다기관 공조 훈련, ICT 장비 도입, 지역 주민과의 협력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Wild Mega Fire’ 시대, 산ㆍ마을ㆍ도시를 아우르는 정책 도입해야”
![]() ▲ 이강우 홍천소방서장이 발제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이강우 서장은 ‘Wild Mega Fire(산림 대화재)’ 용어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서장에 따르면 지난 3월 발생한 경북ㆍ경남ㆍ울산 지역 산불 피해액은 총 1조817억원이다. 이 중 주택 등 시설물 피해액은 6873억원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한다. 반면 산림 피해액은 3944억원으로 36.4%에 불과하다.
그는 “산불이 주민 피해를 심각하게 일으키는 현상은 산(임야)과 산림 인접 마을, 산지 인근 도시가 하나의 화재 구역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담은 ‘Wild Mega Fire’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며 “‘산불’이라는 용어의 주인공인 ‘산’은 산ㆍ마을ㆍ도시가 실제로는 하나의 화재 구역으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산에서 발생하는 불로만 생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인식의 오류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 재난 대응의 첫 단추는 그 재난을 현실에 맞게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라며 “‘Wild Mega Fire’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할 때 산ㆍ마을ㆍ도시를 아우르는 화재 피해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정책이 소방청을 중심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9만5천 의소대원으로 산불 예방체계 획기적 변화 가능”
![]() ▲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황정석 소장은 현 산불 대응체계의 실태와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황 소장은 전국 9만5천여 의용소방대원을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재난성 대형 산불 위험시기인 3~4월에 의용소방대를 집중 투입하고 지역별로 책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산불 예방체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 의용소방대원이라고 해서 공짜로 써선 안 된다. 확실한 수당을 지급해야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산림청의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황 소장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 2023년부터 대전ㆍ세종 일대에 약 500억원의 예산을 들이는 국립산림재난안전교육훈련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 퇴직 공무원이 주축인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에 운영을 맡긴다는 게 산림청 구상이다.
그는 “이미 전국에 퍼져 있는 소방학교에 위탁교육을 맡기면 될 일을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산림청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기가 막힌다. 산림청이 고용노동부인가”라며 “산림청과 소방청, 지자체가 통합교육을 받아야 산불 현장 대응력이 올라가는데 왜 이런 생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안 하려고 하는 거다”고 맹비난했다.
또 그는 산불 대응 업무의 소방청 이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를 추가 제시했다.
황 소장은 “그저 ‘소방이 인력ㆍ장비가 많고 화재에 대한 전문성이 높으니 산불을 잘 끌 것이다’라고 하는데 경험상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산불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한편 구역별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빨리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방도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산불 대응체계 개선하자” 전문가 한목소리
![]() ▲ (왼쪽부터) 신현훈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과 이강렬 강원소방학교장, 변강제 강동소방서 소방위,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토론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엔 ▲신현훈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이강렬 강원소방학교장 ▲변강제 강동소방서 소방위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등이 패널로 나섰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신현훈 대원은 산림청 지상 진화 인력 운영상의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특히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중심으로 지상 진화 전체를 관장하는 산림재난대응본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 진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본청 산림재난통제관부터 산불방지과, 지방산림청 산림재해안전과, 산림보호팀, 국유림관리소 보호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제외하면 행정 지원 업무가 중심인 조직 구조이기에 산불 진화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32명의 운영권자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국유림관리소에 나눠서 관리하는 현 방식으로는 ‘전문적인 지상 진화 인력의 정예화’라는 목표를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강렬 학교장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호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Black Summer Bushfire)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공유했다.
그는 “호주 사례를 참고해 산불 대응 관련 범정부 비상관리체계와 대피 요령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산림 밀도 감소 정책과 관련 분야 연구ㆍ투자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강제 소방위는 상충하는 관련 법령과 이원화된 지휘체계 등 현 산불 대응체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변 소방위는 “불만 보면 달려가 현장에서 직접 연기를 마시며 일하고 있는 건 소방밖에 없다. 소방관서를 중심으로 국가재난시스템의 모든 걸 일원화해야 한다”며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인력을 소방청으로 이관해 부족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재현 연구관은 “산림 보호는 산림청, 민가ㆍ시설물 보호는 소방청으로 이원화돼 있어 산불 대응의 효과성과 재정적 비효율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산불 대응체계 일원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119신고체계 등 인ㆍ물적 자원의 기동성과 재난 대응의 전문성을 갖춘 소방청을 중심으로 산불 대응체계를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만에 하나 소방청으로 일원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림청이 지휘권을 갖고 제대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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