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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조용한 재난, 폭염을 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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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정영곤 | 기사입력 2025/07/25 [11:30]

[119기고] 조용한 재난, 폭염을 대하는 방법

대구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정영곤 | 입력 : 2025/07/25 [11:30]

▲ 대구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정영곤

우리는 폭염이라는 재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연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고온다습한 날이 이어지고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열대 지방형 기후가 일상이 된 듯하다. 춘천 어느 길가에는 바나나가 열렸으며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신조어인 ‘대프리카’라는 표현도 더는 낯설지 않다. “삼복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옛말처럼 폭염이 참 힘겹게 느껴진다. 아지랑이는 도로를 녹일 듯이 이글거리고, 볕은 나무 그늘마저 태워버릴 듯이 따갑게 느껴진다.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심뇌혈관질환에 따른 전체 사망률이 2.1% 증가하고 뇌졸중과 심부전 사망률은 각각 3.8%, 2.8%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제 폭염은 기후 현상이 아니라 재난 상황이 됐다.

 

‘보이지 않는 위험’인 폭염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잦다. 신체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체온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다양한 온열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이 있다.

 

온열질환이 심해지면 의식 저하나 심부 체온 상승 등을 겪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열 환자는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3700여 명에 달했고 대부분은 병원 이송이나 중증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상태였다고 한다.

 

노약자와 어린이, 만성질환자, 거동 불편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폭염이 더욱 치명적이어서 온열질환 방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외부 환경에 관한 관심이다. 일기예보 등 기상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야외 활동 계획을 자제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26~28℃, 습도는 40~60%로 유지하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적절히 사용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야외 활동 시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 옷을 입고 시원한 곳에서 자주 쉬면서 체온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규칙적으로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지만 커피나 탄산음료 술은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혼자 사는 노인, 어린이, 야외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보호가 절실하다.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재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온열질환 의심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하며, 얼음팩이나 젖은 수건으로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의 온도를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환자의 의식이 있다면 물을 조금씩 마시게 하고 의식이 없거나 구토ㆍ경련 등의 증상이 있다면 바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우리 소방을 포함한 관련기관도 매년 여름 폭염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19구급대는 얼음조끼, 생리식염수, 냉찜질 팩 등을 차량에 비치하고 온열질환 고위험군에 대한 사전 점검과 무더위쉼터 관리를 통해 현장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폭염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대비와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폭염은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어 해코지하므로 그 성질을 잘 알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대직약굴 도고위이(大直若詘 道固委蛇)’, 즉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고, 길은 원래 구불구불하다’고 말했다. 지난 어두운 밤이 한 번도 여명을 이긴 적이 없듯이, 이 매서운 폭염이라는 위기도 자연의 순리대로 옅어지고 선선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모두가 이 더위를 잘 이겨내 안온하고 풍성한 가을을 맞았으면 하고 바란다.

 

대구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정영곤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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