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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산불 포비아’에 빠진 대한민국… 도마 오른 문제점은?

‘일사불란’ 지휘체계가 핵심, ‘소방 역할 재정립’ 강조한 국회의원ㆍ전문가들
“대응 인력 개편, 헬기 공중 진화체계 효율화 필요”… 인력ㆍ장비 개선책은?
근본적 문제로 지목된 ‘침엽수 위주 조림 정책’… “내화수림 조성이 중요해”
“공청회로 필요성 따져봐야”… 무용성 논란 ‘임도’, 심지어 ‘바람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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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5/08/04 [10:00]

[INSIGHT] ‘산불 포비아’에 빠진 대한민국… 도마 오른 문제점은?

‘일사불란’ 지휘체계가 핵심, ‘소방 역할 재정립’ 강조한 국회의원ㆍ전문가들
“대응 인력 개편, 헬기 공중 진화체계 효율화 필요”… 인력ㆍ장비 개선책은?
근본적 문제로 지목된 ‘침엽수 위주 조림 정책’… “내화수림 조성이 중요해”
“공청회로 필요성 따져봐야”… 무용성 논란 ‘임도’, 심지어 ‘바람길’이라고?

박준호,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5/08/04 [10:00]

▲ 안동 산불 출처 경북소방본부

 

지난 3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영남권을 강타했다.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산청, 하동,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울주 등 8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산불의 피해 면적은 총 10만4천㏊. 이는 축구장 약 14만5600개에 달하는 크기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7년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 면적으로 기록됐다. 

 

특히 사망 31, 부상 52명 등 유례없는 인명피해가 발생해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집계된 재산피해액은 1조818억원으로 주택 3848, 사유시설 7175, 국가유산 등 공공시설 5643개소가 불탔다.

 

산불 대형화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영남권 산불은 산불 대응체계의 개선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소방 등 관련 부처뿐 아니라 국회 역시 발 벗고 산불 대응체계 재확립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산불 사태로 바라본 재난 대응체계와 피해 복구 지원 토론회’, 경북소방학교가 주최한 ‘초대형 산불과 소방 대응 학술세미나’, 양부남ㆍ김상욱ㆍ박정현ㆍ이광희ㆍ채현일ㆍ차규근 의원이 공동 주최한 ‘산불재난 제도 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 등이 진행돼 산불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큰 상황인지 짐작케 했다.

 

▲ 산불 사태로 바라본 재난 대응체계와 피해 복구 지원 토론회

 

▲ 초대형 산불과 소방 대응 학술세미나 출처 경북소방본부

 

▲ 산불재난 제도 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

 

국회에선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이하 산불특위)가 구성됐다. 산불특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전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소방청, 산림청 등 정부 부처에 산불과 관련한 날 선 질책을 쏟아냈다.

 

▲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처 연합뉴스

 

국회입법조사처가 13명의 분야별 입법조사관으로 조직한 산불대응연구TF(이하 산불대응TF)는 ‘대형 산불에 대한 국가적 대응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 국회입법조사처 산불대응연구TF 특별보고서

 

산불 대응체계 개선책 마련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도마에 오른 문제들은 뭐였을까? <FPN/119플러스>가 ‘지휘체계’와 ‘인력ㆍ장비’, ‘내화수림’, ‘임도’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혼란 부르는 현 산불 대응 지휘체계… “소방으로 일원화해야”

가장 크게 부각된 문제는 산불 대응 지휘체계상의 혼란이다. 현행 법령상 산불 진화 주관기관은 산림청이다.

 

그러나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 피해 면적이 100㏊ 이하일 땐 기초자치단체장 또는 산림청 소속 관할 국유림관리소장, 100㏊ 이상이고 1천㏊ 미만일 땐 광역자치단체장, 1천㏊ 이상일 땐 산림청장이 지휘권을 갖는다. 소방청은 산불 진화 지원부처로서 산림 주변 가옥이나 시설물 방호를 담당한다.

 

▲ 소방대원들이 경북 의성군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출처 경북소방본부

 

하지만 이는 현장을 전혀 알지 못하는 ‘탁상공론’식의 지휘체계라는 게 산불대응TF 분석이다. 최근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 등으로 시도 경계 없이 빠르게 확산하는데 이런 경우 대응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산불 발생 시 산림뿐 아니라 사람과 시설물까지 복합적으로 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이를 위해선 화재진압 전문 기관인 소방청이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는 게 산불대응TF 판단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은 “산불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보다 ‘산림보호법’이 우선된다. 이 법 체계에선 산불 시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산불은 화재이기에 화재 전문 기관인 소방청으로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경남 사천ㆍ남해ㆍ하동)은 “현장에서 보면 지휘체계 부분이 상당히 어수선하다”며 “법적으로 책임과 지휘체계가 구분됐는데 이 부분은 행안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달희 의원은 “현장에서 산불을 많이 접해본 입장에서 예방과 복구는 산림청이 맡고 진화는 소방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행안부에서 현장 의견을 듣고 지휘체계를 다시 한번 짜주길 바란다”고 했다.

 

▲ 화마가 산림을 집어삼키고 있다. 출처 산림청

 

전문가들 또한 소방청으로 산불 대응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산불 정책의 문제점 중 하나로 ‘상충하는 관련 법률’을 지적했다.

 

황 소장에 따르면 현재 산불은 ‘산림보호법’과 ‘소방기본법’에 의해 각각 다뤄진다. 문제는 법의 상충으로 여러 혼선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는 “더 이상 부처 개별법에 얽매여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며 “가장 좋은 건 부처 개별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법령을 만드는 것이지만 법령 개정 작업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불은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재난이자 화재의 한 종류”라며 “실질적 작전 지휘 능력을 갖춘 재난 전문 기관이 현장에서 긴급구조통제단을 운영하도록 하는 이 법을 적극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개선책으로 산불 대응 업무의 소방청 이관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현 산불 대응체계는 답이 없다. 지금 이 체계로는 안 된다”며 “지금의 인력만으로 일원화하라는 게 아니다. 인원을 충원해 산불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진형민 소방청 대응총괄과장은 “산불을 포함해 불에 대한 지휘 경험과 현장 대응은 소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문적인 조직”이라며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이 부분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소방청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방청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배덕곤 전 소방청 기획조정관 역시 산불 대응은 소방청으로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장 대응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고 재난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르지도 않은데 각 부처가 이를 별도로 확보ㆍ운영하는 건 예산 중복 투자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불 진압 업무의 통합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임도를 개설하거나 불이 난 산을 복구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산림기관의 기능까지 부정하는 게 결코 아니다. 새로운 재난관리체계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재난관리와 행정관리의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산불 대응을 체계화ㆍ효율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변강제 강동소방서 소방위는 “불만 보면 달려가 현장에서 직접 연기를 마시며 일하는 건 소방밖에 없다. 소방관서를 중심으로 국가 재난 시스템의 모든 걸 일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불 대응 업무의 소방청 이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용수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이라는 주제로 보면 가장 대응체계가 잘 돼 있고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소방이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산불 예방ㆍ복구 부분에서 소방이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맡을 건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소방의 책임이 과중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열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소방이 전부 가져오면 산림청과 시군은 현장의 책임에서 뒤로 빠져 나 몰라라 할 테고 결국 못했을 때의 모든 책임은 소방이 지게 될 것”이라며 “차제에 합의를 통해 필요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을 충분히 가져오고 그 기반 위에서 대응 업무를 맡아야지 섣불리 지휘권만 가지고 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고 꼬집었다.

 

▲ 경북 의성군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산불로 인해 전소했다. 출처 경상북도

 

효과적 산불 진화, 제도 정비로 충분?… “인력ㆍ장비 개선 병행돼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불 진화 인력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정현 의원에 따르면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인력의 95%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다. 문제는 이들의 75%가 60대 이상 비전문 인력이라는 점이다.

 

▲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인력이 야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산림청 

 

▲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인력이 야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산림청

 

▲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인력이 지리산의 불길을 잡고 있다. 출처 산림청  © 소방방재신문

 

박 의원은 “산림청은 2027년 내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2500명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간 1명도 늘지 않았다”며 “소방은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을 포함해 16만1천여 명의 인력을 갖추고 있다. 예산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 (소방) 인력이 있는데 다른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큰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정석 소장 역시 현 산불 진화 인력 구조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평균 연령이 높아 고강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임무 수행이 어렵다. 또 공무직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민간인 신분이기에 출동 시 반드시 공무원이 동행해야 하고 열악한 처우와 조직 내 홀대로 사기가 낮아 이직률이 높은 실정이다.

 

이에 황 소장은 전국 9만5천여 의용소방대원을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재난성 대형 산불 위험시기인 3~4월에 의용소방대를 집중 투입하고 지역별로 책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산불 예방체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 의용소방대원이라고해서 공짜로 써선 안 된다. 확실한 수당을 지급해야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신현훈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중심으로 지상 진화 전체를 관장하는 산림재난대응본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상 진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본청 산림재난통제관부터 산불방지과, 지방산림청 산림재해안전과, 산림보호팀, 국유림관리소 보호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제외하면 행정 지원 업무가 중심인 조직 구조이기에 산불 진화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32명의 운영권자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국유림관리소에 나눠서 관리하는 현 방식으로는 ‘전문적인 지상 진화 인력의 정예화’라는 목표를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역설했다.

 

산불 대응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장비이자 공중 진화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헬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헬기 진화에 대한 재검토와 운용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헬기가 투하하는 물은 허공에서 안개처럼 흩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화점 도달량이 적고 헬기 진화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지상 진화대원이 끌 수 있는 작은 불조차 제때 끄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산림청 헬기가 소화용수를 투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 소방방재신문

 

그러면서 “헬기가 부족해 산불 피해가 커진 게 아니다. 헬기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지상 진화대원과의 공조 없이 헬기에만 의존하는 산림청의 현 진화체계는 작은 불을 대형 산불로 키우고 있다. 헬기에서 발생한 하강풍 역시 산불을 더 확산시킨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경북 영주ㆍ영양ㆍ봉화)은 야간 등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헬기 운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산불 당시 헬기를 보내달란 요청이 이어졌지만 연기 등 여러 제한으로 운영이 힘들었다”며 “초대형 산불에선 헬기 사용이 필요한 만큼 관련 제한 사항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검토ㆍ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헬기) 대형화 문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소형 헬기가 많다”며 “헬기 대수보다 대형화가 중요하다. 산불은 밤사이 재발화 또는 확산되기 때문에 야간에도 운영 가능한 헬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 도입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김준호 전 경북전문대 항공전자정비과 교수(행정사)에 따르면 고정익 항공기는 담수량이 커 넓은 지역을 한 번에 진압할 수 있다. 또 인력ㆍ화물 수송 등에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헬기에 비해 유지ㆍ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1~3㎞에 달하는 긴 활주로가 필요해 이착륙 환경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김 전 교수는 “고정익 항공기를 운영하기 위한 대형 수원지와 막대한 운용 비용 등 전제 조건이 충족되기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헬기의 운용 역량을 극대화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며 “필요시 군 헬기 등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방안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 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가 담수했던 물을 뿌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 소방방재신문

 

“잘못된 조림 방식이 ‘불 폭탄 숲’ 만들어”… 내화수림 조성 필요성↑

영남권 산불 당시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았던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소나무(침엽수)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산불대응TF는 소나무 중심의 조림 정책을 대형 산불 피해 확산 원인으로 꼽으면서 ‘내화수림(耐火樹林)’을 산불 위험 지역과 발생 지역 중심으로 우선 조성하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내화수림은 불에 강한 활엽수를 심은 숲을 뜻한다.

 

▲ 활엽수가 우거진 산림의 모습 출처 기후재난연구소 

 

특히 사유림의 내화수림 조성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고보조율(현행 50%)을 확대하고 임업 분야 공익직불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병성 대표 역시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발생 원인으로 잘못된 조림 방식을 지목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단위 면적당 산림 예산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네 배 더 많지만 나무 밀도는 일본의 70%에 불과하다. 산불 피해 면적은 나무가 적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동일 면적당 여덟 배나 많다.

 

그는 “최근 일본과 중국의 산불 발생은 줄고 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산불에 강한 활엽수를 조림해 산불에 강한 숲으로 대비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활엽수를 베고 소나무만 남긴 소나무 단순림, ‘불 폭탄 숲’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활엽수가 함께 자라는 건강한 천연림을 ‘방치된 숲’이라며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 단순림을 만들어 오늘날의 대형 산불을 맞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 침엽수 위주로만 소실된 산불 현장 출처 기후재난연구소


이강렬 강원소방학교장은 산림 밀도 감소 정책을 통한 연료 저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는 산림 밀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탈 것이 없으면 피해가 없는 만큼 연료 사전 저감이 중요하다”며 “호주와 미국, 유럽 등에선 산불 위험 기간을 피해 나무와 수풀 등을 사전에 태워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임도, 진실은?… “임도 효과 검증 나서야”

임도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황정석 소장은 “최근 10년간의 대형 산불 35건을 직접 전수 조사한 결과 35건 모두 도로 인근에서 발생했다. 넉넉하게 통계를 내도 평균 27m 이내였다”며 “임도가 있기에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 임도 출처 서부지방산림청

 

이어 “우리나라처럼 고도차가 심한 산악 지형에서 대형 산불을 막겠다고 산에 진입하면 산불을 막기보다는 인명사고가 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최병성 대표 역시 임도 확충에 강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그는 “지금까지 임도에서 산불을 끈 사례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지난 4월 산림청은 언론을 통해 임도의 효과를 확인했고 오는 2030년까지 매년 임도 500㎞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산림청의 주장과 달리 3~4m 폭의 임도는 산불 확산을 막는 방화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산불을 확산시키는 바람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산불특위 차원의 임도 관련 공청회를 통해 필요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불특위 전체회의에서 차 의원은 임상섭 산림청장에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산림자원법)’에선 산림의 경영과 관리를 위해 설치하는 도로를 임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산림청은 임도 밀도가 외국 대비 부족하기에 더 늘려야 한다는데 외국과 비교해 그 기준을 같게 적용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임 청장이 “맞다”고 답하자 차 의원은 “임도 기준에 대해 외국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 이를 확인해 보니 우리나라는 ‘산림자원법’에서 규정한 임도만 면적으로 세고 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마을 도로 등을 임도 면적에 산정한다”고 지적했다.

 

또 “산림청이 배포한 자료에선 밀양 산불의 경우 임도가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 관련 전문가와 공청회를 할 필요가 있다”며 “만일 산림청의 주장이 맞다면 과감하게 힘을 더 실어주고 아니라면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불대응TF 역시 임도 확충에 대해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산불 예방ㆍ진화에 대한 임도의 효과성을 두고 이견이 있는 만큼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필요하다고 판명되면 국립공원과 민유임도(사유림 임도)의 설치 예산을 확대하고 국고보조율(현행 70%)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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