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구조 나섰던 소방대원 2명 세상 등졌다참혹한 광경 목격 후 우울증 호소… 공무상 요양 불승인 통보 받기도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2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A 씨가 숨진 걸 경찰관이 발견했다.
A 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 30분께 남인천요금소를 빠져나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휴대전화를 버린 뒤 사라졌다. 그가 발견된 장소는 이곳으로부터 직선거리로 8~9㎞가량 떨어진 곳이다.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2022년 이태원 사고 현장에 지원을 나간 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참사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하신 분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에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진짜가 아니었길 바랐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소방관 B 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B 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엔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구급활동을 펼친 후 우울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 2월 고성소방서로 자리를 옮긴 후 3~5월과 7~8월 두 차례 질병 휴직을 냈다. 휴직 기간에 스스로 생을 등진 것이다.
특히 B 씨는 고성소방서로 자리를 옮기기 전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인사혁신처로부터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두 명이 연달아 목숨을 잃자 소방청도 대원들의 지원 강화에 나섰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추가 상담을 실시해 심리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대원은 심층 상담, 병원 진료 등을 지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노조는 연이은 비극에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창석, 이하 공노총 소방노조)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참혹한 재난 현장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소방공무원이 겪는 구조적 문제이자 국가적 책임”이라고 밝혔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청에선 이태원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 전원에 대한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동”이라며 “지금 당장 필요한 건 PTSD로 생을 마감한 동료의 마지막 예우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공무원들이 참혹한 현장으로 인해 겪는 PTSD와 우울증은 만연한 직업병임에도 조직에선 드러내기 어려운 문제로 방치되고 있다”면서 “현재 심리안정 지원 시스템이 형식적인 상담과 제한된 치료에 머물러 있고 전문 인력과 장기적 관리 체계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퇴직 이후 정신적 후유증은 사각지대에 놓였고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선 본인이나 유가족이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여전하다”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을 지켜내는 제도와 문화를 반드시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보호 의무 ▲공상ㆍ순직 처우 법 명문화 ▲전문 심리치유센터, 협력 의료기관 확충 ▲소방공무원의 PTSD, 우울증 공무상 재해 인정 ▲재직자부터 퇴직자까지 포함한 국가 책임형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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