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은 예로부터 한 해의 수확에 감사드리고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는 뜻깊은 날이다. 집집마다 햅쌀로 송편을 빚어 차례상을 차리고 가족과 함께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것도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이는 단순한 예초 작업이 아니라 ‘감은사시(感恩謝施)’, 곧 은혜를 느끼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전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마다 벌초철이 되면 벌 쏘임 사고가 잦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며 말벌이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벌집은 풀숲이나 나무 그늘, 묘 주변의 돌 틈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방심하다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치(豫防而治)’, 즉 ‘미리 예방하는 것이 치료보다 낫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격하기 때문에 사람이 먼저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우선 벌초를 하기 전 주변을 세심하게 살펴 벌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벌집이 발견되면 무리하게 제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안전하다. 또한 벌은 검은색이나 짙은 색을 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밝고 단순한 색상의 작업복을 착용하는 게 좋다. 향수나 화장품, 땀 냄새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되도록 깨끗한 복장과 냄새 없는 상태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벌은 달콤한 음식에 쉽게 모여들기 때문에 야외에서 음료수나 과일 등을 방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뚜껑이 열린 음료 캔이나 병 속에 벌이 들어갔다가 사람의 입 안을 쏘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므로 유의한다. 또한 벌을 만났을 때는 갑작스러운 손동작이나 큰 소리를 내지 말고 몸을 낮추어 조용히 자리를 피하는 게 현명한 행동이다.
불행히도 벌에 쏘였다면 침착하면서도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우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뒤 피부에 벌침이 남아 있다면 손가락으로 집어내지 말고 신용카드 모서리나 둔한 물체로 밀어내듯 제거한다.
쏘인 부위는 얼음찜질을 통해 통증과 부기를 줄여주고 심한 통증이나 붓기가 지속된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특히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심한 어지럼증 등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이때는 몇 분 사이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절대 망설여서는 안 된다.
조상님의 은덕에 감사드리며 찾아가는 벌초의 길은 단순한 예초 작업이 아닌 가족의 정을 확인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러한 뜻깊은 행위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벌 쏘임 예방수칙을 실천하고 만일의 상황에도 차분히 대응한다면 올 추석은 더욱 건강하고 평안한 명절이 될 것이다.
강화소방서 119재난대응과 소방위 이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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