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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Vesta 훈련- Ⅴ

벨기에를 떠나며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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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소방본부 장준희 | 기사입력 2025/10/02 [10:00]

Campus Vesta 훈련- Ⅴ

벨기에를 떠나며 얻은 것

전북소방본부 장준희 | 입력 : 2025/10/02 [10:0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던가. 먼저 벨기에에 맞게 용어부터 정리하고 시작하겠다.

 

▲ 가스 쿨링(Gas Cooling)

 

▲ 다이렉트 어택(Direct Attack)

 

숏 펄싱(Shot Pulsing)과 미디엄 펄싱(Medium Pulsing), 롱 펄싱(Long Pulsing)은 모두 가스쿨링(Gas Cooling), 페인팅(Painting)과 펜슬링(Pencilling)은 모두 다이렉트 어택(Direct Attack)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인다이렉트 어택(Indirect Attack)이 추가된다.

 

가스 쿨링은 불을 끄기 위해 안전하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낮추고 연기와 수증기로 바꾸는 주수 방법이다. 다이렉트 어택은 화점에 바로 또는 가스 쿨링으로 화점까지 접근한 후 불을 끄는 걸 말한다. 여기서 불을 끈다는 건 재료의 온도를 열분해 온도 이하로 낮추는 걸 뜻한다.

 

이론적으로 단위면적당 180m/ℓ 또는 3ℓ/s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필요한 만큼, 하지만 너무 많지도 남지도 않게, 그렇지만 필요한 것보다 조금은 더’와 같이 ‘충분한 양’이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에선 ‘직사 주수’만 인정한다. 분무 주수는 단위면적당 물의 양이 부족하다고 봐서다. 단 물줄기 모양이 다르더라도 목적에 부합한다면 ‘직사’로 본다. 인다이렉트 어택의 목적은 소화 자체가 아니라 물을 이용해 열을 흡수하고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에 있다.

 

“인다이렉트 어택이 반사 주수인 줄 알았어요”라고 얘기하자 카렐 램버트(Karel Lambert) 역시 그 개념을 알고 있었지만 여긴 로마… 아니 벨기에였다.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카렐은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줬다.

 

“인다이렉트 어택은 Knock Down, 다이렉트 어택은 KO(Knock Out) 시키는 걸 의미합니다”

 

▲ 노즐 컨트롤

 

▲ 호스 컨트롤

 

주수 방법 실습 과정에선 노즐 컨트롤 뿐 아니라 교육과정에 없던 호스 컨트롤까지 훈련했다. 호스 컨트롤은 별도의 교육과정이 운영될 정도로 배울 점이 많았다. 

 

벨기에는 직경 50ㆍ70㎜, 길이 20m 수관을 사용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탄성이 적은 재질이라 무겁고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노즐 테크닉 훈련보다 호스 컨트롤 훈련 파트가 적어 더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훈련이 종료되자 “우린 직소 퍼즐처럼 하루하루 맞춰가며 더 나아질 것이다”는 격려의 말로 하루의 수업을 마쳤다.

 

인상 깊었던 Campus Vesta 훈련

1. 제독 시스템

Campus Vesta 훈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유해물질 차단을 위한 철저한 노력이었다. 훈련장은 핫 존(Hot Zone), 제독과 샤워 후 활동하는 구역은 콜드 존(Cold Zone), 그 사이 중간지역은 웜 존(Warm Zone)으로 설정돼 있었다. 

 

구역간 이동 시에는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다. 웜 존에서는 공기호흡기를 끝까지 착용한 상태로 방화복을 벗고 방진 마스크와 니트릴 장갑을 착용하는 등 세밀한 절차를 따랐다.

 

지금까지 태국과 중국, 국내 여러 소방학교에서 실화재 훈련을 받았다. 비염 탓인지 그간 실화재 훈련을 받으면 코가 막히는 건 물론 콧속에서 재가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 2주간 훈련에서는 그런 증상이 전혀 없었다. 놀라움과 동시에 철저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체계적인 절차와 안전수칙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도 깊이 깨달았다.

 

▲ 샤워실

 

▲ 개인 피복 보관함

 

이번 훈련을 통해 현재 전북에서 추진 중인 실화재 훈련장이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더 명확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전북 실화재 훈련장은 Campus Vesta보다 한층 더 직관적이고 체계적인 제독 절차를 적용할 예정이다. 

 

핫 존에서 콜드 존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별도의 제독시설을 둬 장비에 대한 1차 제독을 시행한다. 이후 장비를 벗고 샤워실에서 2차 신체 제독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훈련 전 탈의실에 준비해 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디브리핑실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절차는 단순히 훈련장에만 적용할 계획이 아니다. 현장 활동에서도 준비된 제독시설과 운영방식을 접목해 실제 화재진압 후에도 동일한 수준의 안전과 위생 관리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기존 국내 훈련 시설과 Campus Vesta 시설, 전북 훈련장의 차이점을 통해 나타날 효과가 기대된다.

 

▲ 전북 실화재 훈련장 제독시설

 

▲ 전북 실화재 훈련장 제독시설

 

2. 상시 훈련이 가능한 Campus Vesta

Campus Vesta에서 훈련받는 2주간 벨기에 소방서에서 팀 단위로 멀티스토리 셀을 방문해 전술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벨기에 소방관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패치를 교환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 팀 단위 훈련 중인 벨기에 소방관

 

▲ 벨기에 소방 패치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전북 실화재 훈련장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팀 단위 훈련 신청을 받아 강사들이 T 셀 또는 멀티스토리 셀에서 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 방식은 실전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못할 벨기에에서의 나날들

▲ 숙소 복귀 후 훈련 복습

 

▲ 숙소 복귀 후 훈련 복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6시 기상해 7시에 출발, 8시 수업을 시작으로 하루를 열었다. 오후 7시에 수업을 마치면 귀가해 8시에 저녁 식사한 후 늦은 밤까지 복습과 예습으로 하루를 마쳤다.

 

어느 날 교육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농수로에 빠져 고립된 차량을 발견했다. 동료들과 함께 구조에 나섰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신속히 움직였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소방관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일이다.

 

차량 내부 구조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주변 차량을 통제하며 현장 안전조치를 진행했다. 해외 교육에 참여해 외국인을 도운 뜻깊은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 차량 안전조치

 

카렐 램버트 강사는 수업 시작을 명언이나 속담으로 여는 걸 좋아했다. 

 

▲ 수업 시작을 알리는 명언

 

“바람이 불 때 누군가는 벽을 세우지만 누군가는 풍차를 세운다” 

 

▲ 강연 중인 카렐 램버트

 

이날도 중국 속담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의 가치관이 늘 궁금했었기에 교육 내내 강사로서의 가치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날도 강사로서 힘들었던 점이나 후회되는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20년 동안 소방만 생각하고 살아오면서 수많은 프로젝트에 실패했어요. 때로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디딤돌 삼아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큰 성과를 거둘수록 더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죠. 후회는 없지만 단 하나,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아쉬워요. 모두 가족과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나 역시 여러 훈련과 비번 활동으로 가족에게 소홀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가족의 희생과 배려 덕분임을 종종 잊고 며칠씩 집을 비운 후 돌아왔을 때 가족에게 짜증을 낸 적도 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가족과 주변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우린 전 과정을 이수했다. 최종 테스트도 통과해 Campus Vesta를 방문한 첫 팀이자 첫 어택 셀 인스트럭터(Attack Cell Instructor)라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마지막 날에는 대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2주간의 교육을 마무리했다.

 

▲ 수료식

 

▲ 수료식

 

▲ 기념사진

 

▲ 수료증ㆍ기념품


출국 전 인터뷰에서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이용해 “저 한 명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전북소방의 위대한 도약이 될 것입니다”며 시작을 알렸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벨기에 끝! 전북 시작!”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 출국 전 인터뷰

 

▲ 훈련 종료 후 인터뷰

 

이번 벨기에 훈련은 끝났지만 전북소방의 실화재 훈련은 이제 시작이다.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우리 지역 실정에 맞도록 적용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지켜질 수 있다면 이 모든 과정은 반드시 의미 있을 것이다.

 

많이 부족한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지 모를 그대 역시 또 다른 시작점에 있을 수 있다. 그 시작이 두렵고 낯설더라도 언젠가 이렇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그때 내가 내딛은 그 한 걸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전북 완주소방서_ 장준희 : jangjuni@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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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소방조직 미래 ‘새내기 소방관’ 교육, 전면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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