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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남아 수의계약 하려고요”… 공공기관 사칭 사기에 소방업계 피해 속출

소방관서 공문에 명함까지 제시… 점차 교묘해지는 대리 구매 수법
소방청 “발신처와 공문 진위 여부 반드시 확인, 선입금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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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6/03/10 [10:24]

“예산 남아 수의계약 하려고요”… 공공기관 사칭 사기에 소방업계 피해 속출

소방관서 공문에 명함까지 제시… 점차 교묘해지는 대리 구매 수법
소방청 “발신처와 공문 진위 여부 반드시 확인, 선입금하지 말아야”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6/03/10 [10:24]

[FPN 최누리 기자] = 소방관서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물품 납품을 유도한 뒤 돈을 가로채는 대리 구매 사기가 잇따르고 있어 소방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용품 업체 A 사는 지난해 자신을 소방본부 장비관리 주임이라고 소개한 B 씨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연말 잔여 예산을 소진해야 한다”며 1500만원 상당의 특정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사가 납기 문제로 난색을 보이자 B 씨는 “물건을 보유한 다른 C 업체가 있으니 그곳에서 구매해 납품해 달라”고 유도했다. C 사는 “수의계약 한도(2000만원 미만)를 초과해 직접 납품이 불가하다. A 사가 우리 물건을 구매ㆍ납품하면 10%의 이윤을 주겠다”며 대리 구매를 부추겼다.

 

국세청 조회가 가능한 정상적인 사업자등록증과 법인 통장까지 확인한 A 사는 의심을 거두고 해당 업체에 대금을 선입금했다. 이후 B 씨에게 입금 사실을 알리자 그는 “예산이 더 남았으니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추가로 구매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의계약 한도를 초과하는 추가 납품 요구에 수상함을 느낀 A 사는 소방본부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그제야 해당 거래가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전기 안전설비 제조업체 D 사도 유사한 수법에 당할 뻔했다. 공공기관 소속으로 속여 말한 범인은 한 달 넘게 기술 자문을 구하며 신뢰를 쌓은 뒤 “내일 당장 준공인 현장이 있는데 특정 자재가 입고되지 않아 전체 일정이 중단될 위기”라며 자재 대리 구매를 요청했다.

 

그간의 유대감에 사기를 의심하기 어려웠던 D 사는 지정된 업체에 자재 대금을 입금하려고 준비했다. 그러던 중 입금 전 해당 업체의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사업자만 등록된 유령회사였다.

 

소방용품을 유통하는 E 사는 최근 관공서를 사칭한 일당으로부터 화재대응 장비 10개를 긴급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특정 제조사를 콕 집어 급히 요구한 점이 의심스러웠다.

 

수상함을 느낀 E 사는 계약 진행 전 화재대응 장비 제조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고 같은 수법으로 여러 유통업체에 접근해 납품을 유도하는 신종 사기임을 알게 됐다.

 

제조사에선 “안 그래도 동일한 사기 사건으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실제로 대리 구매에 속아 제품을 넘긴 업체도 여럿 있다”고 밝혔다. E 사는 즉각 거래를 중단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리 구매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으로 속여 대량 주문을 미끼로 특정 업체 물품을 대신 구매하게 만든 뒤 돈을 가로채는 범죄다.

 

문제는 대금을 송금하면 피해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아 즉각적인 계좌 지급정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사에서 대리 구매를 개인 간 상거래 분쟁으로 판단해 계좌 지급정지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1500만원의 피해를 입은 A가 역시 사기임을 인지하고 20분 만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해당 건은 가짜 물품 거래를 매개로 한 일반 사기 건이므로 즉각적인 계좌 동결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소방기관을 사칭한 동일 유형의 사기가 퍼지자 소방당국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소방청은 “소방관서의 명함에 적힌 내선 번호가 실제 번호인지 확인하고 발신처와 공문 진위를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물품 대금을 선입금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소방을 비롯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어느 곳에서도 물품 구매나 계약과정에서 제삼자에게 대리 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요구가 있으면 사기 가능성을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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