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제처분’, 선택 아닌 필수… 이웃을 위한 ‘안전 배려’가 필요하다
화재 상황에서 초기 5분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연소 확산을 막는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그러나 실제 재난 현장에서는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주ㆍ정차 차량들로 인해 소방관들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소방기본법’이 개정돼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ㆍ정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 근거가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강제처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소방기본법’ 제25조 강제처분 조항에 따르면 소방본부장, 소방서장 또는 소방대장은 사람을 구출하거나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할 때에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불이 번질 우려가 있는 소방대상물 및 토지를 일시적으로 사용하거나 그 사용의 제한 또는 소방활동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또한 긴급하게 출동할 때 통행과 활동에 방해가 되는 차량ㆍ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 이는 화재 현장에서 주ㆍ정차된 차량을 밀어버리거나 파손해도 적법한 행위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강제처분 조항에 의거해 강제처분한 차량으로 인한 소방관 개인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2018년 관련 법이 시행된 후 6년이 지났음에도 실제 강제처분 사례는 전국적으로 매우 드물다. 소방관들이 강제처분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과 사후 민원 처리 문제다. 현장 대원들은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있다. 강제처분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선 현장의 급박성을 인정받아야 되는데 출동하는 과정에서는 현장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까지도 주ㆍ정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확산된 사례는 345건에 달한다. 1초를 다투는 긴급 상황에서 소방차를 가로막는 행위는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위다. 다만 이달을 기점으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주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 훈련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강제처분에 대해 보상 대응 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강제처분은 소방관이 원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화재라는 극한 상황에서 다수의 생명을 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 중 불가피한 행위이다. 적극적인 소방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정된 곳 외의 주ㆍ정차 차량은 언제든 강제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소방대원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법적 제도와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제처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의 잠깐 편의를 위한 주차가 이웃에게는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화재 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 교수 이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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